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민간 선박 공격 대 민간 선박 공격이라는 치킨 게임은 미국의 응전 포기로 끝이 났다.
예멘 후티군이 홍해의 주요 항구에 하룻밤 만에 무혈입성했다. 이 도시를 지키던 사우디 용병군 수천 명, 혹은 만 명 이상이 총을 내려놓고 장갑차 등의 키를 예멘군에게 순순히 건네주었다.
사우디 용병군들은 왜 이리 쉽게 항복했는가? 사우디 재정이 파탄나서 월급을 못받아서라는 얘기도 있는데 미국이 시작한 이 전쟁은 용병군 차원에서조차 전투의지를 상실케 하는 정당성 없는 전쟁이었을 것 같다.
사우디는 미국에게 공중 작전을 요청했으나 미국은 거절했다. 미국의 능력 밖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사우디의 빈 살만은 미국의 동맹국 대접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다시금 깨달았을 것이다. 미군이 서남 아시아에 존재하는 이유는 이스라엘 보호, 미국 자산 보호, 그리고 세계 전략 차원 때문이다. 그 뿐이다.
사우디는 엄청난 공군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왜 활용을 못하는가? 여러 설왕설래가 있다. 적어도 확인된 것 하나는 파키스탄이 사우디의 도움 요청을 거절했다는 것이다. 정확한 운용 형태는 알 수 없으나 파키스탄 용병들이 사우디 공군기 운용에 어느 정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라크에 있는 이란 연계 민병대가 사우디의 동서 횡단 파이프 라인의 펌프 시설을 박살내었다.
예멘과 이라크 민병대 관련해서 보자면 미국, 사우디 등이 사태를 다루는 방식이 잘못되었다. 이란을 고립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오히려 이란 연계 세력들을 자극했다. 예컨대, 예멘 후티가 전면전에 뛰어든 계기는 하메이니 장례식에 다녀오던 예멘 조문단이 탄 비행기를 사우디 측에서 공격했기 때문이다. 또 이라크 민병대가 사우디의 파이프 라인 시설을 박살낸 것은 얼마 전 미국의 공습으로 민병대 지도자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원적인 것은 모두가 미국이 약하다는 사실을 목도하고 있다는 것이리라. 예컨대 미국은 이란의 해안 근처만 폭격하고 있다. 이란 중부, 동부를 타격할 장거리 정밀 유도 미사일을 소진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란은 안심하고 탄도 미사일을 꺼내 발사할 수 있다. 덕분에 예멘군은 대범하게 진격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패배할 국가들에 베팅하지 않는다. 아무도 미국의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우디 등의 국가들은 현실을 인정하고 이란을 지역 강자로 하는 체제 안에서 안녕을 도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트럼프는 남은 옵션으로 이란 핵시설 타격 작전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국이 보유한 벙커 버스터 전부, 즉 6기 전부를 퍼부어도 이 핵시설을 파괴할 수 없을 것이라고들 예측한다. 반면 이란의 보복은 광범위하고 파괴적일 것이다. 예컨대 미군 구축함 하나를 침몰시킬 수도 있다. 세계 에너지 위기가 더욱 심화될 것도 분명하다.
미국이 남은 옵션들을 죄다 소진해 갈수록 세계의 사람들은 더욱 드라마틱하게 제국이 침몰하는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