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에서 발행하는 <인권오름> 제16호(2006. 8. 9.)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을 보려면, http://sarangbang.or.kr/bbs/view.php?board=hrweekly&id=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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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에 무릎 꿇지 않은 죄, 김성환을 석방하라  
     


                                                                                        이계삼(밀양 밀성고 교사) 

 


찌는 듯한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이 유난스런 폭염의 행진이 지구온난화의 한 징표라는 것은 이제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비 한방울 만나지 못하고, 폭염과 열대야속에 지낸지가 벌써 며칠째인지 모른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색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러나 지구온난화건, 세상일이건 우리는 그저 이 더위를 피하고 싶을 따름이다.

그러나 더위를 견디기 위한 내면적 건강성을 위해 우리는 온전히 ‘몸으로’ 이 무참한 폭염을 감당해야 하는 많은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 나는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을 떠올리고, 그의 비통하고도 억울한 옥살이를 생각한다.

곧 있으면 8.15 광복절 특사가 발표될 것이다. 집권여당의 의장이 재벌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면을 약속했다. 대통령의 최측근들, 이를테면 안희정, 신계륜 씨들이 이번에 사면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그러나, 이 땅의 도덕적 양심과 사회 정의의 가장 예민한 지점에 서 있는 김성환 위원장이 배려되는 흔적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지금 수감된 1년 6개월 새 벌써 세 차례나 벌인 단식과 고혈압으로 병사동에 수감되어 있다. 예수님은 산상수훈을 통해 “의를 위해 핍박받는 사람은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라고 가르쳤지만, 그는 지금 ‘천국보다 낯선’ 곳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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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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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수감된 과정은 이제 어느 정도는 알려진 것 같다. 그는 삼성일반노조를 결성하여 삼성의 무노조경영, 노동자 탄압에 맞서 지난 10여 년간 집요하게 싸워왔고, ‘업무방해죄’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집행유예 기간 중에 다시 삼성 SDI 노동자들의 투쟁의 진실을 알리다가 ‘명예훼손’이라는 이름으로 실형 2개월을 선고받았고 애초의 3년을 합쳐 3년 2개월을 감옥에서 보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이미 노무현 대통령은 ‘권력은 기업으로 넘어갔다’고 화끈하게 고백했다. 언젠가 황우석 연구실을 찾아가서는 대뜸 ‘감전됐다’고, ‘기술이 아니라 마술이다’면서(실은 ‘사술’이었지만) 이마 주름살 굵게 그으며 부담스러울 만치 환하게 웃던 우리의 대통령은 가끔은 ‘심하게’ 솔직해서 사람을 황당하게 만드는 특별한 재주가 있지만, 사실 그가 했던 이 말, ‘권력은 기업에게 넘어갔다’는 표현은 삼성을 염두에 놓고 보면 두 말이 필요 없는 진실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삼성에 대한 존경심과 자발적 복종의 의지로 가득하다. 이 땅 청년들의 최고의 기쁨은 ‘삼성맨’이 되는 것이다. 박지성 선수가 벤치를 박차고 경기장으로 튀어나오는 순간을 기다리며 퍼거슨 감독 눈치 살피며 밤잠을 설치는 대한민국 남성들에게 영국 프리미어리그는 선망과 열등감의 공간일 것이다. 그런데 그 프리미어리그의 절대 강자 첼시 선수들은 가슴팍에 ‘자랑스런 우리 기업’ 삼성의 로고가 새겨진 옷을 입고 뛰어다닌다. 헐리우드의 선남선녀 배우들도 삼성이 만든 최고급 휴대폰을 들고 다닌다지 않은가.

그러나 삼성은 과연 우리 사회에서 어떤 존재인가. 경쟁력 있는 삼성의 물건들을 팔아주기 위해 희생되는 경쟁력 없는 존재들, 이를테면 농업, 중소기업, 이런 존재들이 누려야할 본연의 가치, 그리고 이들이 지켜져야 할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는가.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밥과 된장을 먹지 않고 휴대폰과 반도체와 벽걸이형 텔레비전과 자동차를 먹고 살아야 할 것인가? 몇 개의 ‘초일류’들의 독주로 인해 갈수록 위태로워지는 이 땅 삶터의 자립의 기초를 염려해보았는가.

