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재나 마르틴 베크 시리즈 1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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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페르 발뢰와 나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로 스웨덴 사회가 십년에 걸쳐서 변해가는 모습을 기록하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좌파의 시각에서 사회를 묘사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처음에 시리즈의 부제를 '범죄 이야기'라고 붙였는데, 여기에서 범죄란 말은 사회가 노동계급을 버렸다는 뜻으로 사용했죠. 

멋지다. 마이 셰발의 한국어판 서문중 일부분이다. 

한국에서는 언제 이런 서문이 붙은 '범죄 이야기'를 볼 수 있을까? 


페르와 나는 부르주아 가정에서 자랐다는 배경과 똑같은 종류의 문학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상당히 비슷했습니다. 운이 좋았지요. 우리는 말이 잘 통했습니다. 늘 장단이 잘 맞았습니다. 

행복했겠네. 부러워라. 짧지만 인상적인 서문이다. 


심지어 셰발의 한국어판 서문 다음에는 헤닝 망켈의 서문까지 붙어 있다. 

처음 읽었던 사십년전 열일곱살때 처럼, 지금도 이 소설은 변함없이 나를 사로잡는다. 

책앞에 너무 화려한 수사로 찬사가 붙어 있는것들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책이 내용이 좋으면 굳이 작품앞에 뭘 더 붙일 이유가 없으니까. 

그러나 헤닝 망켈의 서문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포가 1800년대 중반부터 쓴 소설들이야말로 현대 범죄소설의 원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나는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 의견은 범죄소설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가 오늘날까지도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임을 보여줄 뿐이다. 사실 범죄소설의 뿌리는 훨씬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전 그리스 비극을 읽어보라. 무엇에 대한 이야기 인가? 개인과 사회가 상호간의 적의에 사로잡혀 결국 폭력, 범죄, 처벌을 낳는 이야기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도 범죄소설의 주된 요소들이 반영되어 있다. 물론 경찰은 없지만, 조사가 있고 분석이 있고 잔인한 범죄의 이면에 누가 혹은 무엇이 감춰져 있늕를 밝혀내려는 시도가 있다, 우리는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모두 그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극렬히 동의한다. 내가 하고 싶던 말이야. 셰익스피어 뿐 아니라 도스토예프스키도. 

역시 망켈. 최고로 인상적인 서문이다. 

망켈이 범죄소설에 대한 애정표현을 하면서 로제나로부터 스웨덴, 북유럽 추리소설의 전통이 시작되었다고 일러준다. 



2. 

확실히 45분에 한사건(가끔은 두사건이나 세사건도)씩 해결하는 CIA에 비하면 겁나 느리다. 

6개월이 지나도록 피해자의 신분 조차 확인이 안된다. 

사건은 정체되어 있고, 경찰들은 중년의 피곤한 남성들이다. 

이 느린 속도가, 소설의 장점이다. 

퍼즐을 풀거나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웨덴 사회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많이 다르다지만 그래도 나는 읽어면서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여러명의 경찰이 나오는 적당한 부피의 이야기 

속도와 함께 부피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최근 유행하는 크라임 스릴러는 정신없이 빠른 속도와 함께 너무 길고 두껍다. 

속이 빈것을 양으로 채우려는 듯이 느껴질때면 재미없기 마련이거든.


로제나는 느린 속도로 삶을 보여주고, 적당한 부피로 겸손하다. 잘난척하거나 오바하지 않는다.

로제나 한작품으로는 썩 좋다거나, 최고로 좋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이런식으로 10편의 작품이 있다니 기꺼이 기대하고 있다.  


아무런 단서없이 시작해서 굼뜨고 더디게 하나하나 새로운 단서를 추적해간다. 우연은 하나도 없다. 이것도 중요하다. 

인내와 끈기를 가진 경찰들이 포기하지 않고 추적한 결과로 얻은 단서들이 다시 막다른 골목에 부딪히기도 한다. 

무엇하나 쉬운게 없다. 이런점이 좋아. 느리고 끈질기고 그렇지만 인과가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내가 좋아하는 북유럽 스릴러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라네. 

