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 뽑은 고려 노래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고전
윤성현 지음, 원혜영 그림 / 현암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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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화점 중에서

 

술 팔 집에 술을 사러 가니

그 집 아비가 내 손목을 쥐더이다

이 말씀이 이 집 밖에 나고 들면

다로러거디러

조그만 술 바가지야 네 말이라 하리라

더러둥셩

다리러디러 다리러디러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그 자리에 나도 자러 가리라

위 위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그 잔 데같이 허황된 것이 없다

 

 

이젠 다들 아시겠지만 사실 이런 노래 굉장히 좋아합니다(?) 노래 사이의 진한 술 냄새 ㅋㅋ

 

청산별곡은 예전에 노바소닉의 노래를 듣다가 알게 되었다. 그 때는 리듬이 좋아서 자주 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이 나온다 ㅋㅋ 시를 보자마자 머릿속에 자동재생이 되니 말이다. 하기사 CD 플레이어를 교복 속에 넣고 수업시간에까지 음악을 들었으니 머릿속에 박힐 수밖에. 그러고보니 그 때 이정현이 부른 단심가도 들었었다. 아마 어떤 곡의 인스트루멘탈 겸 삼은 짧은 노래였던 걸로 기억한다. 나중에 아무리 그 곡을 찾아봐도 없어서 아쉬웠다. 요즘엔 유튜브에 가면 언제든지 들을 수 있어서 좋지만. 그러고보면 이렇게 내 90년대 말을 장악했던 노래들 중 두 곡이나 고려 말과 조선 초기를 관통하고 있는데, 그 시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이상하긴 하다. 요즘에는 이런 리메이크(?) 노래 어디 안 나오나. 트롯트도 유행하고 있다고 하고 어제 보니까 텔레비전에 제시도 나오던데 과감하게 이런 복고풍 좀.

 

페북에서 이런 이야기하다가 마야의 진달래꽃 이야기까지 나왔다 ㅋㅋ 오랜만에 복고풍 음악도 들어보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가려 뽑은~ 시리즈 중 한 권인 것 같은데, 다른 시리즈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 개인적 소견이 짙으면서도 짧은 설명과 그림이 매우 적절했다고 본다. ​

 

관동별곡 중에서

 

안축

 

선유담 영랑호 신청동 속

푸른 연잎 같은 모래톱 푸른 옥 같은 묏부리 흐릿한 기운 십 리

향내 아득하고 안개 부슬부슬 내리는 유리 같은 물결

아 배 띄우는 모습 그 어떠합니까

순채국과 농어회 은실처럼 가늘고 눈같이 희게 썰었네

아 양젖은 그 무엇하리오

 

설악 동쪽 낙산 서쪽 양양 풍경

강선정 상운정 남북으로 마주 섰네

붉은 봉황 붉은 난새 탄 아름다운 신선

아 다투어 거문고 타는 모습 그 어떠합니까

고양의 술꾼들 습욱의 연못가 집

아 사철 놀아 봅시다

 

 

관동별곡하면 정철만 생각했는데, 그냥 저 이름을 중심으로 해서 다양한 사람들이 시를 짓는가 보다. 처음 알게 된 시인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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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팝스 2020.10
굿모닝팝스 편집부 지음 / 한국방송출판(월간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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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대저택 속에서 아무도 모르게 굳게 닫혀있다가 주인공 '메리'에게 우연히 발견된 비밀의 정원은 자연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야생적인 분위기로 등장한다. 이는 영화 해리포터 촬영지로도 유명한 영국 포레스트 오브 딘 지역의 숲속에서 촬영됐다. 또한 꽃과 개울이 흐르는 아름다운 초원은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손꼽히는 보드난트 가든에서, 비밀의 정원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사원은 헨리 8세부터 이어진 수도원에서 촬영돼 신비로움을 더한다.

 

 

비밀의 정원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다음으로 가장 반복해서 본 책일 것이다.