삼성은 또한 이 사회의 정신적 타락의 중추이다. 삼성의 무노조경영 논리와 이것이 수용되는 현실 속에는 돈만 많이 준다면 노동자로서의, 한 인간으로서의 자존은 뭉개져도 좋다는 극히 절망적인 인간학이 깔려 있다. 모든 국민에게 공평해야 할 법질서(가령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면 법이 정한 바 그 규모에 맞는 세금을 내야 한다는)를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더라도 삼성이라면 어쩌지 못한다는 것을 그들은 보여준다. 시끄러워지면 돈을 좀 풀어서 온 국민을 ‘얼르는’ 이 치욕스러운 작태도 그들은 서슴없이 자행한다.

노동자는 노동자의 권리를 가져야 하고 잘못이 있다면 그 누구라도 법 앞에서 공평하게 처리되어야 한다. 이 자명한 상식을 삼성은 거부한다. 그래서 김성환과 같은 사람은 제 일신을 바쳐 싸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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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인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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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위원장은 유신독재가 막바지로 치달아갈 때 이른바 ‘의식화 써클’을 출입하던 청년이었다. 그는 스스로 대학에 가지 않았고 의식있는 노동자가 되었다. 그는 1990년대 초반 대학생들을 들뜨게 했던 영화 ‘철의 노동자’의 실제 무대였던 인천 ‘한독금속’의 노동자로 일하면서 인천에서 최초로 민주노조를 만들었다.

그와 함께 노동운동을 했던 사람들은 대개 ‘학출’(대학생 출신-편집자)이었을 테고 그들이 하나 둘씩 현장을 떠날 때에도 그는 선반공으로 현장을 지켰다. 그리고 그가 일하던 이천전기가 삼성의 하청계열사로 편입될 때 그는 삼성과 운명적인 조우를 하게 되었다. 삼성은 그 회사를 매각하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해고자였던 그는 이후로부터 10여 년간 사적인 삶을 반납하고 오로지 삼성과 맞서 싸우는 공적인 생애를 살았다.

이 싸움을 통해 그가 얻을 수 있었던 제 삶의 유익은 무엇이었을까. 설혹, 우리 노동운동의 마지막 성역으로 남은 삼성에 노동조합의 깃발을 꽂은 최초의 운동가라는 영예가 남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 ‘경제인간’들의 나라에서 그에게는 국민경제를 망치는 주적이라는 악선동이 안겨줄 고통이 더 컸을 것이다. 일부 대기업 노조의 도덕적 타락이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된 이 마당에 그의 투쟁은 유행 지난 것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아내 임경옥 선생은 지금도 보증금 500만원, 월세 20만원의 셋집에서 세 자식을 건사하기 위해 새벽과 오후 두 타임의 우유배달을 하면서 힘겹게 옥바라지를 한다. 김성환 일가의 삶은 차라리 일제시대 독립운동가 가족들의 생애에 가깝다.

그러나 이들 앞에서 우리 사회는 과연 부끄러워하고 있는가. 우리 사회에 그들에게 바쳐질 존경심은 남아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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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을 석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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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부산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던 올해 2월, 나는 지인들과 함께 면회를 간 적이 있다. 구멍이 숭숭 뚫린 플라스틱 유리를 사이에 두고 그가 우리에게 열정적으로 던졌던 말들은 지금도 나에게 고마운 감동으로 남아 있다. 그 자리에 함께 한 어느 벗의 재빠른 노력으로 겨우 녹음했던 그의 이야기의 일부를 이 자리에서 풀어본다.

"제가 이제 삼성을 두고 물신(物神)이라 말했는데, 대한민국 국민은 삼성을 상대로 독립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신이 다 장악하고 있는데, 못하는 게 없는데, 거기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순히 노동조합을 하나 만드는 차원이 아니라 인간성의 회복이다, 물신에 맞선 인간성의 회복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저들의 본색이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저들이 가진 가치관이란 것이 돈을 들이밀면서 이 땅 사람들을 속물화시키는 거 아닙니까.(삼성일가의 8천억 사회 환원 보도를 말함-필자) 자기들 눈높이에 이 사회를 맞추는 거거든요. 돈으로 다 해결된다는 사고방식으로 온 국민을 교육시켜요. …… 지금은 내가 힘이 없지만 다음을 위해서는 저 막강한 권력과 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지더라도 바위에 계란을 집어 던져서 바위가 깨지진 않지만 바위에 흔적이라도 남겨야 한다, 그 뒤에 오는 사람들이 그걸 보고 다시 할 수 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면회가 끝나고, 김성환 위원장은 옥방으로 되돌아갔다. 그는 푸른색 수의를 입고 있었다. 그의 뒷모습을 보았을 때 새삼 가슴이 찡, 하고 아파왔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 형편없는 사회가 그래도 사람 사는 땅으로 지탱하는 것은 김성환 위원장과 같은 의인들이 무지, 악행, 폭력으로 점철된 이 땅을 온 힘으로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죄스러워해야 하고 그들이 겪는 고통의 빛으로 자신의 현재를 비추어야 한다”고 말이다.

