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르 잠자의 재변신 - 칼 브란트
납작한 빈대처럼 끔찍하게 말라버린 그레고르 잠자의 시체는 쓰레기를 치워가는 차에 실려 도심지를 벗어난 외곽지대의 큰 쓰레기장에 버려졌다. 그 시체는 정말이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끔찍하게 말라 있어서 눈에 잘 띄지도 않을 정도였다.
죽어서 다 썩은 벌레의 몸이 흙에 매장되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 벌레의 시체는 이미 햇볕의 뜨거운 열기로 인해 끔찍한 악취를 내뿜기 시작했다.
대낮이면 셀 수 없이 많은 벌레 떼들이 거대한 쓰레기장 주변을 날아다녔다. 하지만 끔찍한 모습 때문인지 역한 냄새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 죽은 벌레에게는 그 파리 떼들조차도 얼씬 거리지 않았다.
태양은 도시의 건물들을 뒤로 한 채 언덕 너머로 스멀스멀 사라졌으며, 싸늘한 이슬과 함께 어둠이 시작되었다. 어둠 속에 버려진 그레고르 잠자의 죽은 몸뚱이는 차가운 아침 이슬에 흠뻑 젖어버렸다.
어둠만 아니었다면, 그를 둘러싸고 있는 휴지조각들과 깨진 돌과 깡통 같은 것들은 그레로르 잠자의 왼쪽 다리가 허공에서 갑자기 떨기 시작한 것을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떨림은 얼핏 봐서는 바람 때문이라고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너무나 미세한 것이었다.
그런데 실제는 그게 아니었다. 그레고르 잠자의 죽은 몸이 갑자기 특이한 그 무엇에 의해 소름 같은 것이 돋는 듯하더니, 어떤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상념과 더불어 한 문장이 떠올랐다.
‘나는 부활해서 그들 앞에 다시 나타날 거야.’
그레고르 잠자 자신도 이 이상한 문장이 무얼 뜻하는지 몰랐으며, 더 이상 무얼 생각한다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고, 그가 끔찍할 정도로 갖은 노력을 한 연후에야 스스로가 상념의 주인이 되어 어떤 의지를 갖게 되었다. 그것은 그가 이 쓰레기장을 떠나야겠다는 결심이다.
그런데 시간이 얼마간 더 지나고 나니, 기다란 목걸이처럼 생각이 하나로 모아지면서 자신의 몸뚱어리가 아주 이상한 변화를 나타내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느꼈지만 인식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단지 몸뚱어리 뒤쪽의 관절들을 비롯하여 몸뚱어리 전체가 어떻게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느낌만 들 뿐이었다.
그런데 그레고르 잠자는 갑자기 자신이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들 그가 얼마 전에 죽었다고 했는데 말이다. 또한 자신이 아주 끔찍하게 생긴 거대한 벌레로 변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도대체 그는 이 사실에 대해 얼마 동안이나 잊어버리고 있었던가. 그가 죽은 날로부터 그가 깨어 있는 지금까지 도대체 며칠이나 흘렀단 말인가. 그는 무엇인가를 기억해 내려고 애를 썼다.
그러다가 그는 어떤 순서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일단은 그냥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부드러운 무엇엔가 감싸여 있다고 느끼면서도, 도대체 자신이 지금 어디에 누워 있는지를 확실히 알지 못해 무척 답답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팔과 다리 등을 사용해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물론, 자신이 누워 있는 곳이 침대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짚이나 건초, 아니면 그와 비슷한 것에 누워 있을 것이 분명할 터였다.
이제 그는 얼굴이 밑으로 내려앉아 숨쉬는 것마저도 힘들 지경이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쳐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 머리를 그대로 꼿꼿하게 쳐들고 있을 수가 없어서, 몸통 전체를 약간 옆으로 돌렸다.
그런데 몸을 약간 움직였더니, 놀랍게도 몸통의 일부가 아무런 아픔도 없이 그대로 떨어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그는 몸을 바로 해보려고 기를 썼는데, 이상하게도 마치 팔이 생긴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순간, 몸체의 아랫부분에 의지하여 일어서야 한다는 생각이 그를 엄습해 왔다. 자신이 다시 사람의 모습을 지닌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너무나 두렵고 겁나는 일이었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그레고르 잠자는 너무나 긴장한 나머지, 도시 안에 있는 첨탑의 시계소리라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꼼짝도 하지 않고 옆으로 누워 귀를 기울였다.
시계가 15분을 쳤다. 숨을 죽이고 한참을 기다리니 30분, 그 다음에 45분을 쳤다. 그리고 이어서 새벽 3시를 알리는 소리를 들었다.
싸늘함이 그를 엄습해 왔다. 한 시간 반만 더 참으면 날이 밝아지고, 그러면 새 날과 함께 빛이 비칠 것이다. 그는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 밤은 고문처럼 여겨질 정도로 너무나도 길었다. 그 동안 어떤 상념이 떠올라 자꾸만 그를 괴롭히는 것이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레고르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확실히 감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빈대처럼 말라비틀어진 자신의 몸을 생각하니 두렵고 겁이 나서 벌벌 떨렸다.
그런데 어느새 그는 자신도 모르게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자신의 팔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서 이마에 갖다 대었고, 그리고 이마 옆을 때렸다.
그는 자신이 인간의 손을 가지고 있으며, 손가락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결국 자신의 안에 잠재되어 있는 모든 에너지를 끄집어내어 두 발로 벌떡 일어섰다.
어둠은 아직도 짙게 깔려 있었으며, 아직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한 생각이 떠올랐다.
‘가자, 가야만 한다.’
그는 몸을 움직이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런데 그의 두 무릎이 너무나 떨려서 도무지 균형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는 재빨리 발을 뻗어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으나, 그만 땅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그의 얼굴이 달아오르며 등 뒤로 서늘한 식은땀이 흘렀고, 열기로 온몸이 달아오르는 것만 같았다.
‘어떻게 집에 가야만 하나?’
그는 온몸에 힘이 다 빠져 거의 꼼짝 않고 누워 있었다.
이루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두려움이 그를 덮쳐와, 그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에 사로잡혔다.
복잡 미묘한 여러 생각이 스치는 가운데 이런 생각을 부인해 보려고 애를 썼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