 

빨간머리 앤을 보고 다이애나에게 편지를 쓰겠다고 책 뒤에 영어를 쓰려다 낙서가 되어 어머니에게 얻어맞고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에서 제제가 나무에 올라가는 장면을 흉내내려다 나무에서 떨어져 엉덩방아를 찧은 것처럼(...) 비밀의 정원을 찾기 위해 나는 다양한 시도를 했었다. 소위 내가 살던 동네 내에서 모험을 해보려 한 것이다. 사실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는 언뜻 봐도 현실에서 그 사건이 일어날 수 있을거라 상상하지 못했고, 나에게 모험심을 일으켜주거나 혹은 방황하게 만든 원인은 어딜봐도 책이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히스란 식물이 어떤 것일지 궁금해하며 스케치북에 그려보거나, 맨다리가 쓸리는 것도 모르고 열심히 풀 사이에서 뛰어다녀 지금까지도 종아리에 그 흔적이 남진 않았을 것이다. 덕질탐방같은 느낌이랄까.

당시 근무하던 병원에서 영어 책과 카세트를 판매하던 분을 만나 영어 카세트테이프와 교재를 구입 후 출퇴근 때마다 활용했던 기억이 납니다. (...) 그러다 이근철 선생님과 존 선생님이 팟캐스트에서 진행하는 영어 방송(Adventure English1-4)을 병행하며 듣게 되었습니다.

 

 

지엠피어의 글들을 보다 보면 공부하는 기기와 콘텐츠의 변천사를 그대로 읽게 되어서 매우 좋다 ㅎㅎ 워낙 굿모닝팝스 자체가 오래 이어진 영어교육 프로그램이다보니.. 지금은 휴대폰으로 언제든지(팟캐스트라면 팝송은 빼고) 듣게 되지만 다음에는 또 어떤 것으로 영어 공부를 하게 될지 기대된다.

 

어린 시절 전라도 광주에서 자랐던 저는 TV에 나오는 말이랑 제가 쓰는 말 그리고 부산에 살고 있는 외갓집 식구들이 쓰는 말이 전부 다르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그리고 그 말투를 다 따라하곤 할 정도로 언어에 대한 관심이 컸죠. (...) 그렇게 일기와 펜팔을 쓰고, PC통신에 접속해 영어 채팅을 하면서 직접 써보는 문장의 개수가 절대적으로 많아지니까 문장의 유려함이나 유연성이 크게 늘더라고요. (...) 비정상회담에 나왔던 출현자들 중 절반 정도는 톡투미인코리안으로 한국어를 학습했을 정도로 한국어를 영어로 배우는 데 가장 친절하고 학습자의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지 않을까 싶어요.

 

 

옛날엔 5~6개 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별거 아니더라 ㅎ 딱히 공부하면서 살지 않아도 한국에서 살다보면 영어는 기본적으로 배우게 되고 고등학교 가면서 독일어 등 제2외국어 공부하게 되지, 게다가 나처럼 일드나 애니 덕질까지 하게 되면 4개 국어까지는 금방 배울 수 있다. 이런 걸로 허세를 좀 부릴 수도 있을 텐데, 그래도 이 글을 쓴 사람이 여러 국어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를 솔직하게 술술 얘기해줘서 맘에 들었다. 만일 더 일찍 이 프로그램을 알았더라면 전에 알고 지냈던 외국인에게 소개시켜줄 수도 있었을텐데.

또한 영어 소설을 눈으로만 보지 말고, 한 단어, 한 문장씩 천천히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필자는 이러한 영어 소설 정독 학습법이 영어를 필요로 하는 모든 연령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기에 유튜브(Global Korea TV)에 관련 강의를 올리고 있다.

 

 

유익한 팁이지만, 너무 '좋아요와 구독 부탁드려요'라는 구절이 문장 내에서 생생히 들리는데 ㅋ

'우리말365'는 국립국어원에서 운영하는 카카오톡 채널이다. (...) 상담 시간이 아닌 경우 대화창이 아예 뜨지 않으니 이용 시 참고하길 바란다. 

