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아들의 완소 북!세트가 완성되었습니다. 유치원에서 보고 집에 와선 사달라고 늘 말하던 수잔네 마을 이야기, 한꺼번에 사주기 보다는 한 권 한 권 사주마 하며 가을 편을 사주곤 곧 겨울을 사줘야겠다 싶었는데 선물을 받게 되어 이참에 모두 갖추게 되어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아마 아이가 들뜬 것에 비하면 제가 들뜬 것은 아무 것도 아니겠지요? 귀가가 늦어져 미처 어젠 제대로 못 갖고 놀더니 오늘 아침엔 이 네 권을 가지고 식전 댓바람부터 수잔네의 마을에 푹 빠져있었어요^^

 

처음엔 그냥 다가올 겨울의 이야기를 읽더군요. <수잔네의 겨울>을 말이에요. 그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주로 이야기는 아들이 하고 저는 추임새만 넣었지만요^^ 그렇게 놀다가 아침을 먹겠거니 했는데 밥을 차리는 동안에도 아들은 수잔네의 마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어요^^

 

 

 

 <수잔네의 가을>을 가져오고, <수잔네의 여름>도 펼치기 시작합니다. 뭘 하려나 궁금해집니다. 마지막에 <수잔네의 봄>까지 쫙쫙 펼치고 나서야 뿌듯하게 미소짓는 아들.  그러더니 지금은 겨울이라(?) 자기는 겨울에 있겠답니다.  그렇게 또 봄에 갔다가 여름에 갔다가 가을에 갔다가 하며 몇 년의 세월을 보낸 아들^^

 

아무래도 수잔네의 마을에 푹 빠져서 당분간은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을 것 같아요! 하트 뿅뿅!! 

 

 

 

 

 밥 먹으라는 어른들의 재촉에 할수없이 책들을 접기는 했습니다. (아, 집이 좀 넓었더라면 그냥 펴놨어도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제 몫이었네요^^;) 어른들이 수저를 뜨고 나서도 미련을 못 버리는지 한 권의 책을 세워 펼치더니 그 안에 들어가 자기는 수잔네의 마을에 핀 꽃이랍니다. 요즘 할머니와 함께 화초를 가꾸는 재미에 빠져있거든요^^ 참 재밌고 사랑스러운 아침이었습니다. 아들이 식사를 하려고 했을 때 이미 어른들은 식사를 마친 상황이라는 것이 반전이지만요. 우리 집 어른들은 밥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ㅎㅎㅎㅎㅎ

 

 

 

 

수잔네 마을 디자인의 벽지나 매트가 나오면 좋을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저희 아들은 '수잔네'를 자꾸만 '수잔이네'라고 불러요 ㅠㅠ 안 고쳐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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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시:리즈' 라는 시인들이 자발적으로 주최한 낭독회에 참여하는 목적으로 시작된 우리들의 모임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어제도 10월의 낭독회를 관람하기 위해 모인 우리 네 사람(원래는 5명인데 5명이 다 모인 적은 한 번 있다.)은 늘 그렇듯 6시 50분에 만나 국수를 먹고 나서 씨클라우드에 도착했다.  오늘은 김선재 시인, 백가흠 소설가, 가수 시와의 공연이었고 멤버1을 제외한 우리들은 크게 누군가를 좋아하기 보다는 그 낭독회를 좋아해서 참석했다.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고 했던가? 우린 시계를 보지 않았다. 도착했을 땐 이미 시간이 늦었다. 우린 입장하지 못했고, 그럼 우리가 가야할 곳은 '여기가 아닌가? 그럼 어딘가?'로 잠시 행사의 제목을 빌려 멘붕이 되었다. 얼른 정신을 차리고 근처 술집으로 갔다. 그때부터 이어진 우리들의 이야기, 이야기, 이야기, 이야기 들.

 

그 이야기들의 요지는 이렇다. 사실 이렇게 나이들어(평균연령 45세쯤?) 낭독회에 참석하면서 이런 데 다니기엔 나이가 좀 있는 게 아닌가하는 소심함, 이 들곤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늘 이기는 우리는 작가와의 만남이나 낭독회에 부지런히 참석한다. 농담삼아 사생팬이라는 표현까지 했지만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애정을 애써 숨기지는 않는다. 그러면서 우리끼리 자학적인 개그를 했다. 우리가 늙어서 아무래도 저쪽에서 몰래 보고 있다가 우리가 뜬 걸 확인하고 스탭을 풀어 뒤에 다 세워놓았다는, 소설에서 시작하여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 우리는 깔깔 웃었다.

