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람 권정생 - 발자취를 따라 쓴 권정생 일대기
이기영 지음 / 단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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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람, 권정생

 


                     임길택
 

어느 고을 조그마한 마을에
한 사람 살고 있네.
지붕이 낮아
새들조차도 지나치고야 마는 집에
목소리 작은 사람 하나
살고 있네.

 

이 다음에 다시
토끼며 소며 민들레 들
모두 만나 볼 수 있을까
어머니도 어느 모퉁이 서성이며
기다리고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 잠결에 해 보다가
생쥐에게 들키기도 하건만
변명을 안 해도 이해해 주는 동무라
맘이 놓이네.

 

장마가 져야 물소리 생겨나는
마른 개울 옆을 끼고
그 개울 너머 빌뱅이 언덕
해묵은 무덤들 누워 있듯이
숨소리 낮게 쉬며쉬며
한 사람이 살고 있네.

 

온몸에 차오르는 열 어쩌지 못해
물그릇 하나 옆에 두고
몇며칠 혼자 누워 있을 적
한밤중 놀러 왔던 달님
소리 없이 그냥 가다는
뒤돌아보고 또 뒤돌아보고

 

그러나 몸 가누어야지
몸 가누어
온누리 남북 아이들
서로 만나는 발자국 소리 들어야지
서로 나누는 이야기 소리 들어야지.

 

이 조그마한 꿈 하나로
서른 넘기고
마흔 넘기고
쉰 넘기고
예순 마저 훌쩍 건너온 사람.

 

바람 소리 자고 난 뒤에
더 큰 바람 소리 듣고
불 꺼진 잿더미에서
따뜻이 불을 쬐는 사람.

 

눈물이 되어 버린 사람
울림이 되어 버린 사람.

 

어느 사이
그이 사는 좁은 창 틈으로
세상의 슬픔들 가만히 스며들어
꽃이 되네.

 

꽃이 되어
그이 곁에 눕네.

 

 

이 책의 제목이 되기도 한 이 시가 동화작가 임길택이 폐암 투병 중 죽음을 앞둔 두 달 전에 권정생의 환갑에 헌정한 시라는 그 사연을 책의 말미에 읽으며 또한번 울컥했다. 아, 이들은 서로를 참 사랑하였구나!

 

시인의 낭독회에서 한 시인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글이라며 <권정생의 유언>을 낭독해주었다. 그 일부가 이 책에도 소개되기는 한다만 그때 시인의 목소리로 들은 그 유언은 슬프지 않았고 아름다웠다. 선생님 말씀대로 '용감하게 죽겠다'는 그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권정생 선생님을 몇 안되는 작품으로만 알고 있을 뿐이지만 그분의 삶으로 걸어들어갈수록 그분을 사랑하지 않으면 안되고, 그분을 존경하지 않으면 안되고, 그분을 그리워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아, 이런 작가가 있었다는 건 우리에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40년을 소변 주머니를 몸 바깥으로 차며 곧 죽을 것이라는 선고를 그림자처럼 데리고 살았으나 남은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던 사람, 농사를 짓고 일을 하는 것을 가장 중한 일로 여기었으나 자신의 몸이 병약하여 그리하지 못해 늘 마음 아팠고 미안해했던 사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세상을 바르게 꾸려가고자 했던 사람, 그런 권정생이기에 주변의 사람들이 온몸으로 사랑하고 존경하고 그리워한 것이었을 터이다.

 

책을 읽으며 [강아지똥]을 탄생시킨 그분의 철학인 '거꾸로'에 대하여 깊은 공감을 한다. 똥이 꽃보다 더 아름답고, 가난한 사람이 부자인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는 그 말씀을 귀히 여길 수 있는 사람만이 이 세상을 살아갈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비약적인 생각도 해 본다. 나는 아직 그 경지에 이르지 못했고 오히려 반대인 지경이라 그 방향으로 살아가도록 스스로를 경계하고 노력해야겠다 싶다. 사실 나와 경험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분의 책 중 일부만을 좋아하고 다른 책들은 읽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고 있자니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의 책을 읽어보는 것은 어쩌면 독서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 의무같은 느낌마저 드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이오덕, 이원수, 정호경, 이현주와의 인연 그리고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들을 처음으로 다 알게 된 이 경험이 소중하다.

 

가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병약한 가운데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았고, 해학적 삶의 태도를 가졌다하니 희망과 중심과 해학이 고스란히 담겼을 그의 작품을 읽고 읽어주고 간직하는 노력을 해 보아야겠다.