 

 

 

이게 문제가 뭐냐면 개나소나 공무원 시험 보다 보니 시험에서 틀린 문제에 대한 불만을 국립국어원에다 길게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될 수 있는대로 어거지 주장 쓰지 말고 온라인이나 카톡에 공손하게 질문하고 느긋하게 기다리도록 하자. 그리고 너무 많이 물어보면 국립국어원이 질문에 대해 민감하게 의식해서 국어 문법을 바꿔버릴 수도 있다고 하니 적당히 해야 한다;;

얼마 전 봉준호 감독의 통역사였던 샤론 최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왓챠에서 방영하는 영국 드라마 킬링 이브의 주인공 산드라 오를 인터뷰히며 그 내용이 화제가 됐다.

(...)

He said which you translated so beautiful, "It's very local." (...) That was like the most sophisticated shade.

 

 

로컬이란 단어 하나 가지고 저렇게 감탄을 하다니 잘 모르겠지만 현재 영국 인종차별 대체 얼마나 심한 거냐 ㄷㄷ 난 그냥 천상 한국에서 살아야 할듯 저렇게 차별받는다는 얘기 들으면 겁나더라()

케이티 페리는 지난 12일 동아시아 국가 언론 매체들과 진행한 화상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2017년에서 2018년 사이 심각한 우울증을 겪으며 썼고, 앨범 제목 'smile'은 어두운 시간 동안 잃었던 미소를 되찾았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약혼자와의 사이에서 득녀하셨다고 한다. 외국의 대담함 부러움 ㄷ 앞으로도 가족들과 함께 계속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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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2 - 1916-1920 3·1혁명과 대한민국임시정부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35년 시리즈 2
박시백 글.그림 / 비아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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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알렉산드라 1885~1918

사회주의 운동가. (...) 1917년에는 러시아사회민주노동당에 입당해 볼셰비키로서 극동 지역을 담당하는 외무인민위원을 역임했다. (...) 5월에는 이동휘, 김립 등과 한인사회당을 조직했는데, 김알렉산드라는 이동휘 등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볼셰비키였다.

 

 

나중에 간부들과 다같이 도망치다가 혼자 붙잡혔다는데 혹시 모두들 버리고 도망간 거 아닙니..(퍽)

 

전반적으로 이 분의 에피소드가 가장 눈부시게 다루어지는 듯하다. 정치계에 전면에 나서신 건 1년밖에 안 되어서 비중있게 다루어진 건 아니라 보지만, 박시백 씨가 특히 이 분을 그린 작화에 혼을 담은 것 같다.

그나저나 이제서야 겨우 35년 책을 빌릴 수 있었다. 코로나 너무 거지같다 ㅠㅠ 서울사람들 내가 사는 지방에 내려오지 말라고 좀 코로나 확진자 동선루트 보는 것도 지긋지긋하다. 여기 사람 살아요 ㅅㅂ놈들아. 가뜩이나 돈도 없어서 책 사는 데 제약을 받는데 도서관도 문 닫고 있으면 히키코모리 눈물난다야..

 

이 책의 단점을 여럿 찾았다. 몇몇 부분에선 말을 삼간다는 것? 예를 들어 이승만이 뭔가를 하겠다 결심하면 실상은 서재필이 다 하길래 뭐지 이 인간은 꼬봉인가 생각해서 전공자에게 물어봄. 그런데 서재필이 학력위조하다가 이승만에게 딱 걸려서 이 인간 꼬봉 노릇을 한 적이 있다더라 ㅋㅋ 이 책에는 실리지 않았지만, 나처럼 궁금한 사람이 있을 것 같아 여기다 추가설명을 붙여놓는다. 김구가 젊은 시절 멀쩡한 일본의 일반 시민을 때려 죽여서 감옥 간 내용도 짧게만 실려있더라. 이러니 한국인들이 맨날 한일관계에서 무슨 일 나면 일본인 탓하는 거 아니냐? 일본 힘 강할 때는 찍소리도 못하다가 일본 경제가 약해지니 일본 캐릭터를 지하철에서 홍보하지 말라느니 일본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한국인을 주제로 영화를 찍지만 자기는 국뽕이라서 안 본다느니 요새 말도 안 되는 짓들을 하더만. 힘 있는 국가에게만 굽신거리는 건 일본과 똑같구만 뭐.