헤닝 망켈, 리 차일드, 요 네스뵈, 마이클 코넬리, 이 분들은 내가 최고로 꼽는 작가들인대

이 작가들이 모두 극찬이라기 보다는 존중을 표한 시리즈다. 

그들의 존중이 옳다. 

앞으로 9권이 더 남은 재밌는 시리즈가 생겼다. 기대하고 있다. 

땡큐. 엘릭시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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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위해 산다
더글러스 프레스턴.링컨 차일드 지음, 신선해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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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맞은편으로 한 남자가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그는 기드온이 지금까지 봐온 사람들 중 가장 특이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새치가 가득한 갈색 머리털은 반삭으로 쳐 올렸고, 깊은 눈두덩 한의 회색 눈동자는 기드온을 날카롭게 쏘아보고 있었다. 그런데 한쪽 눈동자뿐, 다른 쪽 눈은 해적처럼 검은색 실크 안대로 가리고 있었다. 오른쪽 어룰에는 톱날처럼 깔쭉깔쭉한 흉터가 세로로 길게 그어져 있었는데, 이마에서 시작된 흉터는 안대로 가린 눈과 볼, 턱을 지나 빳빳하게 다린 푸른색 셔츠 깃 속까지 쭉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검은색 핀 스트라이프 정장이 악당의 모습을 완성시켰다. 

휠체어에서부터 회색안대를 지나 깔쭉깔쭉한 흉터와 검은색 스트라이프정장까지. 경쾌한 악당의 모습. 

전형적인 가벼움의 경쾌함. 이 책의 특징이다. 

1년정도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인공까지도 무겁지 않다. 가볍고 시원시원. 못할 미션도 없고. 

까잇거, 내일일은 내일 생각하고. ^^


팬더개스트 시리즈중 몇편을 재미있게 읽었다. 

더글러스 프레스턴과 링컨 차일드는 인상적이야. 

팬더개스트는 매우 독특하게 쿨하고, 그 존재가 신비하면서도 희안하게 허무맹랑하다는 느낌은 아닌 

매력적인 캐릭터다. 

팬더개스트 시리즈는 좀 무거운 편이어서, 쉽게 손이가지는 않지만, 

뭐랄까 밤이 춥고 긴 겨울을 위한 몰입도 높은 소설이랄까. 


두작가의 새로운 캐릭터로 첩보스릴러가 나온 것을 도서관에서 보고 냉큼 빌려왔다.    

기드온 크루도 시리즈로 기획된 스릴러물이라고 생각한다. 

팬더개스트가 소수의 충성파 팬덤을 거느릴 수 있는 캐릭터라면

기드온 크루는 훨씬 대중적인 방식의 빠른전개로 많이 가볍다. 

팬더개스트를 기대했다면 실망하겠지만, 이렇게 휘리릭 볼 수 있는 가벼운 스릴러도 나쁘지 않다. 

굳이 선택하라면, 내 취향엔 팬더개스트에 한표. 

기드온 크루같은 캐릭터는 아주아주 많지만, 팬더개스트는 팬더개스트 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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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다시 벚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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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미여사가 사연 많은 젊은이 쇼노스케를 시작으로 도미칸 나가야, 가난뱅이 동네를 통째로 보여준다. 

찬바람 불어 추운날은 동네 꼬마 아이들이 얼어죽지 않으려고 널담을 부셔뜨리고 쪼개어 불쏘시개로 쓸만큼 가난한 동네 

관리인과 선생님과 노비와 글방을 하는 낭인 무사와 책장사와 노점상, 그리고 욕심사나운 그의 어머니

날품팔이 바느질쟁이와 그녀의 딸, 술주정뱅이 생선장수와 그의 어른스런 아들, 채소행상부부. 

하여튼 미미여사스럽게 구석구석 시시콜콜, 비록 가난하지만 밝고 저마다 사연있는 사람들을 펼쳐서 보여준다. 

한꺼번에 우루루 등장해 저마다 자기얘기를 하는대, 금새 알아볼수 있고 서로 헷갈리지 않는다. 

딱 봐도 금새 알수 있어. 

캐릭터들을 워낙 개성적으로 잘만들어 서로 어울리게 배치 해 놓았다는 말씀. 흐뭇하다. 