 

 

세상 보는 눈을 달리했다는 것은 단순히 세상을 '다르게' 보는 것이 아니다. 그는 세상을 '거꾸로' 보았다. '다르게'는 남들과 같지 않다는 '차이'에 불과하지만 '거꾸로'는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내보이며 기존의 것을 반대로 뒤집는 것이다. 그래서 권정생이 나사로를 알고부터 세상을 '거꾸로' 보게 되었다고 하는 말에는 세상에 대한 강한 '저항정신'이 담긴다. 돈과 권력을 쥔 부자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거지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것, 이것이 권정생이 '거꾸로'보는 세상이다. -122쪽

 

전쟁이 '바로 지금' 오늘의 문제가 되었을 때 권정생 동화는 옳고 그름을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고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하였다. 동화를 읽은 사람들은 거리로 나가 전쟁을 반대하고 세계평화를 외치며 '오늘'의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이야기는 이야기로 이어지며 새로운 이야기를 낳는다. 어쩌면 산다는 것은 이야기를 만들며 이어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권정생은 안동 조탑리 작은 마을에 사는 가난하고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이어주었다. 어려운 시대를 살아온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위로를 주었고 내일의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며 이어지게 될 것이다. - 253,2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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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8 19: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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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9 12: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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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땀 한 땀 손끝으로 전하는 이야기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지혜라 글.그림 / 보림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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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집에 보림출판사의 <솔거나라> 시리즈는 없는 집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우리만큼 익숙한 전통문화 그림책이다. 이후에 출간된 다른 출판사들의 전통문화 그림책도 좋은 것이 많지만 유독 솔거나라가 사랑을 받는 것은 꾸준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1995년에 [한지돌이]를 시작으로 25권째인 [한땀 한땀 손끝으로 전하는 이야기]까지 20년간 꾸준히 출간되고 있고, 개정과 3D판으로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독자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도 꾸준히 하고 있다는 점이 전통문화 그림책의 선두주자로 있게 된 이유가 될 것이다.

 

사실 요즘의 아이가 읽기에 시리즈의 앞번호에 자리한 책들은 그림이 낯선 느낌이기도 하지만 최근에 출간되는 책들은 <솔거나라>라는 타이틀이 없다면 일반 창작 그림책으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그림이 예쁘다. 그리고 그 예쁜이들 중 가장 예쁜이가 바로 이 책 [한땀 한땀 손끝으로 전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시리즈의 특성상 전통문화 중 하나를 이야기 형식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의 그림책이라 우리 전통문화의 하나인 '손바느질'에 대한 정보를 상세하게 알려준다.  이미 다른 그림책에서 본 적이 있는 '조각보'이지만 그 완성 과정까지 상세하게 알려준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어른인 나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삼회장 저고리의 바느질 법, 자수 병풍의 자수의 종류, 누비 옷과 굴레에 대한 활용까지 예쁘면서 자세한 그림과 글이 '우리나라 손바느질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아이 보다도 엄마인 내가 더 반한 그림책이라 개인적으로는 솔거나라 시리즈 중 가장 마음에 든다. 참고 서적을 보니 저자가 어린 독자들에게 바른 정보를 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 같아 고맙기까지 하다.

 

 

요즘 드라마 <왔다 장보리>가 인기라고 한다. 명절에 시댁에 갔더니 다들 그 드라마 이야기를 하시길래 한 번 보았더니 주인공의 직업이 침선장인 모양이다. 조카들마저 장보리에 빠져있는 것을 보니 새삼 드라마의 파급력에 놀랐지만 이런 때에 이런 그림책을 함께 하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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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치킨전]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대한민국 치킨전 - 백숙에서 치킨으로, 한국을 지배한 닭 이야기 따비 음식학 1
정은정 지음 / 따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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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아니 이 책의 존재를 알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이 세상의 모든 소재는 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행여 상상이나 했겠는가, 치킨이 전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니 말이다. '따비음식학'의 첫번째 책이니 향후 어떤 음식들이 전시의 목록에 오를 수 있을지, 우리는 어떤 음식에 대하여 배움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정말로 치킨에 이어 라면과 믹스커피가 나올런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치킨展을 읽어보았다.

 

 

 

 

우리는 자고로 백숙의 민족이다. 그런 우리에게 언제부턴가 야식 메뉴로 등장하는 것이 치킨이라는 점을 새삼스레 의아하게 생각해 보았다. 책에서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치킨은 흑인들의 소울푸드로 백인들의 흑인들의 소울푸드 중 돈이 되는 프라이드 치킨을 상업화한 것이라 한다. 프라이드 치킨이 흑인을 비하하는 은어라는 점도 처음 알게 되었다. 책은 그야 말로 치생치사! 치킨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다 탐구한다.

