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제 이란이 유조선 3척, 혹은 4척을 공격했다. 이 배들이 이란이 지정한 항로로 가지 않고 미국, 영국 등이 유도하는 오만 근처 항로를 따라갔기 때문이라고 한다. 양해각서에 따르면 호르무즈 통항에 대한 책임은 이란이 갖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미국은 그러한 약속을 지키는 국가가 아니다. 지난번 컨테이너선 공격 때는 컨테이너 몇 개만 부서졌지만 이번 것은 기관실을 타격한 심각한 공격이었다. 지난 번 공격 이후 오만 쪽에 붙어 통행하는 배들의 수는 잠시 줄었다가 다시 늘어나 전체 통행건수의 1/3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이란이 이런 배들에 본때를 보여준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이번 장례식을 거치면서 이란 국민들이 총체적으로 미국과 끝까지 붙어싸워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수도 있다. 후자 쪽의 가능성을 보는 평자들도 있다. 이란의 이번 민간 선박 공격에 의해 촉발된 공방전이 어디까지 번져갈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은 이란의 생명선이다. 이 해협으로 석유가 오가고 식량 등이 오간다. 페르시아만 국가들에게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이란에게 내준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이란은 이를 무기로 이들 국가들을 조이고 풀고 하면서 원하는 방향으로(예컨대 반미, 반이스라엘적 정책을 채택하도록) 통제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란이 이렇게 통제하지 않으면 이들 국가들은 언제든 미국에 붙을 것이다. 또, 미국이나 이스라엘과의 긴장 수준이 높아질 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선제적으로 봉쇄할 수도 있다. 그 긴장이 바로 폭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장하는 수단 하나를 갖는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주기적으로, 때가 되었다 싶으면 이란에 폭격을 가해서 이란이 정상 국가로 안정화되는 것을 방해하고 있었다. 이란 국민들이 더는 못살겠다 하여 시위를 벌이고, 소수 민족들이 반란을 일으켜 이란이 내전 상황에 빠지는 것이 미국-이스라엘-서방에게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이것이 그 유명한 분열시켜-통제한다는 원칙이다.


그러나 미국은 전쟁에서 이기기 힘들 것이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말고도 홍해도 막을 수 있다. 이란은 지난 번 전쟁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았다. 홍해를 막지 않았으며 사우디의 아람코 시설을 타격하지 않았으며 이스라엘의 담수화 공장을 폭격하지 않았다. 아마 전쟁이 다시 발발한다면 이 모든 것들을 이란은 할 것이다. 이란 국민들은 지금 처절한 분노 상태에 있다는 걸 고려할 만한 지성을 미국 당국자들이 갖고 있기를 바란다.