 

장덕수 1894~1947

 

친일 반민족 행위자. (...) 1919년 독립운동 자금을 모으던 중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출옥한 후 동아일보를 창간하고 초대 주필이 됐다. 이후 변절해 국민정신총동원 조선연맹 등의 단체에서 요직을 맡고 일제의 침략 전쟁을 지지하는 글을 발표했다. 해방 후 자신의 집에서 현직 경찰과 학생에게 암살당했다.

 

 

학생은 그렇다 치고 현직 경찰?은 왜 장덕수를 죽였을까요 ㅋㅋ 아무튼 잘한 건 맞지만. 여담이지만 이렇게 세부적으로 인물들이 등장하는 걸 보니 갑자기 인촌이나 서정주에 관한 내용도 나오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일본군의 지원을 등에 업은 백위군이 발호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이동휘와 김알렉산드라는 해외망명자회의를 소집했다. (...) 회의는 분열했다. 옛 신민회 세력의 좌우 분열이다. 이에 이동휘 등은 1918년 5월 한인사회당을 조직한다. (...) 선전부장 김립의 주관 아래 한글 잡지 자유종을 비롯한 민족문화 관련 출판 사업이 이루어지고 중학교도 설립되었다.

 

 

김립 나중에 돈 때문에 임시정부에게 암살당함 ㅠㅠ(스포질) 돌아가시면서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이동휘와 그 휘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아무래도 핵심 사건만 다룬지라 각각의 인물들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여전히 의문이긴 한데; 그래도 한국의 공산당이 시험에 나오지 않아서 그런지 덩달아 역사책에서도 언급을 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귀하고 반가운 글이다.

초기부터 가해진 강경한 탄압에도 만세운동은 위축되지 않았다. (...) 강원도에선 양양경찰서 등 9개의 관공서가 파괴되었다.

 

 

 

이랬으면서 왜 지금은 케이블카랑 KTX 짓는데 미쳐 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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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김은주 지음 / 봄알람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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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의 스냅 사진들 중에서

 

에이드리언 리치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그녀는 자신을 물고 있는 부리가 된다. 그리고

용수철 뚜껑 같은 자연은, 시간과 도덕을 담고

아직 쿨렁쿨렁한 그 납작한 트렁크에

이 모든 것을 채운다. 곰팡이 핀 오렌지 빛 꽃

여성용 약품들, 납작 누른 여우 머리와 난초꽃 장식 밑으로

흉측하게 튀어나온 보디세아의 젖가슴.

 

잘생긴 여자 두 명이, 도도하고, 날카롭고, 미묘하게,

논쟁을 벌이고 있다.

 

 

도서관이 열려 있었을 때 아무 책이나 철학과 관련된 도서를 보려고 도서관에서 철학 코너를 뒤지고 있었는데 인상깊은 제목이 보였다. 마치 노랫말 같아서 내용도 안 보고 대뜸 집었는데 펼쳐보니 평소 읽고 싶었던 에이드리언 리치의 시 일부가 적혀 있어서 기뻤다. 이렇게 아무렇게나 책을 집어도 정답일 때는 꽤 드물다.

