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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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어려운 한국 문학 시장에서 『달콤한 나의 도시』는 상당한 판매량을 보이며 선전했다. 그런 까닭에 이 책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알라딘에서 주최한 ‘힘내라! 한국문학’ 이벤트를 통해 이 책을 받아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은 전체적인 느낌은 딱 상상한 대로였다. 오은수라는 서울에 사는 삼십대 미혼 여성을 주인공으로 세 명의 친구들이 등장하고 연애, 결혼, 직업에 관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것이다. 이야기를 덜 풀어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더 깊게 들어가지도 않았다. 딱 작가가 할 수 있는 부분만 그려냈다고 할까? 그래서 아쉬운 면도 많았지만, 적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을 두고 누구는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소설이라고도 한 것 같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냥 대중문학으로 보였다. 정연한 문체로 쓰인 대중문학이랄까. 신문연재를 묶은 소설이라 그런지 사건 전개가 빠르고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녹아 있다. 그 대신 그 에피소드마다 집중해서 이야기하고 있진 않지만 말이다.

  삼십대 여성들 중에는 공감을 하는 대목도 있을 테고, 허황되거나 마음에 와 닿지 않는 부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서평들을 살펴보니 평가는 상당히 호불호가 갈렸다. 나는 일단 남자고 나이도 이십대이기 때문에 이 소설에서 공감 가는 부분을 찾기 보다는 그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기분으로 읽었다. 실제로 많은 독자들이 드라마로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평하고 있다. 내 생각엔 드라마보단 영화로 만들면 더 좋을 것 같다.

  인생을 소모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관계란 과연 어디에 존재하는 걸까? 그래서 사람들은 기꺼이 사랑에 몸을 던지나 보다. 순간의 충만함, 꽉 찬 것 같은 시간을 위하여. 그러나 사랑의 끝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안다. 소모하지 않는 삶을 위해 사랑을 택했지만, 반대로 시간이 지나 사랑이 깨지고 나면 삶이 가장 결정적인 방식으로 탕진되었음을 말이다. 이번 사랑에서는, 부디 나에게 그런 허망한 깨달음이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 『달콤한 나의 도시』, 문학과지성사, 정이현, 139-140쪽

  속도감 있는 문체와 의미심장한 문장들 요즘 독자들 입맛에 맞는 소설이다. 한 번 잡으면 쉽게 끝까지 읽어 내릴 수 있는 책이다. 어떤 글을 써야 독자들이 좋아할지를 잘 파악하고 있는 작가라고 할까? 작가의 첫 단편집을 읽은 적이 있는데 거기서도 여자가 주인공인 단편이 많았고 또 결혼이라는 소재를 다룬 단편도 있었다. 그때 읽었던 결혼의 모습은 참으로 현실적이어서 감탄한 적이 있었다. 그래, 결혼이 그냥 되는 게 아니라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만만치 않은 행사지, 라고. 이 『달콤한 나의 도시』는 그것의 확대 버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더 많은 캐릭터들을 통해 다양한 유형들을 전해준다. 연하남, 친구, 그리고 번듯한 남편감 등의 다양한 남자들도 등장한다. 친구들도 유형별이다. 결혼에 실패한 친구, 늦게나마 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좇는 친구 등등. 이런 유형을 전부 늘어놓다보니 약간은 부자연스러운 면도 있지만 감칠맛 나는 문장들과 빠른 전개로 인해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이 김영수의 정체가 드러나는 부분은 어색하기 그지없다. 작가가 연재 때 시간이 촉박해서 그렇게 된 건지 태만해서 그렇게 된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좀 더 정교하게 구성을 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작품의 중심적 메시지도 김영수와 오은수의 마지막 대화를 통해 더욱 드러난다는 것을 생각할 때, 특히 아쉬운 부분이었다.