200년쯤 전의 에도시대 사람들을 어떻게 미미여사는 지금 바로 옆에서 이웃을 보고 쓰는듯이 생생하게 쓸까. 



2. 

쇼노스케는 머리회전이 빠르지만 마음이 약하고 순한 도련님 스타일이다. 

음모에 희생되어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의 사건을 밝히기 위해 에도로 와서 유능한 관료 사카자키의 도움을 받아 지내고 있다.

가난한 도미칸 나가야의 사람들도 서적상 지헤에도 모두 이 수한 청년 쇼노스케의 겸손한 태도와 고운 마음을 알아보고 

그를 좋아한다. 

착한 서로를 알아보는 눈빛이 봄날처럼 화사한 동네다. 


알콜중독 아버지와 사는 씩씩한 골목대장 열두살 아이 다이치. 

다이치의 착한누나 긴은 시골에서 온 책방 필사선생 쇼를 좋아하고 나름 적극적인데 

쇼는 긴을 귀여워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몰라주면서 난데없이 

도미칸 나가야 뒤 강둑의 벚나무 아래 서 있던 꿈인지 환영인지 알 수 없었던 단발머리 여인이다. 갓 피기 시작한 벚꽃처럼 조신하고 쓸쓸해 보이던, 그러면서 쇼노스케의 시선을 빼았았던 여인이었다. 

꿈인지 환영인지 알수없는 벚꽃같은 단발머리 여인을 쫓느라 정신이 없다. 

긴이 마음 아프겠네. 눈치없는 쇼.  


어린 나이에 이미 세상물정 다 알아버려 사람을 한번 척 보면 직관으로 속까지 알아채는 다이치와 

변방에 살다가 에도로 와서 물정 모르는 순진한 스물두살 총각 쇼의 대화가 재밌어. 


턱없이 순진한 쇼와 몸에 컴플렉스가 있는 규수 와카의 봄바람에 온동네 사람들이 이목을 집중하며 도와준다. 

내놓고 도와주며 자기일처럼 밀어붙이는 사람이 있고, 멀찍이 구경하다 슬쩍 지원하는 사람도 있다. 웃었네. 


오래간만에 미미여사의 에도시대가 밝고 화사하다. 

쇼와 와카의 사랑이 무엇보다 화사하다. 

쇼에게는 할복한 아버지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있고, 와카에게는 얼굴과 몸에 눈에 보이는 상처가 있다.

두사람 다 무시하지 못할 큰 상처와 그것으로 인한 고통이 있는대 

그 고통에 휘줄리면서도 어쩌면 이렇게 천진난만 밝고 화사할까. 


부족함없이 갖추었을 뿐마 아니라 날때부터 건강한 사람이 아니라, 누구나 하나쯤 갖고 있는 아픔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것은 이렇게 예쁘고, 밝을 수 있다고 

늘 그랬듯이 미미여사의 소설을 읽으며 위로 받는다. 

잘나지 못하고, 건강하지 않아도, 많이 부족해도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행복하게 살자고. 


마지막장의 쇼와 지헤에의 논쟁도 의미심장하다. 

어떤 것이 잘사는 것이고, 옳바른 것이며, 무엇이 배려일까. 


마음에 바람들어 덜컹덜컹 할때, 그럴때 생각하게 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걸까. 

그러다 어떤 날은 미미여사의 소설을 읽으며 잠깐 한눈팔아 화사한 봄날의 에도시대를 보고 위로를 받기도 하는것이다. 

다음날 다시 바람부는 가슴이 덜컹거릴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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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시간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박슬라 옮김 / 오픈하우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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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대체 61시간 후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버스를 타고 가다가 우연히 사고가 나고, 가까운 마을로 옮겨 숙박하게 되는대 

우연히 그 조그만 마을에서 엄청난 사건을 만난다. 

사실 이런 정도의 우연은 왠만하면 억지스렵기 마련인대, 리처에게 이런일이 벌어지는 것은 그냥 보통이고 일상이라는 것을 

이제는 이해한다. 리 차일드의 실력이라고 인정. 