지금 영등포 교도소 병사동에서 옥에서 맞는 두 번째 여름을 보내는 김성환 위원장. 그의 죄는 이 땅의 실질적 지배자 ‘삼성’에 무릎 꿇지 않은 죄밖에 없다. 그는 양심과 도덕을 고민하는 나와 같은 무력한 시민들에게는 우리가 그래도 ‘인간’임을 느끼게 해 주는 은인이다.

이번 8.15 광복절 특사 명단에 얼마나 많은 재벌 총수들의 명단이 오를지 모르지만, 백번을 양보해서, 그들이 양껏 사면을 받아 이제 자신들 범죄의 마지막 흔적조차 싹싹 지워버릴지라도 김성환 위원장은 풀려나야 한다. 나는 인간의 양심과 사회정의의 이름으로 강력히 요구한다. 김성환은 정당하다, 김성환을 석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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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부 2007-02-09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성환씨가 앰네스티 양심수로 선정되었음에도..작년 8.15특별사면의 문제의식에서 한 발자국도 우리사회가 나아가지 않았다는 것이 슬프다..짜증난다......김성환위원장은 정당하다...김성환을 석방하라!!!!

고니 2007-02-09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석방하라 석방하라 석방하라
 


 

연두는 오늘 기어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흰색드레를..

일상생활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무슨 이벤트 자리에서나 어울릴법한 그 흰색드레스를 입고

어린이집으로 갔다..

 

이 추운날.. 기어이..

 

무슨 바람인지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민소매 치마를 입고가겠다고 고집이다.

 

저도 무리한 요구인것을 아는지...

공연히 눈물바람이다....

 

연두가 오늘 처음 요구한 원피스는 아래 그림과 같다. --;

 



 


 

이 한여름 냉장고 원피스 입겠다는걸..

 

그나마 나의 긴 설득으로 8부소매의 흰색드레스로

간신히 맘을 바꾸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연두부는 걱정이 많다.

 

'연두 어린이집에서 친구들한테 놀림당하면 어째?'

'선생님들이 연두 너무 공주과라고 모라하지않을까?' 

 

(나) 내비도~ 지가 그렇게 하고 싶다는데 해봐야지~

 

사실 나도 궁금하다 ..

어린이집의 반응이

오늘 저녁 연두의 반응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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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07-02-09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안보여 요 ㅁ. 해결해주 3. 보여줘! 보여줘! ~

고니 2007-02-09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 사진 보고 잡다

연두부 2007-02-09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정하니 잘 보이는데...쩝
 

작년 1월 출근하다 내가 탄 택시가 신호대기하고 있던 버스를 그대로 들이박아서 한 열흘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택시 기사님이 졸았는지 딴 생각을 했는지 좀 세게 들이 박아서 기사님은 정신을 잃고 나도 난생처음  119 구급차를 타 보았다.

그 때의 충격이 뇌의 기억에는 아직도 남아 있는지 지금도 택시를 타고 가다 기사님이 조금이라도 브레이크를 늦게 밟으면 그야말로 내 간은 콩알만하게 졸아든다.... (나중에 알았는데 외상증후군인가 뭔가 그런거라고 하더구만...)

오늘 아침도 어제 마신 술때문에 조금 늦게 일어나 택시를 타고 출근을 했는데 내가 탄 택시가 신호대기하고 있던 앞에 차를 추돌하고 말았다...다행히 이번에는 약하게 박아서 크게 다치지는 않았는데 대신 내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쩝

작년 사고도 그랬고 이번 사고의 택시 기사님도 나이가 꽤 많았던 것 같다.  사고 수습후 다시 택시로 돌아온 기사님께 연세를 물어보니 올해 66살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나이가 들어서 쉬엄 쉬엄 하는 탓에 한 달에 7-80만원 밖에 못 버는데 이번 사고 처리 할려면 못해도 5-60만원 들거라면서 한 숨이다.

힘든데 딴 걸 알아보시라고 했더니 나이 들어서 뭐 딱히 할 만한게 택시운전 말고는 없다고 하신다.

