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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증인 ㅣ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Mickey Haller series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6월
평점 :
1.
얼마만에 보는 코넬리인가. 이번에는 미키 할러. 링컨차를 타는 해리 보슈의 이복 동생 변호사, 반갑다.
서브프라임 버블 붕괴로 인한 주택담보 문제, 대출을 갚지 못해 집을 빼앗기게 된 사람들의 문제가 배경이다.
마이클의 군더더기 없는 경제적인 문장은 여전히 좋다.
2.
법정드라마는 내 취향은 아니다.
보통의 범죄수사물은 사건발생, 탐정(경찰)의 수사, 단서, 의혹, 인과에 의한 추리를 따라간다.
수사하는 단계부터 주인공과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아는 정보는 독자도 안다.
사건과 가깝고 인물들의 감정상태, 생각이 읽힌다. 이건 진실을 찾는 게임. 즉 보슈의 스탈이다.
법정드라마는 다른 게임이다. 무엇이 진실인지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배심원을 설득할 것인가가 관련이고 이것은 대체로 쇼처럼 진행된다.
범인과 탐정의 대결이 아니라, 검사와 변호사의 대결이다.
법정안에서의 룰이 있지만 이 룰은 배심원에게 보여지는 극적인 효과를 위해 흔히 위반된다.
룰 안에서 검사와 변호사가 각각 증인과 증거를 제시하며 사건을 해석하는 다른 관점을 보여준다.
누구의 해석이 더 그럴듯한가.
그래서 검사와 변호사는 총감독이 되어 기획하고 눈빛, 발걸음, 목소리, 태도를 모두 맞추어 연기를 한다.
법정스릴러는 이 과정을 잘 보여주면 흥미롭다.
논리적으로 치밀하려면 지루하기 쉽고, 박진감이 넘치는 경우 허술해서 김빠지기 쉽다.
코넬리는 이 방면에서도 선수다.
사건의 맥락과 큰 그림에 맞추어 진행하다 지루해질때쯤 새로운 단서와 방향으로 흥미를 일깨운다.
3.
나는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가까이 모여서 있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몇걸음 물러서서 샌타모니카 산맥의 한쪽 면이 보이는 창가로 걸어갔다. 산마루 끝에 서 이쓴 외팔보 집들이 보였다. 다음 번 지진때 톡 떨어질 준비를 하고 있는 성냥갑 같았다. 나는 저렇게 벼랑 끝에 매달려 사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잘 알았다.
이런 표현이 좋다.
아마도 코넬리는 베스트셀러 작가이기 때문에 돈을 엄청 벌었을텐대 여전히 가난하고 위태로운 사람들의 마음을 잘 표현한다.
베트남 참전용사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영혼이 망가지는 것을 안타까워 하던 첫번째 해리 보슈 이후 지금까지
이런점이 대중소설 작가로서 콜넬리의 장점이라고 생각해.
나는 시스코를 바라보았다.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은 이젠 연기가 아닌것 같았다. 우리 둘다 허브 달이 검찰 측 주장을 근본부터 파괴해서 무너뜨릴 수 있는 거대한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리사 트래멀이 대단히 비호감이기는 하지만 결백한 의뢰인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미키는 애초에 형사사건 의뢰인에게 진실이 무엇인지 묻지 않는다.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뿐이다.
리사는 작품속에서 내내 비호감이다. 우와, 짜증나. 저런 허영심 가득한 여자를 어떻게 변호해, 싶은 대목이 여럿이다.
그런대 캐릭터의 매력은 이런 곳에서 나온다.
미키 캐릭터는 진실에 대한 관심없이 돈만 밝히는 엄청 똑똑하고 차가운 변호사다.
하지만 읽다보면 의외로 매우 예민한 감성으로 선악을 꿰뚫어 보고 싶어 한다.
입으로는 진실이 뭔지 관심없다고 말하지만, 사실 진실을 보는 것이 어려울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
뭐랄까, 결국은 정의를 아는 변호사니까 미워할 수 없다는건대, 나는 미키 캐릭터가 어물쩡 정의로워지는 것에 반대다.
이런 경계에 선 위치가 미키 캐릭터의 재미이기도 하다.
리사는 비호감이지만 결백한 캐릭터다. 이런 의외성이 소설의 재미를 더해준다.
호감이 가는 캐릭터의 결백, 비호감 캐릭터의 범인은 식상하고 재미없다. 진실도 아니지.
호감가틑 캐릭터가 뒤통수를 쳐 악랄한 범인인 것이 밝혀지면 반전이고
비호감 캐릭터가 결백하면 소설의 디테일이 재밌다.
현실도 그렇다.
다만 마무리의 반전은 무리다.
이 모든 것을 혼자서 모두 계산하고 연기하며 이 결론에 이르렀다고? 억지다.
마이클 스럽지 않아. 욕심을 과하게 내는 오바하는 결론이다.
미키가 검찰청장에 입후보가는 새로운 시도도 미키 스럽지 않지만, 새로운 시도니까. 다음편을 기대한다.
4.
깜짝 파티는 미키를 위한 것이 아니라 독자들을 위한 것이다.
해리 보슈와 매디까지 참석해서 눈인사를 한 셈이다. 흐뭇했다.
우린 1년전에 내가 특별검사로 참여한 사건에서 함께 일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와 같은 편인 것이 좋았고, 그 일을 계기로 계속 가까이 지낼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기대대로 되지 않았다. 보슈는 여전히 나와 거리를 두고 있었고, 나는 그런 그에게 서운함을 느꼈다.
보슈. 그러지 마라. 미키가 형이 좋다고 하지 않니.
두 형제가 한 작품에서 활약하는 다음편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