헐리우드 스타일 액션 히어로, 리처는 중독성있다.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마을에 거주하는 12,000개의 느긋한 영혼들은 지금쯤 따뜻한 집에서 저녁 식사를 기다리며 텔레비전이나 보고 앉아 있겠지. 한편 마을 북쪽에서는 교도소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용광로처럼 뜨겁고 초조하게 부글거리고 있었다. 서쪽에서는 폭주족이 아무도 뭔지 모를 음험한 짓을 꾸미고 있고, 미지의 장소에서는 얼굴 모를 살인청부업자가 두번째 암살 계획을 준비 중이었다. 

참으로 리처 스럽다. 이게 뭔 난리람.  



2.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는 재닛 솔터다. 

"마음씨 착한 노부인입니다. 우리 마을에 살죠. 일흔이 넘었는데, 옛날에 교사 겸 사서로 일했고요. 완벽히 신뢰할 수 있는 증인이죠."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도서관학과 교수로 일했던 할머니 

동화속에 나오는 공주같다고 피터슨은 소개했지만 

거물 갱의 범죄를 증언하기로 하고 암살자들의 표적이 된 그녀와 잭의 감정선이 세련되고 안정감있게 진행된다. 

자기 분야의 일에 유능했으나 지금은 은퇴한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보고 군더더기 없이 존중하며 신뢰한다. 


할머니를 매력적인 캐릭터로 그리는 소설은 많지 않다. 

보통 시골 마을에 사는 할머니들은 하루종일 창가에 서서 마을을 바라보며 사람들의 사생활을 관찰하는 

말많고 지루하고 심술궂은 사람들로 표현되거든. 

저격수의 목표가 된 상황에서 흔들림없이 이제껏 지켜온 삶의 원칙대로 행동할 기회를 경험하고 있으므로 

나는 매우 대단한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스스로의 처지를 표현 한다. 품위있는 용기.  

나같으면 맨붕이겠다. 차마 외면하지 못해 증언한다고 마음 먹었다 해도, 도망가고 싶을걸.  

그러니 동화속에 나오는 공주 같다고 소개한 피터슨의 말에 일리가 있다. 



3. 

사이렌은 북쪽으로 1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그 소리는 얼어붙은 밤공기를 가로질러 머나먼 곳까지 울려 퍼졌다. 아득하면서도 또렷하고, 친숙하면서도 낯설었으며, 비탄과 절박함의 중간에 있는 듯한 소리였다. 사이렌은 길게 부르짖으며 속삭이듯 흐느꼈다. 들판을 가로질러, 눈 덮인 고요한 거리를 지나 높고 날카로운 청명한 대기를 갈랐다. 

리는 사물과 상황을 참 잘 표현한다. 

우연에 우연을 거듭하는대도 스토리에 힘이 있는 것은 

시시콜콜한 리얼함과 저렇게 적절한 표현, 그리고 안정감있는 캐릭터의 조화다. 

비탄과 절박함의 중간에 있는 듯한 소리, 맞아 나도 사이렌 소리는 그렇다고 생각해. 


정육점 냉장고에라도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뱃속에서 갈비뼈에서, 다리와 엉더이, 눈과 얼굴, 폐에서 시리도록 차가운 공기가 느껴졌다. 한국에서 경험했던 최악의 날씨와 비길만 했다. 하지만 한국에 있었을 때는 지금보다 훨씬 젊었고, 명령을 받고 있었으며, 월급도 받고 있었다. 

웃었다. 나는 우리나라 날씨가 좋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대 ^^;

리처는 지금 사우스다코타주의 볼턴에 있다. 눈이 많이 온 겨울이고 눈폭풍이 두개나 다가오고 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정육점 냉장고에라도 들어와 있는 것처럼 춥다. 

그런데 그가 경험한 최악의 날씨가 한국이다. ㅎㅎㅎ 이런. 

우리나라 겨울이 그렇게 춥나? 러시아나 중국이 훨씬 추울걸. 재밌네. 


수십년 전, 세계를 휩쓴 냉전의 광풍 때문에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못하고 어마어마한 국방비를 쏟아붓던 시절에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못하는 어마어마한 국방비로 얼마나 황당한 짓들을 많이 했던지. 

세금걷어서 무기자본에게 같다 바치는 것 말고도 말이다. 