 때론 갈팡질팡하는 내 삶에 내비게이션이라도 달렸으면 싶다. "백미터 앞 급커브 구간입니다. 주의운행하세요." 인공위성으로 자동차 위치를 내려다보며 도로 사정을 일러주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처럼, 내가 가야 할 길이 좌회전인지 우회전인지 누군가 대신 정해서 딱딱 가르쳐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 『달콤한 나의 도시』, 문학과지성사, 정이현, 53쪽

  이게 정이현 작가의 첫 장편일 뿐이라는 생각을 한다. 충분히 재미있게 읽었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다음에 나올 정이현의 두 번째 장편이 기대된다. 첫 장편하고는 느낌이 확실히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서른두 살. 가진 것도 없고, 이룬 것도 없다. 나를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내가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없다. 우울한 자유일까. 자유로운 우울일까. 나,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무엇이든? ― 『달콤한 나의 도시』, 문학과지성사, 정이현, 440쪽

  아직 이십대인 나에게 삼십대를 상상하기란 힘들다. 막연하게 직업을 가지고 있고 가정을 이루고 있겠지, 라는 생각이다. 이 책에서도, 또 김연수의 산문집에서도 나온 말이지만 이십대 때는 삼십대를 상상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때까지 살아있으리란 것도 믿지 못한다고 말이다. 과연, 삼십대의 나에겐 이 도시는 달콤한 나의 도시로 있을 수 있을까. 무엇을 가졌고, 무엇을 이루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어제와 오늘이 별다르지 않았던 것처럼, 오늘과 내일 사이에도 경천동지할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시간에는 매듭이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무한하게 지속되는 그 반복성이 두려워 자꾸만 시간을 인위적으로 나누고 구별 짓고 싶어 한다. 아아, 그렇게 해서라도 복잡한 현재를 깨끗이 털어버리고 맑은 새날을 맞이할 수만 있다면 그렇다면 나는 기꺼이 맨발로 폴짝폴짝 뛰어 내일을 마중 나가겠다. ― 『달콤한 나의 도시』, 문학과지성사, 정이현, 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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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0-03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대에는 30대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아요.
하지만 30대가 되면 20대를 말도 못하게 생각한답니다.
40대가 되면요?
제가 20대때 글을 자주 쓰는걸 보시면 아시겠지만
몸은 40대가 되어도 마음은 20,30대로 늘 달려가요.
시간이 흘러가는건 막을 수 없지만 마음도 같이 늙어가지는 않는다는거죠.
어떤 일을 한 후 그 시간이 되는것이 아니라
시간은 그냥 흘러가는 겁니다.
아무것도 이루지 않더라도...

twinpix 2007-10-03 22:52   좋아요 0 | URL
시간은 그냥 흘러가는 것이라 더 무서워요. 'ㅁ';;; 정신을 바짝 차려야;;; 20대에는 20대만 존재하는 것 같아요. 10대를 생각하지도 않고 30대를 상상하지도 않으니 말이죠. 아무튼 뭐든 지금 이 자리에 이 순간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에요. 실천이 어렵지만요. ㅠ.ㅠ
 

김연수 작가의 장편 소설이 나왔다.  계간 문학동네에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으로 연재했던 장편을 제목을 바꿔서 냈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이란 제목으로 바뀌어서 나왔는데 바뀐 제목이 더 좋은 것 같다. 김연수가 이글루에서 올린 짧은 글들을 묶은 <읽GO듣GO달린다>를 선착순 한정 상품으로 준다고 해서 서둘러서 주문했다. 이왕 구입할 거 이런 상품도 챙겨야지.

김애란 작가의 단편집이 나왔다. 두 번째 단편집이다. 문학과 지성사에서 출간됐다. 8편의 단편들. 발전하는 작가의 모습이 기대된다.

천명관 작가의 단편집이 나왔다. 『유쾌한 하녀 마리사』. 장편 소설 『고래』 이후 첫 단편집. 그의 단편은 거의 접해본 적이 없어서 기대가 된다. 이미 올라온 알라딘 리뷰에는 혹평 일색이라 또한 호기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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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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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왠지 끌린다. 시적인 제목?
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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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기다리면서 침이 고이는 기분?
유쾌한 하녀 마리사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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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꾸 하녀가 아니라 마녀라고 치게 되는 걸까? 역시 판타지 장르 팬이라 그런 건가. 아무튼 간에 세 작품 중 가장 인상적인 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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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7-10-04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침이 고인다> 받았어요. 김애란작가님 새련되고 예뻐지셨더라구요 ㅋㅋ

twinpix 2007-10-04 21:31   좋아요 0 | URL
전 월요일에나 올 것 같아요. ㅠ.ㅠ....
 
