1

내가 가고 싶은 데들은 왜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실은 연봉이 한 천만원쯤은 깎이더라도, 좋아하는 일이면 기꺼이 하겠다며,
기쁨으로 지원했던 곳의 최종 면접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수백명이 지원했을텐데 티오가 한명이라니, 정말 잔인하지-

이렇게 말하면 지금 연봉이 엄청 많은 것 같지만, 택도 없는 소리
난 그저 일개 중소기업 직원인걸

하고 싶은 일,이라는 건, '하고 싶은일'이라는 그 자체가 메리트이기 때문에
다들 연봉이 짠가보다
게다가 난 생짜초보 신입으로 지원해야 했으니까

그 곳에 붙고 떨어지고,의 문제는
나를 평가절상하는 것도 평가절하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도 못했고 (짧게 얘기해라,라는 압박!)
나의 마음과 열정을 다 보여주지도 못했다


내가 그 곳에서 계획했던 일들을 할 수 없게 됨이 아쉬울 뿐
즐거운 계획들이었는데,
그리고 난 나로 인해 그 곳이 좀 더 즐거운 곳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로써 한 1년쯤은 더 지금 회사에 충성해야 하는 상황
딱히 가고 싶은 회사도 없고 말야

일단 연봉협상 전까지는, 좀 달려보자 ㅠ


2

정말 진솔해보이는 면접자가 있었다
조금 말을 더듬더듬하긴 했지만, 나는 그게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솔직히 내가 면접관이라면 저 사람을 뽑고 싶겠다, 싶을 정도로
참 진실해보여서 내가 떨어진다면 난 꼭 그 친구가 붙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친구는 나의 멍쾌한 말투가 부러웠나보다
하지만, 나도 떨고 있었는걸, 머릿속은 백지였는걸

서로가 갖지 못한 매력을 가진 두사람이 서로를 부러워하고 있었으나
정작 합격자는 생각지 못한 사람이고, 두둥~


나는 그 친구가 정말 힘을 냈음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면접관이었음 그 친구를 뽑았을 거라고, 힘을 내라고
문자를 보냈다 ^^


3

나는 내 옆에서 나에게 위로를 보내주는 사람들도
때로는 무슨 위로를 해줘야할지 몰라 말을 잇지 못하는 사람들도
모두 고마웠다

이 과정에서 내가 감사의 이유를 찾았으면 좋겠다,라고 누군가 기도해줬었는데,
내가 찾은 유일한 감사의 이유라면 역시나
항상 내 편인 사람들,
그리고 늘 모든 것을 비밀리에 추진하는 습관을 어느 정도 버리고

함께 기도해주고, 함께 소원해달라고
그렇게 말할 수 있던 나 자신을 발견한 것


4

돌아온 내게 던지는 엄마의 한마디가 최고다

엄마는 그냥, 니가 거기 가면 돈은 조금 받을지 몰라도
너랑 마음이 잘 맞는 배우자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들어가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어

이게 스물여덟 먹은 솔로 딸내미를 둔 엄마의 마음인가보아
딸내미의 나름 큰일을 앞두고 이런 코미디같은 생각을 하게해서
진심으로 미안해요 ㅋㅋ 근데 왜 나는 웃기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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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7-11-27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친구를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는데
친구는 의상 MD쪽을 지망하는 앤데 그쪽은 워낙 경력 우선이라서
이력서는 몇 군데 넣어봤는데 연락도 없다고 하더군요.
친구가 나이가 좀 있는 탓도 있겠지만 엄청 속상해하던.
(삼수하고 어학연수도 1년하고 온 친구;;)

오늘 친구랑 얘기하면서 내린 결론은
어쨌거나 취업 안된다 안된다 해도 되는 녀석들은 된다.
그게 운빨이던, 능력이던.
그러면서 둘이 급 좌절모드였던;;

몇 군데나 원서 넣었는데 연락도 없다는 친구말을 듣고
그래도 난 면접이라도 봤다는 걸로 위안 삼기로 했어요.
웬디양님도 잘 되셨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네요.
다음 기회를 노려보아요. :)

웽스북스 2007-11-28 00:25   좋아요 0 | URL
되는 녀석들도 되고요, 안되던 녀석들도, 참고, 기다리면 되요
그 시기의 초조함, 급한 마음, 이런 것들로 오히려 너무 섣불리 미래를 결정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 일단은 첫단추가 중요하니까요

이매지님은 어딜 가서 뭘 하든 잘 할 거에요
언제 같이 밥 한번 먹어요 (진심!)