 

나는 이 책을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읽었다. 내가 즐겨먹는 치킨의 닭이 믿을만한 것인지, 치킨 가격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어떤 브랜드의 치킨이 가장 양심적인지 등등 철저하게 소비자의 입장에서 읽었다.

 

일단 우리집 코앞에 있어서 배달이 아니라 직접 가서 받아오는 호식이두마리치킨을 비롯한 여러 닭들이 <하림닭>을 강조하는 것의 이면에는 어두운 현실이 있다는 점에 놀랐다. 나 역시도 하림이라는 이름만 믿고 그저 그 닭이면 좋은 거려니 했는데 기형적으로 성장한 하림닭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신생 기업의 닭을 믿고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소비자로서는 대안이 나와있지 않아 아쉽다. 그냥 비판적으로 계속 그 닭 먹어야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한때 그리고 지금도 롯데마트에는 치킨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다. 행사하는 때에는 더욱 싸게도 살 수 있고 짜지만 그럭저럭 먹을만도 하다. 직접 사러 가야한다는 점이 문제이지만 근처에 있다면 그것도 그리 힘든 일이 아니다. 치킨의 가격에 대한 의문이 온 나라의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대부분이 프랜차이즈 매장인 요즘 수수료의 문제가 점주들에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추측은 했었지만 그야말로 횡포에 가까운 일도 많아 안타깝다. 그렇다고 잘못을 크게 들추지도 못하는 것이 브랜드 이미지가 나빠지면 매장의 매출도 함께 나빠지는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이라는 게 더더욱 안타깝다. 해결방안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배달에 따른 비용. 요즘 앱 사용을 하는 터인데, 배달의 민족이 수수료를 낮췄다고 하니 그걸로 갈아타야겠다. 요기요도 얼른 수수료를 낮추면 좋겠다.

그나저나 통큰 치킨 문제가 있을 때 이명박 대통령이 치킨 값 비싸다며 롯데의 편을 들어준 것은 저자의 추측대로 그가 서민 코스프레를 한 것이라기 보다는 그가 롯데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싶다.

 

과연 어떤 브랜드의 치킨이 양심적인가, 에 대한 소비자로서의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나 BBQ치킨 창업을 위한 치킨 대학이 그것도 비싼 과정이 있다는 사실 등 몰랐던 점을 새롭게 알게된 읽기였다. 음식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집중하여 읽기에 좋고, 나처럼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킬링 타임용으로 괜찮을 것도 같다. 좀더 무게감을 더 실었더라면 어떨까? 조금은 산만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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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읽은 책 세 권을 추천해본다. 소개가 아니라 추천이라고 말하는 까닭은 세 권을 읽으면서 참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다. 좋은 책들이다. '근래에 읽은' 책들은 대개 그 근래에만 머무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 추천하고자 하는 세 권의 책들은 잔영이 오래 남아있다.  [헤세의 문장론]을 가장 최근에 읽었고, [담장을 허물다]를 그 사이에, [나, 제왕의 생애]를 가장 먼저 읽었는데 지금껏 가장 크게 이야기가 살아 움직이는 것은 [나, 제왕의 생애]이다. 이 책의 존재감이 스스로도 놀랍다. 쑤퉁의 소설이기에 그런 것인가, 내가 본래 중국의 역사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인가. 어쩌면 그 둘이 만났기에 그러할 테지만 쑤퉁의 힘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프다는 마음이 증명한다.  최근에 읽은 작품부터 추천해본다.

 

 

 

 

 

 개인적으로는 속표지의 민트빛이 더더욱 맘에 들고, 제목의 폰트가 예쁘다.

 

장장 10장에 달하는 편역자의 머리말을 통해서도 느껴지지만 12권의 헤세의 책 외에 많은 글 속에서 책읽기과 글쓰기에 대한 글들을 모아 엮은 열정이 그득하다.

 

무엇보다도 기존에 내가 알고 있었던 소설들과 그림 그리고 시가 아닌 헤세의 목소리가 직접적으로 담긴 이 글들을 통해 헤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다. 읽으면서 그저 눈으로만 따라가기가 아까워 꽤 많은 분량의 글들을 옮겨 적었다. 주로 책읽기에 대한 글들이었는데 그가 말하는 책에 관한 이야기들은 현대에도 그대로 유효하다.  옮겨 적은 글들 중 몇 편을 여기에 올리는 것 대신 미처 옮겨 적지는 못했지만 기억해두고픈 글들을 몇 편 소개해 본다.

