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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 - The Chas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2008년 3월 4일
1. 오래간만에 영화를 보았다. 약속과 약속사이 애매하게 시간이 비어서 가까운 극장으로 가서 시간이 맞는 것으로 봤다가.... 소름끼치고 무서워서 밤에 잠을 못잤다.
김윤석의 연기는 장인의 경지이고, 연쇄살인범을 연기한 하정우는 지금도 그의 얼굴을 보기가 두렵다.
2.
리얼함이 전부이고 힘이다. 사실보다 더 사실적인.
연쇄살인범과 그를 쫓는 악덕포주. 그속에 위선적이고 무능력해서 분통을 터뜨리게하는 경찰.
스토리라인은 단순한데, 영화가 시작된 이후 줄곧 몰입하게 하는 힘이있다.
과장됨없이 사실적인 액션연기, 무능력하고 위선적인 경찰에 대한 표현, 날것 그대로의 거친 단어들, 상황을 피해가거나 눈물로 대충 감추거나 권선징악의 구도에서 벗어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려하는 것이 힘이다.
그래서 달리는 엄중호의 땀방울도 피해자들의 피도 사실같고,
연필깍는것을 묘사하듯이 살인행위를 묘사하는 연쇄살인범의 낯익은 평범한 얼굴이 무섭다.
마침내 동네 슈퍼 아줌마가 담배사러온 그에게 망치를 줄때에는 경악한다.
'아~~악. 도대체 우리는 어떤 세상을 살고 있는거야.'
단순히 이웃에 살인마가 살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넘어
사회적으로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는 성매매여성들,
그녀들에게 너무 폭력적인 세상과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그녀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보다 한껀 잡아 성과를 올리려는 위선적인 경찰
따지고 보니 내가 살고 있는 이땅의 현실이 영화에서 남김없이 발가벗겨져 재생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두려움이고 곧 영화의 힘이다.
3.
개성적인 캐릭터
1) 악덕포주 엄중호는 비리로 옷을 벗은 전직 경찰이다. 그런데 그가 어디선가 죽어가고 있는 그녀를 살리려고 기를 쓰고 달린다. 악덕포주가 사람을 구하러 달리고, 경찰들은 뻘짓만 한다.
상식적으로 악덕포주는 참 나쁜 사람이다. 뭐 할짓이 없어서 성매매여성을 갈취하여 사는가. 그런 악덕포주가 사람을 구하려 기를 쓰는것이 이상하지 않게 만드는 표정과 연기의 힘이 김윤석에게 있다.
삶의 고통과 절망을 아는, 세상의 위선에 속지 않는, 잘난척하지 않는,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이를 악물어야 할때 쉽게 포기하지 않는.
2) 이웃에 사는 낯익은 얼굴의 살인마 지영민.
두배우의 연기가 더이상 좋을 수 없다.
4.
신인감독 나홍진.
세상을 재창조하는 필름 안에서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재구성하는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