백수생활백서 - 2006 제30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민음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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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평생 책읽기만 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러니까, 자기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 있을까? 사실 욕심을 버리면 그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독서가 고급스런 취미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삶을 선택하지 않는다. 거기에 괴리감이 존재한다. 세상의 법칙이 하고 싶은 것만 살수는 없는 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소설은 우리가 못해본 세계를 보여준다. 우리가 꿈꾸던 세계를 그려낸다. 책을 읽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백수가 되었다는 설정은 이전에는 어디에도 없었다. 오로지 책만이 삶의 모든 목적인 주인공은 독특하다. 인생에 성공도 실패도 없다. 그저 담담히 좋아하는 책을 한 권씩 읽어나갈 뿐이다. 아등바등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 왠지 우습게까지 느껴진다. 저건 판타지야, 라고 느끼지만 왠지 모르게 부럽기도 하다. 단, 몇 달만이라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 책은 2006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사실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보기엔 조금 실망스럽다. 책을 이야기하는 책이지만, 그 책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니, 아이러니다. 책을 많이 읽은 독서가라면 특히 이 책의 구성이나 내용, 문체 등에서 실망을 금치 못할 것이다. 어떻게 이런 작품이 수상을 할 수 있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그러나 그런 것을 무시하고 작품의 재미를 파고들자면 일단 공감대가 형성되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자신이 아는 책이 나오면 괜스레 반가워서 더 자세히 보게 되고, 모르는 책이나 작가가 나오면 자연스레 관심이 생기게 된다. 또, 이토록 많은 책을 읽고 싶다는 욕심도 든다. 언급하는 책들의 본문을 그대로 녹색 글씨로 인용해서 여러 권의 책들을 조금씩 맛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런 면에서 여기에 등장하는 책들 때문에 호감이 들 수밖에 없으리라. 정작 이 책의 서사는 빈약하고 내용은 동어반복인 듯한 느낌이 들지만 말이다. 문장도 거칠다. 흡인력 있게 읽히지 않는다. 이렇게 많은 독서를 한 사람이 어찌 이럴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후에 읽은 정이현의 『달콤한 나의 도시』와 비교해도 그 차이는 확연해 보였다. 특히 독신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것과 둘 이상의 친구들이 나온다는 점에서 유사한 면도 많았는데, 친구들의 생동감이라든지 캐릭터의 감정 이입 등에서 『달콤한 나의 도시』가 훨씬 능숙하고 세련됐다. 그러나 이 작품이 이 작가의 처녀작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직 캐릭터들도 어색하고 이야기도 부족하지만 간혹 눈에 띠는 문장들이 엿보였다. 그리고 결코 이루기 힘든 꿈을 소설로나마 그려준 것은 또 반갑기 그지없는 일이 아닌가 싶다. 힘들게 살지 않고 책 이외에는 모든 것에 극단적으로 무심한 주인공. 이런 주인공은 독특하기도 하고 때론 답답하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귀엽기도 하다. 모든 것에 무심한듯 말하는 담담한 말투가 사실은 어리숙해 보이고 실제 속마음을 애써 부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전체적인 인상은 인용된 책들을 빼고는 실망을 금치 못한 소설이었다. 아버지나 외할머니, 친구 경, 유희, 채린 등 개성적인 캐릭터들도 충분히 살아있지 못해서 아쉬웠다. 너무 빠르게 표면적인 것만 보여주고 넘어간 느낌이었다. 여러모로 아쉽기만 한 책이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재미는 있었다. 흥미를 유발하는 제목과 다양한 책들이 인용된다는 점 때문에 이보다 내용이 더 엉망이었을 지라도 펼쳐보게 되지 않았을까? 내가 읽은 책이 4쇄를 찍었으니 판매도 꽤 된 모양이고 말이다.