결국은 미국이다. 미국이 이란을 굴복시킬 좋은 시나리오를 갖고 공격 재개를 선택한다면 그것도 뭐 미국의 선택이니 그러려니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고, 아무런 전망도 없이 막무가내로 행동한다면? 그럴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이 전쟁의 늪에서 자기 힘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결국 중국이 중재자로 나서는 것일 것이다. 아마 그때 사람들은 제일패권의 붕괴에 대해 말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아둔하다. 시대가 바뀐 것을 인정하지 못한다. 미국 등의 서방이 아프리카에서 착취를 해먹는다고 해보자. 예전에는 그래도 되었다. 그래봤자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들이 달리 뭘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이라는 나라가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자원만 쏙 빼가지 않는다. 중국은 그 나라에 산업 시설도 지어준다. 지금은 그 아프리카 국가들에 서방이라는 수탈 기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또 다른 대안이 존재하고 있는 시대라는 것이다. 지금은 이란을 고립시켜 일방적으로 뚜드려 팰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이란은 그 위에 옆에, 러시아, 파키스탄, 중국 등을 동맹으로 불러모아 그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지금은 이란이 중국에서 위성을 사서 그것으로, 온갖 요격 미사일로 방어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핵 연구 시설을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는 그런 시대다. 지금은 세계 여러 국가들에 있어 미국 외의 대안이 분명하게 존재하는 시대이다. 미국과 그에 기생하는 서방 세력의 강압적 정책은 대안 세력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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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어권 신문에서 2030 남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있는(아직도 그러한가?) 이준석을 한국의 젊은 극우 정치인으로 기술한 것을 읽은 적이 있다. 해외 언론이 한국의 정치인에 대해 어떤 라벨을 붙이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걸음 살짝 떨어져서 이준석을 바라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준석은 여자, 장애인, 노인, 즉 전통적으로 사회적 약자로 불리는 사람들과 싸우고 있다. (아마 이준석이 서구권 국가의 정치인이었다면 이민자들과도 싸우고 있었을 것이다.) 이준석은 이런 계층의 사람들과 관련된 갈등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일까? 예컨대, 이준석은 노인들의 무임승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이준석의 제안은 지하철 공사의 적자 누적 문제에 대한 정책적 접근일 수 있고, 그런 한에서 나는 이준석의 용기에 박수를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이준석은 그 정책 발표 말미에 의도인지 실수인지, "무임승차한 노인들이 가장 많이 내리는 역은 경마장 역이다" 라는 말을 첨가한다. 그걸 보고 나는 이준석을 한국의 극우 포퓰리스트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의 2030 남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있는 정치인은 극우 포퓰리스트이다. 그는 갈등을 조장하고 증폭하여 거기서 이득을 취하는 정치인이다. 


정치적인 차원을 잠시 떠나보자. 여자, 노인, 장애인과 싸우고 있는 젊은 정치인이란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미학적으로 그 사람은 어글리하다. 추하다. 이러한 미학적 기준을 자의적이라 비난할 것인가? 그러나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이 곧 자의적인 것은 아니다. 미국 프로야구의 월드 시리즈에서 일본 출신의 엘에이 다저스 선수 오타니와 야마모토는 그야말로 눈부신 활약을 했다. 특히 야마모토는 부상의 위험을 감수하고 팀을 위해 헌신했다. 이런 선수에 대해 사람들은, 멋지다, 존경스럽다는 감정을 갖는다. 물론 그런 감정을 갖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바보, 다치면 자기만 손해인데... ㅉㅉㅉ. 즉 '자기 손해" 일 수 있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가진 사람에게 야마모토는 멋진 사람이 아니다. 비슷한 계열로, 자신의 이익을 해친다고 보는 일에 대해서는 결코 묵과하고 넘어가지 않는다는 기준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학습권을 침해했다며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연세대의 몇몇 학생들의 경우가 그렇다. 이러한 예들에서 내가 느끼게 되는 감정의 주소를 정확히 찾을 수 없으므로 나는 그것들을 미학적 감정에 속하는 것으로 치부한다. 요컨대, 그 연세대 학생은 추하다. 이런 예들에서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절대적인 것까지는 아니겠으나 그렇다고 자의적인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것이 자의적인 감정으로 치부될 수 있을 때 인간이란 종은 다른 역사를 살고 있을 것이다.)


사회는 자신을 넘어서는 사람을 칭찬하고 그렇지 못하는 사람은 좋게 보지 않는다. 동양 전통에서라면 전자는 군자로, 후자는 소인으로 불렸다. 소인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부정적인 모든 것. 짜증내고, 화내고, 안절부절하고 등등. 이는 무능의 징표이다. 소인의 무능은 자기 콘텐츠를 생성함에 있어서의 무능이다. 그러므로 소인은 부화뇌동한다. 남들 하는 것을 따라한다. 비극적으로 유명을 달리한 정치인을 희화화하고 그것을 놀이 대상으로 삼는 것에 무슨 재미가 있을까? 그 재미는 또래 집단의 문화에서 소외되어 있지 않다는 것에 대한 확인일 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네들 스스로도 죽은 정치인의 이미지를 갖고 노는 것에 마음이 완전히 편하지는 않으리라고, 즉 그들 스스로 자신의 추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그네들은, "재밌잖아요?" 라는 변명거리를 마련해 둔다. '재미'라는 단어가 주인을 잘못 만나 또 이렇게 고생한다.