직장에 다 왔을때쯤 기사님이 담배 한대를 꺼내며  "노인일자리 박람회가 있다는데..."라며 말 끝을 흐리시는게 나도 괜시리 마음이 아프다.

사고때문에 평소보다 많이 나온 요금...잔 돈도 못받고 "힘드시니까 다른 일자리 꼭 찾으세요" 라고 말씀드리고 내렸다....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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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07-02-08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맘이 훈훈해집니다 그려~. 좋은 일 있을 겁니다. ㅎㅎ

연두부 2007-02-08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삼^^...근데 왜 이렇게 뒷 목이 욱신거리지...쩝..비가와서 그렇겠지..설마 사고때문은 아니겠지.....쩝

연두부 2007-02-08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급한 일 땜에 또 택시를 타고 모 처에 갔다 왔는데...택시기사님이 또 할아버지다...조심스럽게 연세를 여쭤보니....올 해 칠십이란다....덜..덜..덜
 

 

어제 저녁 즈음.

 

<상황 하나>

 

나란히 놓여져있는 인형들에게

하나 하나  이름지어주며  인형놀이에 몰두하고 있는 연두

 

저혼자 공주놀이에 빠져 얼마간 쳐다보지도 않던

토끼, 곰. 강아지 인형 등이다.

 

그 중 '미피인형'을 가르키며 내가 연두에게 묻는다.

 

(나)  연두야! 저 토끼 인형 누가 사줬어?

연두 : 엄마가~

 

(나) 아니지~ 아빠가 사줬잖아~

 

시큰둥한 연두, 마지막으로 내게 날린 일갈!

 

(연두) 도대체 알면서 왜 물어보는거야?????

 

너.. 정녕 6살 맞더냐?

 

 

<상황 두울>

 

매일 아침 유치원 등원시마다 반복해 연출되는

연두와의 드레스 공방.

 

어느날..

유리구두(사실은 플락스틱 구두지만..)와 요술봉,

공주가방 등등을 제 책가방에 챙겨넣는다..

거기까지 말릴 여력이 없다.

 

오늘 아침..가방안에 남아있는 공주소품을 보며

 

(나) 연두야, 오늘도 이거 가지고 갈거야?

연두 : (시무룩) 아니-

 

(나) 왜?

연두 : 선생님이 다음부턴 유치원에 가지고 오지 말래.. --;

 

그렇구나....

ㅋㅋㅋ

 

샘통이다~ 이연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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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니 2007-02-09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꼽 빠지는 줄 알았심 킥킥
 