  책 뒤편에 실린 주례사 비평을 무시하고 그래도 이 책이 수상한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가능성이 아닐까 싶다. 작가의 첫 소설책인 만큼 앞으로는 이 첫 작품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여겨질 정도로 멋진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토록 독서에 열정을 가진 작가라면 분명 더 나은 작품을 선보일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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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0-02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읽길 잘했네 ㅎㅎㅎ
요즘 한국소설에 대한 애정이 또 식어져 있는 상태 -.-

twinpix 2007-10-02 23:57   좋아요 0 | URL
^^ 식은 상태군요. 저는 더 애정을 가져보려는 중이에요. 'ㅁ'~~ 이 책은 실망이었지만 앞으론 더 재미있는 책이 있겠죠.
 

1.
  돌아왔습니다. 서재에 정말 오랜만에 접속했습니다. 그동안 역시 바쁘기도 바쁘고, 서재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도 갈피가 잡히지 않아 접속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고민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일단 오랜만에 접속을 했네요. 앞으로도 어떤 글을 올릴지, 어떤 기간을 두고 올릴지 이래저래 고민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만, 일단 반드시 올려야 할 리뷰들은 있는 것 같아요.

2.
  영화 이야기.
  추석 전에 『본 얼티메이텀』을 봤습니다. 멋졌어요.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데, 정말 근사합니다. 특히 사무용품을 무기로 쓰는 제이슨 본이라는 먼치킨 캐릭터는 정말 멋지죠. 상대방은 칼을 쓰는데 주위에 아무렇게나 집히는 잡지책을 둘둘 말아서 압도적인 실력으로 눌러버리는 장면 등은 정말 무협 소설에서 나뭇가지로 칼을 든 하수를 제압하는 고수를 보는 재미가 느껴집니다. CIA 요원들을 갖고 노는 명석한 두뇌와 기민한 몸놀림도 예술이고 화려한 자동차 추격씬도 멋지고요. 앞서 1, 2편을 극장에서 보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이후 시리즈도 나왔으면 좋겠지만 멧 데이먼은 자신은 확실히 본을 끝냈다고 했으니, 멧 데이먼의 본 시리즈는 기대하기 어렵겠지요. 원작은 오래전에 절판되었네요. 다시 어디서 나오면 꽤 반응이 좋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스포일러를 하자면(보실 분은 이 이후는 읽지 말고 다음 문단으로 넘어가시는 게)『본 얼티메이텀』은 『본 슈프리머시』와 하나의 영화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죠. 그래서 2편을 보고 3편을 보는 게 여러모로 중요해 보이더라고요. 아무튼 현재도 반응이 좋던데 아직 안 보신 분들은 즐겁게 감상하시길.

  추석 이후에는 『즐거운 인생』을 봤습니다. 이준익 감독이 역시 영화를 잘 만드네요. 작년에 『라디오 스타』도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이번에 『즐거운 인생』은 더 재미있게 봤습니다. 뭐랄까, 영화 상영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짧게 느껴졌어요. 별 대단한 이야기 거리는 없는 것 같은데 쉴새없이 웃음이 터졌습니다. 저에게는 웬만한 코미디 영화보다 이 영화가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오랜만에 극장을 나오고 나서 뿌듯한 영화라고 할까요? 본 걸 다행이라고 여기는 영화. 정말 신나게 콘서트 장에 있었던 기분이었어요. 아직 안 본 분들이 있다면 강력 추천입니다. 가족들끼리 봐도 좋을 영화고요.

3.
  독서 보조 기구를 두 개 샀습니다. 독서대 하나랑 이지그립이라고 한 손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기구요. 알라딘에서 5% 할인 이벤트도 하는 중이더군요. 그냥 책 읽을 때 팔 아프고 그러길래 편히 읽을 수 있는지 궁금하여 구입해봤습니다. 한, 일주일 이상은 사용해보고 리뷰를 적으려고요. 첫인상은 일단 좋습니다. 이지그립만 우선 도착했는데 편한 것 같아요.

4.
  장르 소식.
  http://humanbooks.egloos.com/323206

  휴먼북스 출판사에서 마스터피스 시리즈로 엠버 연대기 5권과 신앰버 5권이 나온다고 합니다. 역자는 김상훈님이 아니라고 하고요. 그동안 신앰버를 기다린 독자들도 꽤 많았던 걸로 아는데 희소식이겠네요.

