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2008년 5번째 독서모임 (5월 16일)
[눈물은 왜 짠가, my impression]
-J.Y.E-
사람이란, 제가 경험한 만큼 아는 법이다. 또 자기가 겪은 만큼, 딱 그만큼의 깊이만큼만 사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 책의 저자가 가지고 있을 사유의 깊이는 감히 내가 상상할 수도 없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시인이라는 직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원자력발전소 근무경력, 농장 살이, 대리점 잡부, 남의 집 살이, 가족의 파산과 그로 인한 생이별, 가난, 늙은 어미마저 제대로 거두지 못하는 못난 아들로서의 고뇌..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산문 형식에 ‘이게 뭐냐’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지만, 책을 다 읽은 후에는 하나의 흐름으로 엮여지는 이 모든 이야기가 영상처럼 떠오르기도 했다.
이 책을 덮은 후 떠오르는 두 가지 단어는 어머니와 가난이었다. 가난에 관하여는- 이 모임을 통해서도 지금의 내 생활이 가난과 가장 맞닿아 있는 것 같다고 누차 이야기를 했으나 이를 가난이라 말하기에는 너무 부끄러운 구석이 많아 그냥 넘어가려 한다. 그래서 이제 막 서문을 시작했으나 이 글을 읽으며 느낀 내 어머니에 관한 간략한 감상을 몇 마디 적고 마치련다. ㅎㅎ
설렁탕집에서 주인의 눈치를 보며 고기 국물을 아들에게 부어주시던 어머니의 모습에서도, 기다림이 가득 밴 밥상을 차려놓고 달빛에 젖어가며 남편과 아들을 기다리던 어머니의 모습에서도 내 어머니의 모습이 겹쳐져 눈시울이 시큰했지만, 나는 ‘저 달장아찌 누가 박아놓았나’라는 시가 가장 마음에 남는다.
마음 마중 나오는 달 차부집 길이 있어
어머니도 혼자 살고 나도 혼자 산다
혼자 사는 달 시린 바다
저 달장아찌 누가 박아 놓았나
혼자 사는 살림이라 매일은 아니지만, 음식쓰레기를 버려야 하는 날이면, 베란다 창가에 턱을 괴고 서서 쓰레기 아저씨를 기다린다. (남자친구는 자기 아닌 다른 남자를 밤마다 기다린다고 때마다 성화다.) 아저씨가 다녀가시자마자 깨끗이 비워놓은 통을 얼른 집 앞에 가져다 놓는다. 싹수 없는 무임승차자가 밤새 자기 집 쓰레기를 갖다 버리는 꼴을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쨌건, 아저씨를 기다리는 그 시간이 내가 유일하게 밤하늘을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사람들이 밤에는 마음이 흐물해지고 괜시리 감상에 젖는다는데, 그래서인지 밤이면 연인보다도 나의 가장 절절한 피붙이, 엄마가 훨씬 그립다. 아빠는 그 시간까지 술 한 잔 꺾으실테고- 아마 그 때쯤이면, 우리 엄마도 집에 혼자 계실 거다. 그럼 괜시리 엄마가 안쓰럽고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다.
무뚝뚝한 딸이라 아직 사랑한다는 말도 한 번 못 해봤고, 그런 애틋한 마음이 든다고 해서 직접 전화를 건다거나 연락을 취해본 일도 한 번 없지만, 달이 마음 마중을 나오는 날도, 그리고 매순간마다- 엄마가 늘 행복하시길, 내가 그 가슴에 훈장 같은 자식이 되어드릴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한다. 그리고 이젠- 조금만 더 살가운 딸이 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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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제공 저자소개]
1962년 충북 중원군 노은면에서 태어났다.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북 월성 원자력발전소에서 4년간 근무하다 서울예전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2학년 때인 1988년 『세계의 문학』에 「성선설」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서울 달동네와 친구 방을 전전하며 떠돌다 96년, 우연히 놀러 왔던 마니산이 너무 좋아 보증금 없이 월세 10만 원짜리 폐가를 빌려 둥지를 틀었다는 그는 "방 두 개에 거실도 있고 텃밭도 있으니 나는 중산층"이라고 말한다. 그는 없는 게 많다. 돈도 없고, 집도 없고, 아내도 없고, 자식도 없다. 그런데도 그에게서 느껴지는 여유와 편안함이 있다. 한 기자가 "가난에 대해 열등감을 느낀 적은 없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부스스한 머리칼에 구부정한 어깨를 가진 그는 부드럽지만 단호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가난하다는 게 결국은 부족하다는 거고, 부족하다는 건 뭔가 원한다는 건데, 난 사실 원하는 게 별로 없어요. 혼자 사니까 별 필요한 것도 없고. 이 집도 언제 비워줘야 할지 모르지만 빈집이 수두룩한데 뭐. 자본주의적 삶이란 돈만큼 확장된다는 것을 처절하게 체험했지만 굳이, 확장 안 시켜도 된다고 생각해요. 늘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해요."(동아일보 허문명 기자 기사 인용)
2005년 자본과 욕망의 시대에 저만치 동떨어져 살아가는 시인. 시인은 이제 강화도 동막리 사람들과 한통속이다. 강화도 사람이 되어 지내는 동안 함민복의 시는 욕망으로 가득한 도시에서 이리저리 부딪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강화도 개펄의 힘을 전해준다. 하지만 정작 시인은 지금도 조용히 마음의 길을 닦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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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꺼리]
* OJH : ‘안치환-소금인형(류시화 시). 책을 읽으며 생각난 시와 노래를 함께하고 싶다.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내려간 소금인형처럼
당신의 깊이를 알기 위해 당신의 피 속으로 뛰어든 나는
소금인형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네.
* HSM : 자신만의 추억이 담긴 물건이 있는가?
* LSJ : '가난'의 정의를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어떤 상태가 가난인지.. '물질적으로 가난해도 마음이 부자이면 걱정이 없다'는 말은 과연 합당한 말일까? 또한, 강화도에서 외롭게 혼자서 살고 있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어떤 삶을 얘기하려 하고 있는 것일까?
* YKH : 작가의 삶의 무능력에 관하여.. (내내 욕했다.)
* JYE : 어머니에 관한 가장 애틋했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