예를 들어 물리학자 파인먼은 방정식을 이러 저리 비틀며 전개하는 일을 즐겼다. "뭐 하고 있죠? 왜 그런 쓸데없는 일을?" "재밌잖아요?" 파인먼의 중요한 업적들은 그러한 사고상의 놀이의 부산물이다. 리눅스를 처음 개발한 리누스 토발즈에게 어떻게 그런 엄청난 시스템을 만들게 되었냐고 물으니 그의 대답이 "재밌잖아요!" 였다. 즉, 재미라는 말은 자기 생산의 순수한 즐거움을 표현하는 말이다. 그런데 어쩌랴, 자기 생산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그네들은 자신의 무능, 추함, 부화뇌동, 무책임을 덮기 위해 그 단어를 사용한다. 추함은 동조 집단에 들기 위한 회원료이기 때문에 감수해야 한다고 그들은 생각한다.


야구는 비생산적인 인간 활동인 스포츠에 속한다. 그러므로 그것에 약간의 현실성이라도 부여하기 위해 유니폼을 갖춰 입고 예를 갖추고 엄격한 규칙을 따르면서 수행한다. 특히 야구는 야구공이나 방망이가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선수들 사이의 물리적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이러저러한 불문률을 갖는다. 예컨대, 프로야구에서 주로 적용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큰 점수 차에서 이기고 있는 팀이 도루를 하지 않는다는 것 등등. 그런데 이기고 있는 팀이 응원이라는 명목 하에 지고 있는 팀을 조롱한다? 이는 해당 팀의 야구나 스포츠에 대한 소양이 완전히 부재하다는 것 말고는 달리 설명이 되지 않는다. 아마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은 오타니나 야마모트를 존경하고 동경할 것이며 그들을 롤 모델로 하는 선수들도 꽤 있을 것이다. 아마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도 미국의 월드 시리즈 최종전의 그 깔끔한 최고급의 경기를 즐겼을 것이다. 어떻게 그런 멋진 최고급의 경기가 가능했을까? 최고의 선수들이 집중하며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이런 최고의 경기를 망쳐버리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상대를 흔들고 경직시키기 위해, "밤밤 히로시마!", "미국의 51번째 주!"를 외치면 된다. 최고급과 진흙탕 사이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을 수 있다. 최고급에 이르는 것은 너무 힘들지만 진흙탕을 만드는 일은 너무 쉽다. 그러므로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렇다: 너무 쉬운 길로만 가려하지 말자. 진흙탕을 만들고 약자를 조롱하고 남이 하는 대로 따라하는 일은 너무 너무 쉬운 일이라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지 않으면 중력에 따라 자연스레 그러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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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쟁이 발발하고 열흘 쯤 지나서 뚱딴지같은 뉴스가 떴다. 이란이 종전 조건으로 미군의 역내 철수, 재침공하지 않겠다는 보장, 그리고 배상금 지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언론에서 연일 이란 불바다, 테헤란 불바다 뉴스를 쏟아내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 십일이 지나 이란의 이런 요구들은 양해각서에 거의 그대로 반영되었다. 앞으로 종전 협정서같은 것이 작성될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몰라도 그런 것이 작성된다면 거기에도 이란의 이러한 요구가 똑같이 반영될 것이다. 개전 초기에 이미 미국은 자신들의 군전력으로 이란의 핵심적인 군 자산을 파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해제시킬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이란의 탄도 미사일로부터 페르시아만 연안의 미군 기지들과 동맹국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스라엘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을 완전히 인식했다. 이런 것들이 종전 양해 각서를 낳은 물질적 조건들이다. 이러한 조건들이 변하였다는 어떠한 징후도 없다. 