5.
  구입해야 할 도서들.
  장르 월간지『판타스틱』 10월호가 서점에는 이미 진작에 깔린 걸로 아는데, 인터넷 서점은 느리네요. 『판타스틱』만 들어오면 당장 책들을 구입하려고 하는데 계속 기다리는 중입니다. 천명관 단편집인 『유쾌한 하녀 마리사』와 김애란 단편집 『침이 고인다』는 반드시 살 예정이죠. 두 작가 다 좋아해요. 잘 쓰고 재미있고요. 또 두 작가의 첫 작품도 이미 소장하고 있기 때문에 전작주의로 나가기 편한 신인 작가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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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7-09-30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 시리즈 처음 나왔을 때는 시큰둥했는데 이제사 보고 싶어지더군요 ㅎㅎ
트윈픽스님 오랜만에 뵈서 더 반가워요!

twinpix 2007-09-30 23:01   좋아요 0 | URL
본 시리즈 정말 명성에 걸맞게 재미있더라고요. 특히, 2, 3편은 정말 긴장감도 있고 속도감도 있고 재미있었어요. 4편이 나왔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요.^^ 기회되시면 보세요. 네, 저도 오랜만에 뵈서 더 반갑습니다. ^-^/~~

라로 2007-10-01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랫만에 접속하셨어요!!!
본 시리즈 전 처음게 젤 재밌는듯,ㅎㅎㅎ
이번것도 괘않치만,,,,요즘은 워낙 시대가 시댄지라
왠만해선 그저그래요,,,흐흑
하지만 이번건 정말 끊이지 않는 액션때문에,,,,
근데,,,,본 넘 무적이얍!!ㅎㅎ

twinpix 2007-10-01 21:34   좋아요 0 | URL
첫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본은 무적이라 매력적인 것 같아요. 아, 무적의 모습을 더 보고 싶은데 말이죠.^^

토트 2007-10-01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앰버 연대기가요? 아... 기대되요.ㅎㅎ

twinpix 2007-10-01 21:35   좋아요 0 | URL
김상훈님의 번역이 아니라서 아쉽기도 하지만, 팬들에게는 신앰버를 볼 수 있는 기회라 좋을 것 같아요. 신앰버가 나오기 전에 기존 앰버연대기부터 다시 나온다고 하지만요. 'ㅁ'

비로그인 2007-10-01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반가워요~(흔들흔들 ^^)

twinpix 2007-10-01 21:36   좋아요 0 | URL
네, 반가워요!^^ 아이디가 바뀌셨네요.^^~~ 없는 사이에 많은 일들이...^^

비로그인 2007-10-01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에요.
반가워요.
너무 오래 안 보이셔서 무슨 일 있었나 궁금했었답니다.

twinpix 2007-10-01 21:36   좋아요 0 | URL
네, 반갑습니다.^^ 민서님도 아이디가 영어 표기로 바뀌었군요. 'ㅁ'~~ 별다른 일은 없었어요.

2007-10-01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01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넷 2007-10-02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엠버... 좀 안 좋은 이야기도 있더군요.^^;

twinpix 2007-10-02 23:5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행책 게시판 가보니 그간의 사정들이 전부다 알게 된...^^;;;
 
스포츠 키드의 추억
신윤동욱 지음 / 개마고원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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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은 누구나 삶의 활력소를 갖고 있다.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버리고 다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말이다. 그게 어떤 사람에게는 노래가 될 것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영화가 또 어떤 사람에게는 사랑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가진 삶의 활력소는 무엇이 있을까? 내게 있어 삶의 활력소 중 하나는 축구다. 오래전부터 축구팬이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축구를 잘하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축구 보기를 좋아한다. 울적할 때, 짜증이 날 때, 머리가 복잡할 때 내 자신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안정제이다. 공 하나를 보며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선수들, 각종 기묘한 드리블 기술과 민첩한 몸놀림 그리고 마침내 터지는 천금 같은 결승골. 카타르시스.