 

일부 급진적인 여성모임에서 여성을 억압하는 말이 많은 책은 보지 말자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런 부류 중 가장 심한 게 철학 계열이라 생각한다. 철학 좋아한다는 사람들과 여럿 만났지만, 자신이 페미니스트라 생각하는 사람조차 진정 여성의 마음을 이해하는 남성은 드물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철학책을 읽어야 한다. 그 책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읽어내면서 깔 건 까고 수용할 건 수용해야 여성으로서의 지식이 향상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일부 급진적인 여성모임까지 포함해서, 이제 여성주의 작작 좀 받아들이자. 아직도 여성 철학자 없다 주장하고 지만 철학자 하겠다는 모 씨가 아직 책을 출판하는 시대이긴 하지만, 언제까지 시대에 뒤처질 거냐 한남들아. 오늘 어떤 분이 논문을 소개해줬는데 서문에 남자들이 군대 가는 동안 여성은 취업해 승진의 기반을 쌓으니 결혼 전에는 성별 상관없이 임금 받는 양이 쌤쌤이라는 데서 실소했다. 그게 과연 군대 때문이냐? 니네들이 커뮤에다가 쓸데없는 글 쓰고 게임 회사에다가 고급 소파 하나 장만할 만한 돈 바치느라 시간을 바친 게 아니라?

 

간간히 유명한 영화와 빗대어 철학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게 이 책의 좋은 점이다 ㅎ 한편 시몬 베유가 강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는데, 이는 내 의견과도 일치한다. 예를 들어 영화 그래비티처럼 자식이 죽어서 그 슬픔으로 우주를 떠돈다 해도 그 자식은 살아 돌아오지 않는걸.

 

1964년 1월 독일의 한 텔레비전 시사 프로그램은 아렌트를 초청했고, 진행자는 곧바로 아렌트가 대단히 '남성적인 직업을 가졌다'는 것, 즉 철학자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프로그램 진행자는 아렌트에게, 세상의 인정을 받고 많은 존경을 받는 그도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자신이 학계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독특한 것으로 인식하는지 묻는다. 아렌트는 이에 자신의 전공을 정치 이론이라고 대답한다.

 

 

이건 진행자가 무례하네. 철학자가 어떻게 남성적인 직업이야? 이래놓고서 가르치려 드는 남자에게 한남이나 미소지니라고 하면 '딱히 한남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저 v일부v에 속하는 남자가 무례한 겁니다'라고 댓글테러하지. 진행자는 '남성적'인 육체 노가다나 뛰었으면 좋겠다 ㅋㅋ

 

 

꿈에서 날 가장 많이 속썩이던 전남친의 와이프랑 애까지 돌봐주는 꿈을 꿨다가 새벽 3시에 깼다(...) 지금은 기분이 개떡같지만 꿈꿨을 때 나는 기분이 좋았고 헌신적이었다. 이놈의 노예근성;

로자와 레오 요기헤스에 관한 글을 봤기 때문인 것 같다. 그 둘의 연애사 때문에 로자는 평전에서도 비난받고 아렌트가 변호해주지 않았으면 그냥 '남자들로 인해 신세 망친 여자'로만 남을 뻔했다고. 한남들은 꽃뱀이 많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일반적인 경우 연애를 손실로 따질 때 가장 손해 많이 보는 건 여자인 듯하다. 실제로 철학자에 관한 책들 꽤 보고 있는데도 이 책을 보지 않았음 평전에서 로자가 매도되었다는 사실을 몰랐을테고.

그나저나 이 책에서도 아이히만에 대한 유태인의 강압적인 체포에 대해 비난했다고 쓰여져 있네 ㅋ 독서모임에서 그게 아니라고 끝까지 주장한 선생과 싸운 적이 있어서. 게다가 그 분은 나에게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책을 직접 빌려주셨다는데.. 안 읽었으면서 읽었다고 하는 것 같다. 한 번만 읽어도 금방 유태인 까는 구절이 보이는데 ㅋ 아직도 그 책 벽돌로 쓰시는지 궁금하다.

버틀러는 계속 자신의 욕망에 관해 질문한다. 내 욕망은 틀린 것인가? 나는 여자의 옷을 입어야 하고, 여자답게 말해야 하며, 남자와만 데이트해야 하는가? 나는 생물학적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드러내는 옷을 입어야 하는가? 성적 욕망의 방향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내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몰래 게이 클럽에 다니는 것은 잘못된 일인가?