엊그제 미국과 이란의 상호 교전에 관한 뉴스가 있었다. 이란이 지정한 항로를 따르지 않고, (미군의 유도 등을 받아) 오만쪽으로 붙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배들이 상당수 있었는데 이란이 그 중 컨테이너선 한 척에 드론 공격을 가한 것이다. 이란은 4기의 드론으로 공격했고 미해군이 3기를 요격했으나 컨테이너선은 나머지 한 기의 타격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미국과 이란은 서로 양해 각서 위반이라며 보복 공격을 했지만, 양측 다 확전을 피하기 위해 형식적인 공격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컨테이너선 피격과 미국과 이란의 상호 교전으로 오만쪽에 붙어 나오는 배의 수는 확실히 줄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무효화하기 위해 계속 이런 저런 시도를 할 것이다. 양해 각서에 뭐라 쓰여 있든 말이다. 이란은 양해각서같은 종잇장이 이란을 보호해 줄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최근에 공개되고 있는 위성 사진에 따르면 이란의 탄도 미사일과 드론은 매우 정밀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물질적 수단만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미국의 밴스 부통령은 이번 양해각서가 시간 벌기용이라 말한다. 석유 비축량과 탄약이 채워지면 전쟁을 재개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일부 미군 전력이 증강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란 입장에서는 미국의 재침공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란이 원하는 것은 탄도 미사일 역량 등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것 뿐이 아닐 것이다. 진정한 힘은 자신의 힘을 타인에게 투사하여 그것을 관철할 수 있음을 뜻한다. 이란은 지역 패권국을 지향할 수 밖에 없다. 그 첫 번째 시험대는 레바논에서의 자신의 대리 세력을 보호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미국은 양해각서 1조에 아무 생각이 없었던 듯 한데 그 함의는 이란과 이스라엘에게 매우 크다. 이란은 1조가 충족되지 않으면 본 협상에 임하지 않고 시간을 끌 것이다. 이란은 그 시간 동안 이란 대 중동 전체라는 대결 구도를 이스라엘 대 중동 전체로 바꾸어 놓으려고 애쓸 것이다. 나는 이란이 성공하리라고 본다.


(미국이 지난 세기부터 유엔에서 한 일이라고는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비토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이스라엘을 막무가내로 보호해주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의문이 미국 내에서도 제기되었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미국 정치에 대한 유대인 로비 그룹의 강력한 힘 때문이다. 이제 이 로비 그룹의 영향력이 허물어져가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유대인 로비 그룹의 돈을 받은 정치인들이 선거라는 과정을 통해 축출되고 있다. 공화당에서도 몇 년 안에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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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이 양해 각서 서명을 완료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양해 각서란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는 문서이기 때문에, 빠르면 월드컵이 끝난 후 파기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양측이 합의를 깰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나는 고질적인 낙관론자이다.)


이란은 이번 합의를 통해 얻고자 한 모든 것을 얻었다. 호르무즈 통행세(서비스 차지?) 문제도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낸 것 같다. 이란이 합의를 깰 이유가 없다.


미국이 이란에 많은 양보를 하면서도 이번 양해 각서에 서명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째는, 국제적 에너지 위기. 미국이 비축유를 풀면서 유가 방어를 하는데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전쟁을 두 어 달 더 끌면 앞으로의 문제는 고유가가 아니라 원유 자체의 부족이 될 것이다. 둘째, 미국의 군자산을 중동에 계속 몰아넣고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동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하루 빨리 종식하고 자신의 앞가림(아메리카 대륙과 인도-태평양에서의 중국 세력 억지)을 해야 한다. 허튼 데 탄약과 군자산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 이러한 상황이 단시일 내에 변할 것 같지는 않다. 즉, 미국이 이번 합의를 깰 이유가 없다.