 

요즘 공간 대비 책의 양이 많아 고민 중인 내게 헤세가 말한 친구의 이야기는 큰 가르침이 되었다.

나의 한 친구는 미리 한두 번 읽어보고 만족스러웠던 책만 구입한다. 그렇지만 그의 집 책장에는 벽면 가득 책이 들어차 있다. 그는 그 책들을 거의 예외 없이 전부 혹은 부분적으로 여러 번 읽었다. (51쪽)

 

 세상에나! 읽지 않은 책이 책장에 가득 차 있는 나로서는 심히 부끄러워진다.

 

소설이자 시인이었던 헤세가 말하는 시쓰기의 즐거움에 공감한다. 시를 읽는 것도 충분히 행복하지만 아주 가끔이나마 시를 쓸 수 있을 때의 행복감을 알기 때문이다.

 

형편없는 시를 읽는 것은 극히 단기간의 즐거움이니 금세 그것에 질리고 만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읽어야 한단 말인가? 누구나 직접 형편없는 시라도 지어보면 안될까? 그렇게 해 보라. 그러면 형편없는 시를 짓는 것이 심지어 최고 아름다운 시를 읽는 것보다 훨씬 행복함을 알게 될 것이다. (158쪽)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조건 추천하고픈 책이다. 다만 현재 의문이 드는 사항이 있어 메일로 문의를 해 두었는데 답신이 오면 추가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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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시집을 읽은 것 같다. 7월에 사고 안 산 것 같은 느낌? 헤세의 충고처럼 시를 쓴 것도 아니니 시에게 조금 소원했나보다. 아니지! 최근에 서예교실 작품을 준비하면서 이문재 시인의 작품을 써 보았으니 너무 한 작품에만 몰두한 모양이다.

 

공광규 시인은 그림책 [구름]을 통해 알게 되었고, 시는 처음 읽는다. 평범해보이는 제목과 낯선 시인에게 마음을 완전히 열지 않은 채 읽었지만 어느 새 오픈된 나의 마음의 담장! 이 담장이 그 담장이었구나!!!!!

 

45편의 많지 않은 작품이 수록되었는데 작품들이 모두 좋다. 어디를 펼쳐봐도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시들이 그득하다. 위로받고 싶을 때, 온기를 느끼고 싶을 때 이 시집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마음이 괜시리 평안해진다.

 

아름다운 시를 읽는다는 것은 헤세의 말처럼 형편없는 시를 쓰는 일보다는 덜 행복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시를 쓴 시인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일은 애틋한 마음이 든다. 시를 소비하려 하지 말고 시를 음미하여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달 초에 한 편의 시를 붓글씨로 반복해서 쓰면서 쓸 때마다 그 시를 점점 더 사랑하게 된 경험을 했다. 시는 자뭇 그렇게 읽어야 하는 건 아닐까?

 

 

 속 빈 것들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들은 다 속이 비어 있다

 

줄기에서 슬픈 숨소리가 흘러나와

피리를 만들어 불게 되었다는 갈대도 그렇고

시골집 뒤란에 총총히 서 있는 대나무도 그렇고

가수 김태곤이 힐링 프로그램에 들고 나와 켜는 해금과

대금도 그렇고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회의 마치고 나오다가 정동 길거리

에서 산 오카리나도 그렇고

 

나도 속 빈 놈이 되어야겠다

속 빈 것들과 놀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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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둥! 드디어 오늘 책 소개의 하이라이트! [나, 제왕의 생애]이다.

 

쑤퉁의 소설을 가장 먼저 읽은 것은 [다리 위의 미친 여자]라는 다소 파격적인 제목의 소설집이었다. 중국의 냄새가 물씬 나면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만드는 이야기꾼 쑤퉁에게 빠져들게 되었고 이후 그의 책을 틈틈히 샀다(읽었다는 말이 아니다.). 그 책들 중에 단연 내 눈길을 끈 것이 바로 이 책인데, 평소 중국 역사 드라마 좋아하는지라 어떤 왕이 나올라나 궁금해하는 마음으로 읽었고 표지의 저 여성(책을 읽어보니 여성이 아니었어!)을 보고 흔한 드라마의 구조를 예상해보았었다.