미 공군이 2차대전때 병사들에게 나눠주고 남은 마약들이 버릴수도, 팔수도, 태워버릴 수도 없는 처치 곤란의 물품이 되어 

아무도 모르는 곳에 짱박아 뒀는대 

영리한 마약상이 알아채고 빼돌려 러시아 마피아에게 팔아먹으려 한다는 스토리는 

황당하지만, 그럴듯해. 정말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소설보다 훨씬 상상초월로 황당하더라고. 


재밌다. 지금까지 읽은 리처 중 상위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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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블라인드
라그나르 요나손 지음, 김선형 옮김 / 북플라자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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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슬란드, 이 서늘한 동네에 호감을 갖고 있다. 

인두리다손 때문이다. 그의 소설은 최고다. 

라그나르의 느와르도 멋지네. 

다크 아이슬란드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 군침도는 시리즈의 시작이 즐겁다. 


"대답은 지금 당장 해야 하네. 이 자리를 차지하려고 대기하고 있는 애들이 아주 많아. 자네보다 훨씬 경험이 많은 사람들도 많고, 나는 자네의 학문적 배경이 마음에 들어. 철학과 신학, 작은 마을에서 좋은 경찰이 되려면 딱 그런 공부가 필요하지."

수도 레이카비크에서 경찰대학에 다니며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은 아라손에게

북쪽 조그만 마을 경찰인 토마스가 전화로 제안을 한다. 

작은 마을의 좋은 경찰이 되기 위해서는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청년이 좋다고 말할줄 아는 경찰이

대한민국에 몇명이나 있을까. 46년을 살면서 단 한명도 못봤다. 


일은 꽤 마음에 들었다. 경찰서는 근무지라기 보다는 직원식당에 가까운 사교의 중심지었다. 커피를 마시러 놀러오는 단골손님들도 있었다. 심지어 일주일에도 몇번씩 찾아와 이런저런 일들에 수다를 떨러오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경찰서 좋으네. 동네 사람들이 수다떨러 찾아오는 직원식당이나 카페같은 경찰서라니. 

이런점이 북유럽 소설의 장점이지. 



2. 

아이슬란드 북부의 겨울, 눈이 많이 내려 외부와 교통이 단절되는 겨울은 이 마을의 특징이다. 

교통만 단절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삶도 정체되는듯이 고통과 슬픔이 오래 지속되기도 한다. 

무엇도다 도시의 속도가 없다는 것은 모든 것이 익숙하고 변화가 없다는 뜻. 

이웃도 일상도 편안하지만 오래묵은 고통이 지속되어 정체되는 것조차 일상의 풍경인 것처럼 익숙해지기도 한다. 


눈내린 외딴 마을은 크리스티 스럽다. 추리소설 전통에서 자주 응용되는 밀폐된 공간 

이 조그만 마을은 정말 양파껍질 같다. 

흐롤푸르의 사망을 둘러싸고 드라마 클럽 인물들 모두의 사연을 군더더기 없이 소개한다. 

누구나 과거의 삶 중에 슬픔도 있었고 말하고 싶지 않은 사연도 있다. 

겉으로는 아무일도 없는 듯이 보이는 평화로운 마을에 부적절한 관계와 사기와 살인, 거짓말이 차곡차곡 포개어져 있다.

게다가 마을 사람들의 캐릭터오 포지션이 모두 섬세하게 배치된 구성도 좋다.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보고 싶어진다니까. 

 

재밌어. 

추리소설은 마무리가 중요한대, 요나손은 고전 추리소설의 밀폐된 공간을 현대적 열린 결말로 세련되게 마무리한다. 

다음편을 기대하시라.....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자극적이지 않아서 더 좋고, 소박하고 평이한 문체도 좋다. 

지나치게 멋을 내거나 예민하게 보이려 비비꼬인 문장도 내 취향은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실용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문체가 좋아. 


인드리다손에 이어 요나손도 좋구나. 

아이슬란드를 정말 한번은 가봐야겠다.

수도 레이캬비크에서도 북부의 눈덮인 해안에서도 술을 먹어보고 싶다. 


책을 덮자마자 다음편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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