산행일시 : 2003년 5월 4일(일요일) 오전 7시- 오후 6시(약 11시간)
참가자 : 10명참가 9명 종주 성공

          
통일산악회에서 참가하기로 한 인원은 달랑 3명, 약속장소인 석봉리에 도착해 보니 참산에서는 무려 7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산지점인 황적봉 밑 삐까삐까(까페이름)에 차를 갖다두고 출발한 시간은 정확히 7시 5분, 온통 모텔 공사로 어수선한 출발지점의 분위기를 뒤로 하고, 약간 힘들다 싶을 정도의 경사를 타고 1시간여 남짓 올라가니 어느덧 장군봉이다. 장군봉에서 서서 맞은편 황적봉을 쳐다보니 자연스럽게 한숨이 절로 나온다....언제 저기까지 가나,,,,또 한편 아래를 쳐다보니 마치 암세포 같이 산기슭까지 쳐들어 온 모텔들로 인해 여간 기분이 씁쓸해 지는 것이 아니다. 이런 썩을............
어쨋든 며칠전에 다리를 삐끗해서 약간 쳐진 김모회원을 뒤로 하고 다들 씩씩하게  남매탑까지의 능선을 타기 시작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짧게 교차하면서 간간히 왼쪽으로 보이는 탁트인 전망이 산행의 피로를 씻어주는,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산행길이었다. 다들 입으로는 힘들다고 하면서 조금도 쳐지지 않고 따라붙는 걸 보면 상당한 내공을 지닌 꾼들임을 직감한다.
남매탑에서 쳐진 회원일행을 기다리니 이재화대장과 김승식선배가 금방 따라붙었다. 김모회원은 아무래도 다친 다리가 힘들 것 같아 도중에 하산했다고 한다.... 이런 벌써 탈락자가.......어쨋든 남매탑옆 절에서 물을 가득 채우고 다시 출발!!
이제까지의 호젓한 산행과는 달리 본격적인 계룡산 "국립공원"안에서의 산행인지라 붐비는 등산객들과 계속되는 경사진 돌담길은 산행을 2배정도는 피곤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삼불봉에서 관음봉까지의 쉬지않고 내친 1시간여의 자연성능 종주에 비하면 이제까지의 산행은 준비운동에 불과하지 않았나 싶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선두에 서신 김선건의장님의 체력은 거의 놀라움 그자체다......
관음봉 정자밑에서 가픈 숨을 돌리고  이제는 점심을 고민해야 되는 시간 12시 20분경, 참산회원들만이 알고 있다는 '알봉'에서의 점심식사는 계룡산종주의 또다른 하이라이트였다.  어떻게 그런 자리를 알았나 싶을 정도로 아늑한 자리와 딩게장(맞나?)외에 전혀예상못한 반찬들........(여기에 적지못한 아쉬움을 이해바란다.다만 단백질 보충정도로 이해 바람, 꼭 알고 싶으면 다음 참산 산행때 참가해 보기바람)
배불리 점심을 먹고 다시 산행시작!! 사실 다른때 같으면 거의 하산완료시간때인데..
후반전 산행은 쌀개봉 암벽에 밧줄이 없어짐으로 인해 초반부터 어려움에 직면했다.
일부는 돌아가는 길을 선택한 가운데 난데없는 암벽등반이 이루어 졌다. 타는사람이야 어땠는지 모르지만 밑에서 지켜보는 사람 눈에는 아슬아슬 그 자체....어쨋든 전원 무사히 등반한 가운데 이제 멀리 보이는 희멀건한 암벽과 둥그스럼한 황적봉이 이 산행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얘기해 주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황적봉코스는 삐까삐까쪽에서만 3-4번 해왔는지라 반대방향은 처음이었다. 당연히 암벽등반도 밧줄을 타고 올라가는 것도 처음....예상만큼 힘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체력이 소진되어 감을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초코렛 몇개 준비해온 나의 보충식 준비를 부끄럽게 만들만큼 참산의 보충식은 환상적이었다. 육포,오이,황도깡통,게다가 산행 거의 마지막까지 시원한 얼음물을 마실 수 있었던 건 이번 산행을 성공으로 이끈 일등공신중의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어쨋든 이번 봉우리만.....이번 봉우리만.....하고 작은 봉우리 3-4개를 넘기고 황적봉에 올라가니 시간은 5시 남짓...장군봉부터 우리가 지나온 봉우리를 눈으로 훍으니 정말 감개가 무량하다.우리가 정말 저 많은 산봉우리를 거쳐서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빠른 걸음으로 하산길을 재촉해서 하산지점에 도착한 시간은 정확히 6시 3분....장장11시간의 대장정이 끝난 것이다. 종주를 3번이나 하신 김선건의장님께서는 이제까지 종주를 12시간 이내에 끝낸적이 한번도 없으셨고,종주를 끝내고 나면 거의 파김치상태였는데, 체력도 이번 산행이 가장 가뿐하다고, 정말 놀랍다고 하신다.
아마도 그동안 의장님이 강조한 좋은 산행을 위한 3가지 조건- 코스, 날씨, 같이 산행하는 사람-이 환상적으로 잘 맞아 떨어진 결과가 아닌가 여겨진다.
뒷풀이에서 가을쯤에 참산과 통산의 동반산행과, 매년 1회씩 종주를 하자는 소박한(?) 약속을 막걸리잔에 맹세하고 길고긴 산행을 맺음 지었다.

산행후기를 제가 쓴다고 확답은 하지 않았는데 산행날의 분위기는 다들 막내인 제가 당연히 쓰는 걸루 알았다니.....어쨋든 늦어서 죄송합니다.
지금은 모처럼의 장기연휴(8,9,10,11)를 맞아 처가가 있는 합덕의 구석진 pc방에서 부랴부랴 산행기를 올립니다. 산행이 길어서 그런지 주절주절 무지 길어졌고  다시한번 읽어보니 봄날의 계룡산 정취는 한군데도 없는 넘 삭막한 산행기가 되어버렸네요^^ 원체 인간자체가 건조한 인간이라, 이해 하시고 한참 있다 쓰는 거라 혹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있을 지 모르니 댓글 달아서 정정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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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부 2007-02-06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는 한달에 1-2번 5년 넘게 등산을 했었는데 이제는 먼 추억이 되어 버렸다...3월부터 다시 시작할려고 하는데...5-6월쯤에는 다시 종주도 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