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우리도 여행좀 가자, 라고 외친 게 몇번째인지- 시간맞추기가 힘들었던 건지, 마음 맞추기가 힘들었던 건지 몇년간 같이 국내 근처로도 같이 여행을 못가던 , 심지어 한번은 펜션 위약금까지 물어준 뼈아픈 경험이 있는 우리는 이번에는 출발을 질러보자,하여 급출발 여행을 떠났다
우리의 의의는 드디어 우리도 여행을...! 이다
거기에 가장 큰 의미가 있는 거지
50평 콘도의 호사스러운 매력
4명 여행에, 친구가 '실수로' 50평짜리 콘도를 잡아버렸다, 그래도 할인가로 저렴하기에 금액의 차이가 아까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 상황이 좀 웃겼던 거지- 그러나 잠시 후 우리는 이 복층 콘도에 완전 매력을 느껴버려 다음에도 또 꼭 이 50평짜리 콘도를 빌리자고 얘기했으니 그 이유는 이층에 있던 하늘로 난 창 때문이었다
별을 보겠다,며 발코니로 나갔다가 너무 추워서 동동 발을 구르며 다시 들어올 수 밖에 없었던 우리는 하늘로 난 창을 통해 방 안에서도 불을 끄면 등따시고 발따시게 별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그만 감동받아버리고 만다
그별 참 어찌나 빛나던지, 구름사이로 숨을 때마다 어찌나 우리의 애를 태우던지 수다는 3시도 안돼 끝났지만, 우리는 별을 보느라 5시가 다된 시간에 잠들었다. 떨어지는 유성을 보며 소원을 빌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쉬웠다. 우리는 쪼로로록 차 밑에 요를 깔고 별을 보며 잠들었다. 이미 잠든 한명은 1층에있고, 우리는 2층에서 멀쩡한 침대 옆에 두고 창문 넓이에 맞춰 요 두개 깔고 오밀조밀 모여 잤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푸른 하늘이 보인다
하늘 아래 바다, 그리고 저 멀리 수평선까지 보인다
다시 감동
마음에 눌러담기
이 어설픈 아가씨들은 같이 놀러간다는 데 흥분해서 못챙겨간 것들이 하나씩 있었으니,
나는 안경,
C는 휴대폰 (충전기만 챙겨온 사건)
그리고 R은 결정적으로 디카
디카는 누가 가져오기로 한 건 아니었고,사진 찍고 빼기를 심히 귀찮아하는 나는 다음날 아침 가져갈 품목으로 디카를 굳이 떠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디카를 꼭 가져가야겠다고 결심한 R은 차를 챙기느라 정신이 없어 결국 디카를 놓고와 우리는 요즘 같은 세상에 정말 흔치 않은 카메라 한대도 없는 여행을 해버리고 말았다
그림같은 풍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어 눈으로 찍고 마음에 담는다
담고 싶은 풍경이 너무 많아 하나하나 세세하게 바라보며 마음에 꾹꾹 눌러 담는다
그리고 결국 이렇게, 그 때의 마음은 글로 남긴다
다 남기지는 못하겠지만...
그러고보니 이거 참 매력적이다. 풍경 하나하나를 바라보는 일이, 사진찍을 장소 물색,이 아니었기에 더 정성스럽게 마음에 남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정말 사진용으로 딱!인 장소에 (특히 좋아하는 돌담) 가면 가끔 불끈불끈 하긴 했지만 ㅋ;; 그리고 담번엔 가져가겠지만 ㅋㅋ
그리고 일요일
예정에 없던 민정언니 사촌 모임(?)을 따라가느라 에버랜드를 가게됐다. 다행히 소풍온 애들은 휴일인 관계로 없었으나, 주차돼 있는 차들을 보면서 일단 1차 기함
돈을 갈퀴로 긁어모으겠구나
나이를 먹었는지 놀이기구를 보며 공포를 느낀다. 예전엔 놀이기구를 아무리 타도 별 공포를 느끼지 못했었고 담담하고 씩씩하게 잘 탔었는데 빙빙 도는 놀이기구가 얼마나 무서운지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그저 상상만으로 2차 기함- 절대 타지 말아야지,하는 마음 반을, 그래도 궁금하다는 마음 반,이 이겨 놀이기구에 오르는 순간 후회, 무서움에 덜덜 떨린다. 내려오는데, 추워서 떨리는지, 무서워서 떨리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리가 후들거린다
놀이기구를 보며 공포를 느끼다니, 참 새로운 나의 모습이다
자이로드롭 이후 처음이다
사실은 나이가 들어서 혹시나 약해졌을지도 모르는
심장이 혹시나 버티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게
내 공포의 원인이다
이런 공포를 느끼는 걸 보니 나이를 먹은 게 틀림없어
(그래도 내려와서 이 놀이기구 참 잘 만들었네,라고 감탄한 사건- ㅋㅋ
반복적인 패턴이라기보다는 각도와 방향을 달리해 자꾸 다른 공포를 느끼게 한다는 거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