본협정 단계에 들어가면 특히 핵문제에서 양측이 이견을 좁힐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이 애초 원했던 것은 기존 고농축 우라늄을 해외 반출하고, 앞으로의 농축 할동은 한 세대 정도 유예하는 것이었다. 즉, 미국은 이란의 핵기술 역량, 즉 이란 핵기술자의 역량을 아예 무력화할 것을 요구했었다. (한 세대 동안 핵기술에서 손을 떼면 이란의 핵역량은 무력화된다.) 그런데 나는 이번 양해 각서에서 미국이 이미 이러한 입장을 포기했다고 본다. 양해 각서에 양국은 상대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는 그동안 이란이 주장해 오던 것이었다. 즉, 핵기술 개발은 각국의 주권 사항이라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이란 말이 맞다. NPT나 IAEA같은 프레임워크 안에서 핵을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각국의 주권 사항이다. 아마 미국과 이란은, 기 고농축 우라늄은 국제 기구의 감시 하에 이란 내에서 희석하고, 앞으로의 농축 활동은 오바마 협정에 준하여 한다는 데 어렵지 않게 동의할 것이라고 본다. 관련하여 한 가지를 더 언급하자면 최근 뉴스에 이란이 미국에, 미국이 이란을 재침공하면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선언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것이 있었다. 미국은 중동에서 이렇게 긴장을 극대화할 이유가 없다. (이란은 호르무즈 통제권을 유지하는 한 구태여 핵무기를 보유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란이 잘 생각해서 결정할 사항이겠지만...)


그렇다면 당연히 이번 전쟁 왜 했는가 라는 질문이 나온다. 답은,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을 위한, 이스라엘에 의한, 이스라엘의 전쟁이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적대적 환경에 둘러싸여 있는 소국이다. 그러므로 국가가 영속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이스라엘의 답은 그레이터 이스라엘이라는 프로젝트, 즉 이스라엘 팽창주의였다. 이 프로젝트의 두 가지 큰 고비 중 하나가 이란의 무력화이고 그 다음이 터키인데, 이번에 그 첫 번째 고비에서 이 프로젝트는 영구히 좌절된 것으로 본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황당하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이스라엘은 나토의 일원이자 군사 강국인 터키를 주저앉혀야 한다. 누구의 무기로? 미국과 유럽의 무기로. 즉, 나토의 무기로. 더구나 터키와 전쟁이 나면 그리스도 참전하게 될 것이다. 유럽에서의 또다른 전쟁. 이스라엘의 이런 망상적인 모험주의에 미국이나 유럽의 어느 나라가 동조할 수 있을까?) 미국과 이란의 양해 각서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레바논에서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즉 팽창주의 노선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전쟁을 지속할 수 없다. 이미 영국이 이스라엘에 전쟁을 멈추라고 압력을 주기 시작했다. 유럽은 경제적, 군사적으로 이스라엘에 쓸 수 있는 레버리지가 많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다. 그만큼 이스라엘은 자급률이 낮은 소국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차피 이스라엘의 공공연한 팽창주의는 이미 역풍을 맞고 있는 중이다. 이스라엘 팽창주의의 직접적 목표가 되는 터키, 이집트, 사우디 아라비아 등이 군사 협의체 논의를 시작했다는 뉴스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양해 각서의 가장 놀라운 조항은 첫 번째 조항, 즉 전 전선에서의 전쟁을 영구적으로 종식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말로, 미국이 이스라엘의 팽창주의를 저지할 것을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다. 이스라엘로서는 충격적인 조항이지만 미국으로서는 논리적인 선택이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전쟁을 계속하면 이란이 이스라엘을 탄도 미사일로 공격할 것이고, 그러면 미국 함대는 이스라엘을 위해 그것들을 요격해주어야 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이는 미군의 군자산을 중동에 계속 묶어두면서 아까운 탄약을 지속적으로 소모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국제적 에너지 위기는 덤으로 따라온다. 


