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의 작은 논문을 예쁘게 프린트해서 영어 강사에게 주었다. 내가 한 달 동안 낑낑대며 쓴 거다, 나의 첫번째 독자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주제가 철학이고 어 그레이트 메니 미스테익스를 담고 있을 거다, 안읽어봐도 상관은 없다, 내가 그동안 뭘 하느라 그렇게 바쁜 척 했는지를 알려주고 싶을 뿐이다... 강사가 교정을 봐주겠단다.^^ 안그래도 된다고 사양했는데... 그 친구는 꼼꼼하게 교정을 봐 줄 친구다. 오늘 학원 가는 길이 기대가 된다.^^


나의 작은 논문을 쓰느라 난장판이었던 책상을 깨끗히 치웠다. 책들, 논문 프린트들, 메모들을 그것들이 있어야 할 곳으로 보냈다. 일상으로 복귀하는 기분이다. 친구에게 얻은 크리스마스 트리로 방 한쪽 구석을 꾸몄다. 오색 불빛이 반짝 거리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아침에 읽을 책으로 호일스에서 산 윌프리드 호지스의 'logic'이란 책을 선택했다. 싸고 얇아서 산 책이다. 30년도 더 전에 초판을 내고 10년 전에 재판을 찍었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이 책 참 재밌다. 책의 첫 번째 문장이 "Nothing in this book is original, except perhaps by mistake."이라니 처음부터 사람을 잡아끈다.


Your breast will not lie by the breast

    Of your beloved in sleep.


인용 표시가 없다. 저자가 직접 쓴 문장이라는 뜻이다. 오, 이 분, 시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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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논문 재고를 다 썼고 기념으로 피쉬 앤 칲스를 먹었다. 사나흘 정도 간간히 손 볼 시간이 날 것이다. 그러나 본질적인 것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더 많은 참고 자료를 입수하지 않는 한 나의 작은 논문은 견고한 상태로 있을 것이다.

나의 소논문의 주제는 내 머리 속에서 이런 식으로 바뀌어간다.

-럿셀의 판단이론에 대한 비트겐쉬타인의 비판의 정체가 무엇인가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사실 그것은 이렇다.
-비트겐쉬타인의 초기 철학은 럿셀 독트린에서의 이탈로 봐야 한다.
-럿셀의 판단이론을 비판하면서 비트겐쉬타인은 명제의 뜻에 대해 천착하게 되고 그것은 "논고"에서 그림 이론으로 결실을 맺는다.
-"논고"는 단 하나의 문제만을 다루고 있다. 그것은 완전히 일반화된 명제 형태에 대한 연구다. "논고"의 나머지 부분은 이 결론을 단순 적용한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나의 머리는 저 마지막 논제로 가득 차 있다. 물론 그걸 소논문에서 다루지는 못했다. 그것은 너무나 큰 주제이고 너무나 많은 연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방향이 맞다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앞으로 1, 2년을 저 주제에 바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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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노트북을 빌려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안에서 나의 작은 논문 편집을 하고 있다. 철자 교정을 하는데는 워드 프로세서가 유용한 것 같다.

초고가 20점이라면 이번 재고는 60점은 되는 것 같다. 내가 초고를 가지고 철학의 문외한인 나의 친구에게 "논고"를 설명해 준다면 그 친구는 "비트겐쉬타인 별 거 아니네!"라고 반응할 것 같다. 재고를 가지고 설명해 준다면 그 친구는 "어쨌든 비트겐쉬타인이 천재긴 천재네..."라고 반응할 것 같다. -이런 반응은 나를 기쁘게 할 것이다.

내가 나의 작은 논문에서 해결을 시도한 문제는 세 가지다.
첫째, 럿셀의 판단 이론에 대한 비트겐쉬타인의 비판의 정체는 정확히 무엇인가?
둘째, 명제의 그림 이론이란 "정확히" 어떻게 동작하는 것인가?
셋째, "논고"의 5.542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나는 형이상학적 주체 개념을 이용하여 6.54를 아주 명쾌하게 해설할 수 있다고 믿지만 논문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 부분을 날려 버렸다. 내 생각에는 이 삭제가 나의 소논문을 훨씬 설득력있게 만든 것 같다.)

