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1 : 약도 제작자 - 제발 보기 쉬운 약도를 만들어주세요
저처럼 길치에 몸치에 방향치인 사람은 약도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찾아가는 데 익숙지 못하답니다. 어제 삼성역에 있는 모 기구로 외근을 가는데, 어찌나 거리감각이 떨어지시는지요- 혼자 10분 도 넘게 헤매다 지각 목전에서 겨우 겨우 찾아 세이프를 해 들어간 저는 정말이지 이 약도 그리신 분을 수소문해서 한대 때려주고 싶었어요
당신 2 : 서적 제작자 - 제발 책좀 가볍게 만들어주세요
당신이 생각하는 책의 의미와 제가 생각하는 책의 의미가 다른가봐요- 책은 꽂아두기 위한 게 아니라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 위한 거잖아요- 출퇴근길에 책들다가 무거워서 쓰러지겠어요- 하드커버로 만들어서 당신이 얻을 수 있는 게 그 핑계로 더 받아먹을 수 있는 책값, 정도라면 그냥 가볍게 만들고 비싸게 책값 받으세요- 좋은 책이라면 기꺼이 내드릴게요- 이건 완전 종이낭비, 힘낭비
당신 3 : 구두 만드시는 분 - 제발 예쁜 5cm굽 신발좀 만들어주세요
7cm 신발을 신는 일은 정말 힘들어요- 굽없는 신발을 신으면 굽에 맞춰놓은 바지가 땅에 끌려요- 다리도 짧아 보여요- 이런 생각을 하는 아가씨들 의외로 많다고요- 어째 신발의 굽이 죄다 높거나 낮거나인가요- 예쁜 5cm굽 신발은 왜이렇게 찾기가 어려운 건가요- 예쁜 5cm 굽 신발 좀 만들어주세요! 나 단골할게요
당신 4 : 우리회사 모 개발 담당 과장님 - 기획의 부재 기획의 부재 하지 마세요!
칼럼이 들어갈 게시판의 글자수를 1000자로 제한해 두시고서는, 저에게 기획의 부재라뇨! 1000자는 A4 2/3 정도라고요- 그건 상식의 문제이지 기획의 문제가 아니라고요- 할 일은 산더미처럼 밀려있는데, 내 눈은 너구리가 되고 있는데 맨날 그렇게 칼퇴근하면 정말 더 미워할 거에요! 백만년만에 한번 야근하면서 그렇게 생색내시면 정말 더더 미워할 거에요- 과장님은 제 일을 '해주고' 계신 게 아니라 과장님의 일을 '하고' 계신 거라고요 직급도 경력도 한참 아래인 제가 과장님 어르고 달래고 구슬려가면서 일을 해야겠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