  이런 내가 알라딘 서평단 도서 중에 『스포츠 키드의 추억』이란 책을 발견하고 그냥 지나칠 수 있을 리가 없다. 스포츠라면 당연히 축구 이야기도 제법 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서평단을 신청했다. 오랜만에 신청한 까닭인지 다행히 서평단으로 선정이 되었고 책을 받게 되었다.

  처음 책을 받아본 감상은 무게는 가볍게 느껴졌고 깔끔하게 편집되었다는 느낌이었다. 모두 흑백이긴 했지만 사진들도 제법 들어가 있었고 재미있는 제목이 달린 글들도 있어서 흥미가 유발되었다. 무엇보다도 축구 이야기도 많아 보였다. 마음에 들었다.
  제목만 보고 신청한 터라 사실 이 책의 정체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했는데, 알고 보니 『한겨레21』에 문화부 기자인 신윤동욱 기자가 「스포츠 일러스트」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칼럼을 묶은 책이었다. 일단, 그런 사전 지식을 숙지하고 나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가 읽은 방식은 다른 사람들과는 아마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책을 반씩 나누어서 읽었다. 일단, 축구 칼럼만 찾아 읽었다. 처음 이 책을 읽고자 한 것도 축구 이야기 때문이었고 워낙 축구를 좋아하는 터라 축구 이야기부터 읽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때의 감상은 약간은 실망이었다. 칼럼이기 때문인지, 전문적 지식이나 새로운 정보보다는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와 비슷한 감상을 가졌거나 내가 아끼는 선수를 마찬가지로 칭찬하는 내용을 읽고 있노라면 동질감을 느끼면서 즐겁기도 했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굳이 책으로 읽는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약간의 실망을 안고 이번에는 나머지 글들을 읽어보았다. 이러니, 이건 완전 다른 책을 읽는 기분이었다. 내가 모르던 스포츠들에 대한 정보들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만약 이 책을 쓴 필자와 나이가 비슷한 동년배의 사람이라면 추억을 회상하기 딱 좋았을 이야기들도 나는 어렸을 적의 희미한 기억을 더듬으며 읽어야했다. 신기하고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축구라는 메이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못하는 스포츠 종목들의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십 년이 넘게 뛰고 있는 선수들의 이야기들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들이었고 신화였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도 땀을 흘리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관심 밖이었던 올림픽이 무작정 기다려졌다. 이 책에 나온 이들의 활약상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졌다. 그동안 올림픽은 금메달 개수만 확인하고 말았지만, 이번에는 선수들의 이름이며 경기를 직접 확인하게 될 것 같다. 책 한 권의 위력을 새삼 실감했다. 사람에게 이토록 영향을 끼칠 수 있다니.

  전체적으로 깔끔한 문장들로 이루어진 글들이라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다. 유머 섞인 재치 있는 글들이기 때문에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며 읽을 수 있다. 애국주의 관점에서 보는 스포츠에서 벗어나자는 작가의 시선도 반갑고 건강하다. 금메달에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즐기는 쿨한 선수들의 등장도 좋았다. 그리고 또한 노장 선수들의 애환과 노력을 엿볼 수 있고 자기도 모르게 그들의 팬이 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2008년이 되면, 오래 뛰는 ‘언니’들을 응원하기도 하고, 앙골라 여자 핸드볼 팀을 응원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또, 나만의 응원팀을 발견할 수도 있겠지. 삶은 하나의 거대한 스포츠일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때로 스포츠에 열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곳에서 우린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드라마를 발견하여 위안을 얻고, 또 은퇴하지 않고 꿋꿋하게 경기장에 서는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스포츠를 좋아한다면 그리고 또 좋아하고 싶은 독자라면 권하고 싶다. CF에서 성룡이 베이징 올림픽으로 가는 방법은 비자 카드라고 광고하고 있지만, 실제론 이 한 권의 책으로도 베이징 올림픽을 갈 수 있는 좋은 티켓이 아닌가 싶다. :D

 

 

※ 이 리뷰는 본문에도 언급했듯이 알라딘 서평단 도서를 읽고 쓴 서평단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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