푸하 2007-11-28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에 많은 공감이 가요. 명쾌하게 말씀하시는 이면에 여러 생각이 있으셨네요.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망이 거세질 수록 현실이 견디기 어려워지는 거 같아요. 이런 불협화음을 웬디양 님은 멋지게 바꾸어 내실 거 같아요. 어머니와의 일화는 또 들려주시면 좋겠어요.^^; 버드 권해주신 거 고마워요. 권해주신 거 보기 전에 하이트로 낙점되어서 지금 마시고 있네요.

웽스북스 2007-11-28 00:26   좋아요 0 | URL
진중함이 매력인 푸하님, 푸하님의 진중함 역시 저에게는 없는 것으로 저는 또 그것이 갖고 싶어 푸하님을 매우매우 부러워했었다지요 ^^ 어머니와의 일화는 종종 들려드리죠- 알라딘에 울엄마 팬 생기는 거 아닌가 몰라요 ㅎㅎ

그나저나 하이트가 낙점됐군요, 난 버드가 좋은데

순오기 2007-11-28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전하는 삶은 아름답다! 그게 몇살때이든... ^^
나와 좀 닮은데가 있는것 같아서 늘 님의 서재를 들락거리죠!
그런데, 나는 님의 엄마를 닮은거야욧? 딸을 인천으로 대학 보내는 이유가~~~ㅎㅎㅎ

웽스북스 2007-11-28 16:39   좋아요 0 | URL
흐흐흐 그게 몇살때든, 이지만 항상 이게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 같아요- 자기소개서와 이것저것 서류 다 해서 A4 열두장 썼다고 하면 믿으시겠어요? ㅋㅋㅋ
저와 순오기님의 비슷한 점을 어디서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다만 확실한 건, 순오기님 따님이 들어간 그 학교에 저희 엄마가 절 기어이 보내려고 한 걸 보면 저희 엄마랑은 확실히 비슷한 것 같고, 그러고보면 엄마들은 또 다 비슷한 것 같구 그래요 ^^
전 죽어라 안간다고 했는데, 애들을 차별 안할 자신이 없어서 그랬어요, 그 땐 방학이 그렇게 달콤한 건지 몰랐기 때문일 거에요 ㅋㅋㅋ

비로그인 2007-11-28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에~ 그러니까 제가 캐스팅을 잘했군요.
이 다정함이라니. 수사관 웬디와 너무 흡사하잖아요. ^^
그러나 1년 후든 나중이든 언젠가는, 웬디님이 꼭 원하시는 일을 하시길 바랍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거든요.(웃음)

웽스북스 2007-11-28 16:42   좋아요 0 | URL
제가 좀 다정해요- ㅋ 농담이구요- ㅎㅎ 지금 웬디 수사관 쓰고 계신 거에요? 흐흐 기대중
뭐 더 추가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쿨한척 하지만 알고보면 뒤끝이 백만년이고, 때로는 억울해서 잠도 못자고- 냉철한 척 하지만 가끔 벽보고 혼자 우는 캐릭터도 넣어주세요, 막이러고 ㅋㅋㅋ

비로그인 2007-11-28 23:01   좋아요 0 | URL
그...주문이 너무 많아서..초과비 내시면 그렇게 해드리죠.ㅎㅎㅎ

웽스북스 2007-11-29 00:25   좋아요 0 | URL
어랏, 비싼 분이셨군요 엘신님 ㅋㅋ

그럼 뭐, 처음것만 해주세요 ㅋㅋ 제가 가난해서요
근데 저 특징들 은근히 일맥상통하는 캐릭터인데 말이죠 ㅋㅋ

가시장미 2007-11-28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흐 어머니.. 정말 쵝오세요! ^-^ 어머니.. 마음이.. 다 그러신가봐요.
이직을 생각하셨군요? 아. 저도 이직 참 많이 했는데,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어딜가나.. 힘든 건 마찬가지죠. 그래도 원하는 곳이 있다면 용기를 내서 이직을 하려고 계획을 해보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다음 기회가 있을테니, 너무 실망마시구요~ 이런 말.. 너무 식상하긴 하지만요.. 참, 어떤 말이 적합할지 잘 모르겠어요~ 정말이에요~ 으흐

그나저나 28세... 꽃다운 나이죠. 저도 그래요. :) 므흣!

웽스북스 2007-11-29 00:25   좋아요 0 | URL
아 가시장미님 방점은 그러니까 '가시'가 아니고 '장미'에 찍어야 한다는 거죠? 흐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