 

그러나 이 책은 중국의 역사 속에 없는 가상의 나라 섭국의 멸망과정과 그 나라의 다섯번째 섭왕의 생애를 그린 이야기이며, 여인들의 암투가 있기는 하되 그들의 비중이 크지 않고 오로지 섭왕에 집중된 단조로운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어느 시대에 짧게나마 존재했을 것만 같은 개연성과 역사 소설에서 거의 쓰지 않는 1인칭 시점으로 소설을 끌고 나가는 집중력은 소설가 쑤퉁의 힘을 여실히 느끼게 한다. 책장을 덮으며 영상으로 보고픈 마음이 간절해졌다. 정말 재밌을 것 같다. 영화 감독님들께서 애정하는 소설가이니 이 작품도 언젠간 영상화 되길 기대해 본다(영화보다는 드라마를 원한다.)

 

외로운 왕, 섭왕.

줄타기 왕이 된 섭왕.

궁에서보다 줄 위에서 더 행복했던 섭왕이, 보고 싶다.

 

"꽃은 사람의 마음을 알아주려니" 「나, 제왕의 생애」p225,쑤퉁

 

 

 

 

헤르만 헤세와 쑤퉁은 내가 평소에도 좋아하는 작가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들의 책을 얼마나 읽었느냐고 따진다면 나는 남들보다 적게 읽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누구를 좋아하는 것과 누구를 알고 있는 것은 엄연히 다른 말이고, 나는 그들을 알지 못하지만 그들을 좋아한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읽지도 않고 전부 읽지도 않았으면서 그를 좋아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이 일련의 과정들이 '책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갖게 하는 것 같다. 나는 그동안 책을 너무나 가벼이 생각한 것이 아닐까? 다음 주에 구리에 김중혁 작가가 강연을 하러 오는데 평소 그를 혁사마라 부르며 좋아한 나는 마찬가지로 그의 작품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지도 전부 다 읽지도 않았다. 나는 그를 혁사마라 부를 자격이 있는가 모르겠다. 작품과 작가를 좀더 진지하게 대해봐야겠다. 집에 있는 그들의 책도 다시 살펴보고 한 번 더 읽을 수 있는 작품은 다시 읽는 것도 좋겠다. 쉽게 되진 않겠지만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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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The Collection Ⅱ
마리옹 바타유 지음 / 보림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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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스럴 것도 없고, 갖가지 동물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이미 1000, 10000을 세는 아이에겐 너무나 쉬운 숫자인데 왜 어른인 아이의 부모까지 허허허 하며 자꾸만 들추어 보는 거지?

 

그건 이 숫자들이 변신하기 때문이다. 변신은 아무래도 아이나 어른이나 신기하긴 마찬가지이니까! 더구나 CD케이스 크기만한 책 안에서 일어나는 변신 과정이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그 아이디어는 표지의 빨강만큼이나 시선을 끈다.

 

# 아이디어 1 - 두 쪽이 세 쪽으로 변신!

 

 

 

한 쪽엔 01이, 다른 한 쪽엔 아무 것도 없던 것이 숫자가 쓰인 곳을 한 번 더 왼쪽으로 펼치면 순간 페이지 수가 늘어난다. 여기에서 두번째 변신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 아이디어 2 - 8도 3이 되는 변신!

 

 

 

 

 

어릴 때 숫자를 칼로 긁어내며 나름의 변신을 시도한 적이 없었던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그 와중에도 손댈 것 없이 바꿀 수 있는 경우가 바로 3을 8로 바꾸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3도 8일 될 수 있지만 8도 3일 될 수 있다. 그저 책장만 왼쪽 으로 넘기면 된다! 이런 방식으로 01은 10이 되고, 2는 9가 되고, 3은 8이, 4는 7이, 5는 6, 6은 다시 5, 7은 4, 8은 3, 9는 2, 10은 01이 된다.

 

#아이디어3 - 예상치 못한 변신!

 

 

 

숫자를 넘기던 아이가 두 페이지를 겹쳐서 펼쳐놓더니 두자리수, 세자리수의 숫자를 만든다. 엄마 이러면 103! 66! 39지? 책을 만든 사람의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읽는 사람의 아이디어로 더욱 풍성해지는 책이라 더욱 가치있다.

 

한참을 가지고 놀던 아이가 괴물 놀이를 해 본다. <나는 '으' 괴물이다!>라나?

 

 

 

창의적인 책은 책의 창의성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런 책은 보는 책으로서의 기능만을 가진다. 책이 온전히 내 것이 되기 위해선 아이가 그 책을 가지고 놀 수 있어야 한다. 아마 작가도 책을 만들면서 책을 다양하고 확장적으로 가지고 놀기를 바랐을 것이다. 앞으로 이 책을 가지고 아이는 어떤 생각을 드러내려나, 기대가 된다.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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