 

 

부녀자로서 바람직합니다 음? (사실 퀴어축제 따라다니고 여러 커플들을 접하면서 부녀자로서의 환상은 거의 깨진 상태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꽤 조숙했던 버틀러의 꿈은 철학자 또는 극장에서 공연하는 광대였다. 철학적 논의로 세계적 학자가 된 그의 현재를 보면 그 꿈은 지금에 와서 어쩌면 이루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버틀러는 유년기부터 10대 시절까지 유대인으로서 교육받았다. 히브리어를 배웠으며, 열네 살에 유대 회당에서 개최한 윤리 특별 강좌에 참석해 처음으로 철학 교육을 받았다. 철학을 배우기 시작했을 당시 버틀러는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 자신에게 물었고 이때 온몸이 열기에 휩싸인 듯 몹시 흥분했었다고 회고한다.

 

 

한나 아렌트도 그렇지만 이 분도 저런 걸 이해하신다니 ㄷㄷ 둘 다 천재인 건지 아님 유대인 교육의 힘인지.

 

'개인이 피켓들고 시위해봤자 사회는 바뀌지 않는다'는 동생의 말에 '야 1인 시위도 있어'라고 반박했지만, 책의 구절대로 한다면 '개인이 만일 규범과 다르고, 그 규범에 자신이 선천적으로 맞지 않는다면 그 규범을 바꾸려 노력하면 되는 거야'라고 반박하는 게 더 조리있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이것도 동생이 생떼를 써대면 어쩔 수 없이 실패하겠지만. 스피박의 발언도 가슴에 와닿는다. 깨달음이란 전혀 새로운 것을 알게 되며 이전의 아집에서 벗어나는 것이란 내용이라던가, 평이한 책이란 속임수가 내제되었단 걸 의미한다던가. 작은 책인데도 여러모로 얻는 교훈이 많다. 버틀러가 레즈비언이었단 것도 처음 알았다(...) 이건 철학을 다루는 사람들이라면 제일 먼저 알려주었어야 할 사실 아닌가?

크리스테바는 구조의 완결성과 자족성에서 벗어난, 역동적 의미 생산에 대한 탐구를 상호텍스트성이라는 개념으로 발전시켰다. (...) 문학 작품을 비롯한 모든 문헌은 한 작가의 생산물이라기보다는 그 외부에 존재하는 여타 문헌들과 미디어 자료, 언어 구조와의 상호작용으로 생산된다. 상호텍스트성은 문학 작품 안에 다른 문학 작품을 거론하거나, 문헌에 영화, 노래, 미디어의 글이나 프로그램, 사회적 사건이나 맥락 등을 거론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크리스테바에 대해 쓴 글 보니 오랜만에 내가 전에 푹 빠졌던 바흐친 나오더라 반가웠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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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1 - 1910-1915 무단통치와 함께 시작된 저항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35년 시리즈 1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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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토 히로부미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사쓰마번이 아닌 조슈번 출신이다. 일본 육군을 이끄는 인물로 제3대 총리를 지낸 야마가타 아리토모다. 이토는 네 번, 야마가타는 두 번 총리를 지냈고 이후 그들의 대리인 격인 가쓰라 다로와 사이온지 긴모치가 번갈아가며 내각을 구성했는데 이때를 교번정치 시대라 부른다. 가쓰라는 야마가타의, 사이온지는 이토의 후계자적인 인물. 하지만 제2차 사이온지 내각 때엔 이미 야마가타 측이 정국을 완전히 주도하고 있었다.

 

 

ㅋ 여기서부터 시작한다는 게 인상적이라 쭉 적어봤다.

 

요새 한국사가 세계사를 인식하기 시작해 내용을 같이 적기 시작한다던데 정말인듯. 근데 원래 일본은 육군이 강함. 사무라이가 뭐임. 육지에서 싸우는 애들 말하는 거 아님? 여담이지만 바람의 검심에서도 주인공이 바닷바람 한번 쐬고 온 이후로 극도로 쇠약해진다는 것. 임진왜란때 일본군 수군 장수들도 원래 육지에서 싸우다 영지가 바닷가라 수군 지휘관이 된 경우가 많았고.