(물론 이러한 미국의 "배신"은 미국내 이스라엘 로비 그룹의 분노를 낳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트럼프에 대한 개싸움이 시작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트럼프든 누구든 미국의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위해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러므로 나는 이번 양해 각서가 실질적인 종전 합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번 전쟁 초기에 카타르 외무부 장관이 한 말이 기억난다. "전쟁이 어떻게 되든 우리 옆에는 이란이 계속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사갈 수도 없고 그들이 이사갈 수도 없다. 그러므로 공존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역사적으로 유럽은 그러한 공존에 성공하지 못하고 두 번씩이나 세계 전쟁을 벌였다. 이렇게 된 데에는 유럽 각국이 고만 고만하다는 데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미국이나 중국같은 큰 나라가 지역 안정을 보장해주어야 하는 이유다. 어차피 이란은 중동 아랍 국가들과 사이가 개선될 수 없다. 그러므로 이란은 중국을 끌어들여 중동 지역의 평화를 보장하려 하고 있다. 다양한 보장 체계를 구성하여 중동에 평화가 안착하기를 기원한다. - 나 개인적으로는 5년 안에 이란 여행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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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이 곧 종전 양해 각서에 서명할 것이라 한다. 좋은 뉴스다. 이것으로 이번 전쟁이 완전히 끝이 나기를 희망해본다.


이번 전쟁의 승자가 누구고 패자가 누구인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일인 것 같다. 특히나 이란에 있어서는 그렇다. 어느 나라에 있어서나 최고의 전략적 목적은 실존에의 위협 없이 번영하는 국가를 건설하는 일일 것이다. 이란 입장에서 보면 핵보유나 호르무즈 해협 통행세 같은 부정적 수단없이 이러한 목적을 이루어 낼 수 있다면 최상일 것이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 분명한 괴리가 있겠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바 이란은 현명한 나라이기 때문에 잘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북한은 자신의 생존을 스스로 보장하기 위해 핵보유를 선택했다. 그러나 그 선택은 번영이라는 또다른 목적에는 분명한 장애가 되고 있다.)

희망적인 뉴스가 하나 더 있었다. UAE가 이란에 백억 또는 이백업 달러 지원금을 주기로 약속했고 이미 그 일부 대금은 집행을 마쳤다는 것이다. 당연히 미국의 동의 하에 이루어진 일이고, 그 반대 급부는 이란이 UAE에 더 이상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고 보도되고 있다. 지난 번 아파치 헬기 피격 사태 때 이란이 UAE에 보복 공격을 하지 않은 이유가 이렇다는 것이다.

UAE는 이번 전쟁 때문에 경제가 절반 수준으로 절단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UAE가 아무리 친미나 친이스라엘로 밀착해도 바로 코 앞의 이란으로부터 UAE를 보호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현대 전쟁은 서구 세력의 이권 놀음의 부수물일 뿐이다. 이번 이란 전쟁도, 이스라엘로서는 지역의 강대한 적을 눌러 앉히기 위해, 미국으로서는 기존 이란 정권을 몰아내고 친미 팔레비 괴뢰 정권을 내세워서 이란의 자원을 통제하고, 그것으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벌인 전쟁인 것이다. 보통 같으면 영국이나 프랑스같은 퇴락한 제국주의 국가들이 끼여 들어 이것 저것 줏어 먹었겠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실패가 너무 자명하여 이네들이 쉽게 동참할 수 없었다. 반복되는 역사이고 반복되는 경험이다. 이번 전쟁으로 중동 국가들이 깨달은 바는 분명할 것이다. 즉, 지역에 평화 프레임워크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중동 지역은 공멸이라는 것이다. 공존을 위해서는 상대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UAE 입장에서 보면 이란은 광대한 영토, 인구, 자원, 역사를 가진 나라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런 나라를 다른 강대국에 기생하면서 그것의 힘으로 눌러앉히려고 모의해보았자 최선의 결과가 공멸이라는 것이다. 이란도 자신의 체급이 지역 내 국가들에게 위협적으로 보일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그들의 얘기를 경청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어쨌든... UAE는 미국에게 이란의 공격을 막아달라고 강력히 요구했을 것이고 미국은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답했을 것이다. UAE는 그렇다면 자신이 직접 이란과 접촉할 것이라고 미국에 통보했을 것이고 미국은 이를 허용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UAE는 이란에 막대한 자금을 보낼 것이라고 미국에 다시 통보했을 것이고 미국은 이를 묵인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 쇠퇴를 목도한다. 중동에 영구 평화 프레임워크가 구축된다는 것은 미군이 이 지역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은 중동에서 철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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