스스로 치하하고 싶은 것은, 나는 결코 문제를 우회하지 않고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혔다는 것이다. 사빌 가든에서 돌아오는 길 도로변의 아름다운 수풀들을 보면서 나는 비트겐쉬타인의 명제 이론을 그 풍경에 적용하는 방법들을 궁리하고 있었다. -훗날 영국에서의 나를 돌아보기 쉽게 이렇게 기록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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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사빌 가든에 다녀왔다. -발음이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푸른 잔디, 갖가지 수목들, 연못... 이것 좀 봐, 저곳 좀 봐 하면서 떠들다 보니 내가 어린 아이가 된 것 같았다.
기념품 가게에서 노트 두 권을 샀다. 하나는 한국에 있는 이모에게 줄 것이고 하나는 내가 쓸 것이다. 이모에게 줄 것은 영국 분위기가 물씬 나는 표지로 골랐다. -그래봤자 메이드 인 차이나이긴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한 일년만 지나면 내가 많이 진보할 것 같다는 상상을 하면서는 즐거웠다. 나는 지금 많은 문제들에 둘러싸여 있다. 그것들에 답을 줄 수 있다면 나는 많이 넓어지고 깊어질 것 같다. 일년 후에 지금의 내가 고투하고 있는 문제들을 바라보면서 그것들이 끔찍하게 쉽고 명백한 것들이라 짜증스러워 하는 나를 상상하는 것은 기쁜 일이다. 반면, 일년 후에도 지금의 내가 하고 있는 수준의 고민을 하고 있는 나를 상상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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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디터를 이맥스로 바꾸었다. 안녕, JEdit. 제이에딧은 프래그래머용 에디터다. 그래서인지 들여쓰기에 문제가 있다. 문단 구별을 빈 줄로 할 때는 상관이 없었지만 이제는 들여쓰기를 사용해야만 한다. 이리 저리 해결을 찾아 보았지만 실패. Openoffice의 Writer를 시험해 보았만 나의 넷북에는 너무 무거웠다. 나는 끊임없이 Crtl + S를 누르는데 Writer의 반응은 두려울 정도로 느렸다. 결국 이맥스. 다이 하드.

2. 학원 가는 길. 나의 몸은, 마치 충직한 말처럼 등 위에 올라앉아 졸고 있는 주인을 목적지까지 무사히 데려다 주었다. 어느 역에선가 지하철을 갈아타 입구 바로 앞에 섰고 그 문이 열릴 때 내렸다. 발 가는 데로 걷다 문득 정신이 들어보니 지금 집에 가는 길인지 어디 가는 길인지 모르겠더라. 구내에 붙어 있는 안내표지판을 보니 나는 킹크로스를 향해 걷고 있었다. 그렇다면. 습관은 생존에 도움이 된다.

3. 소논문을 해결할 좋은 방법을 생각해 냈다. 이에 필요한 자료를 모으다 머리 안에 공동을 느껴 잠시 쉰다고 누운게 오늘 아침이다. 잘 잤다. 솔직히 이 소논문이 소용에 닿을지조차 나는 확신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 이것이 전부인양 붙들고 있다. 우습기도 하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것이 전부인냥 붙들고 있지 않는다면 이 소논문은 결국 포기되고 말리라는 것이다. 소논문은 나의 충직한 말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그것의 충직한 말이 되어야 한다. 습관처럼 그것을 생각해야만 한다. 나는 그것을 뮤즈 여신의 왕림이라고 부른다.

4. 어제 기차 간에서 비트겐쉬타이의 노트북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말을 발견했다. 웬지 나에게 힘을 주더라.

I am almost inclined to give up all my eff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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