 

경찰서장, 헌병분대장은 즉결 처분의 권한을 가졌는데, 즉결 처분으로 가장 애용된 것이 바로 태형이다. 어떤 사람일까? 도박을 한 자, 술 먹고 주정한 자, 길거리에서 싸움을 한 자, 총독부 부역 일을 게을리 한 자, 그 밖에도 가로수를 꺾은 자, 집 앞 청소를 게을리 한 자, 웃통 벗고 일한 자 등등 대상을 참으로 다양했다.

 

 

조선인이 잘못한 마냥 꾸며 매를 때리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복종하게 만드는 것도 그렇지만, 법으로 사람을 궁지에 몰아넣는 계략도 악질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에 사는 일본인은 그보다 가벼운 형벌을 받았다는 게 당시 한국인에게는 더욱 큰 충격을 주었을 수 있겠다.

이때 일본에선 다이쇼 데모크라시 바람이 불어 민주주의가 진전되었지만, 조선은 정반대의 길을 갔다. 강점과 함께 정치 집회, 강연회, 연설회가 완전 중지되고 친일 단체인 일진회가 강제해산될 정도로 결사의 자유가 부정되었다. 반일 성향을 보였던 신문들은 모두 폐간의 운명을 맞았다. 

 

 

문 정부가 독재를 저지른다는 사람들의 의견이 심심지 않게 보인다. 일단 그런 발언을 하면 끌려가는 게 독재 정권이지만(...)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과 한국의 문화 발달 차이가 현저히 보였고, 일본은 이를 방치하거나 혹은 적극적으로 밀어주었다. 이런 것이 바로 통제다. 풀어줄 건 풀어주고 붙들어 매야 하는 건 매는 것이다. 문 정부는 도리어 이 비상시국에 미통당과 교회 세력 그리고 의사들의 파업을 통제하는 데 실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 의사들의 파업은 통제하는 데 일면 성공한 듯해 보여도 사실상 모두의 패배로 귀결난지라.

강제 부역을 통해 서울-부산, 서울-강릉 등의 기간 도로와 항구와 내륙 도시, 농업 생산지를 잇는 도로들이 연이어 건설되었다. (...) 총독부는 이런 변화들을 한데 모아 총독부 통치의 성과를 선전하려 했고 그 결과 열린 건이 조선물산공진회다. (...) 관심을 끌기 위해 수백 명의 기생들 공연도 마련되었는데 효과가 컸다. 

 

 

그 밖에 기생들과 찻집 여성 직원들, 그리고 훗날 위안부에 대한 얘기는 여러 책에 기록되어 있으며 페북과 블로그에도 두어권 소개한 적 있다. 그나저나 만화에서 저기에 빠져있는 한남들 보니 진짜 환멸난다 ㅋㅋ 뭐 어떤 기록에서는 공연에 참석한 한국 남자들은 별로 없었다고는 했지만 그것도 수요가 있으니 열었겠지ㅡㅡ

이승만은 대한인국민회를 직접 장악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지지자 확보에 적극 나섰다. 그러나 1915년 대한인국민회 선거에서 박용만계인 김종해이 압도적인 표차로 총회장에 당선되자 자연 집행부도 박용만계 위주로 꾸려졌다. 이에 이승만은 태평양잡지를 통해 성명서를 발표한다. 본격적인 분란의 시작이다.

(...)

"뭔 소리여? 자신을 반대하는 것은 곧 대한인국민회를 반대하는 것이고"

"대의회를 열 필요가 없고 각지에서 논의해 자신에게 보고하면 자신이 처리하겠다?"

 

 

원문 올려놨는데 좀 길어서.. 이거 만화라기엔 너무 사료들을 꽉꽉 붙여놔서 난이도가 높다. 글자가 작아서 숨 막힐 정도고 읽는데 시간도 걸리고; 솔직히 박시백 님 '만화'를 그리는 건 포기했나 싶을 정도.

그나저나 이승만은 저 때부터 내분 일으키는 데 선수였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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