 

자학 개그 중엔 젊은 학생들은 왜 놀지 않고 거기서 그걸 듣고 있는가!에 대한 규탄부터, 가짜 포스터를 뿌려서 혼선을 주자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고 했던가. 우리는 기가 막히게 행사가 끝난 시간을 알아챘다. 애써 이런 시간도 나쁘지 않다며, 담부턴 가지 말까보다 하는 말까지 나왔지만 지하철 역 입구에 있는 양말 장수에게 가장 어려보이는 양말들을 선택하며 담엔 이거 신고 꼭 들어가자는 다짐을 했다. 그때도 못 들어가면 뽀로로 양말을 신기로 했다.

 

 

 

우리는 모두 책을 사랑한다. 출판사에서 책에 관한 일을 하는 멤버0과 1이 있고,  우리가 심빠라고 부르는 가장 적극적인 팬인 멤버2가 있고, 책을 어마어마하게 사고 그것을 거의 다 읽는 멤버3이 있으며, 책을 좋아하지만 썩 많이 읽지는 않고 낭독회에 올때마다 아들을 설득해야하는 멤버4인 내가 있다. 한 달에 한 번 시인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도 물론 소중하고 즐겁지만 책을 좋아하는 '우리'라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을 꾸준히 만날 수 있다는 것 또한 그에 못지 않게 소중한 기쁨이다.

 

다른 멤버0~3까지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난, 굳이 우릴 거부(?)한다면 식사 시간을 늦추면서까지 낭독회에 입장하지 못해도 좋다. 낭독회를 목적으로 만나 자학 개그만 두 시간 해도 충분히 좋다. 개인적인 사정(추위와 육아?)으로 참석하지 못하지 않는한 그들을 만나는 그 시간들이 좋다. 이젠 우리끼리 술 마셔도 시계를 보지 않을 테다!!!!

 

 

부록 : 사생팬의 대상들 

멤버 0이 사랑하는 시인 - 담에 만나면 꼭 물어보겠음.

멤버 1이 사랑하는 시인 - 강정, 그러나 어제는 백가흠 소설가 보러 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정 시인 뒤통수만 보고 옴.

멤버 2가 사랑하는 시인 - 심보선, 심빠인 듯하니 심보선 시인의 경계가 요구됨.

멤버 3이 사랑하는 시인 - 김소연, 유일하게 여자를 좋아하심.

멤버 4가 사랑하는 시인 - 오은.

 

 

 

 

 

 

 

 

 

 

 

 

* 본 내용은 은희경 소설가의 소설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와 내용상 관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스무 살 무렵 읽은 그 소설은 참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은희경 소설가의 1990년대의 소설들을 참 좋아합니다. 섬세한 날들의 섬세한 문장은 저를 잘 안아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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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2013-10-24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심보선 시인의 경계가 요구됨!!!! ㅋㅋㅋㅋ

난 아님. (응?!) ㅋㅋㅋㅋㅋ

멤버2 2013-10-24 17:2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이러면 내가 누군지 모르겠지? ㅋㅋㅋㅋㅋㅋ

그렇게혜윰 2013-10-26 11:08   좋아요 0 | URL
와~~똑똑하다!!

멤버2 2013-10-24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제는 분명 심보선 시인이 안 왔을거라 믿으며...편히 잠들 수 있었어요. ㅎㅎㅎㅎ
다음달에는 도시락이라도 챙겨 씨클라우드 계단에서 저녁을 해결할지도..ㅋㅋㅋㅋ
선물해주신 양말 신고 출근했어요. 그래서인가 오늘 유난히 발이 이뻐 보여요. ^^

그렇게혜윰 2013-10-26 11:08   좋아요 0 | URL
동안 아니 동족이 되었겠군요 ㅎㅎ

미망 2013-10-24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하.........
글 구성이 어찌 이리 재미 있나요?
멤버들 모두모두 멋지신 듯...
작가님이 아니라 멤버들 모두 만나보고 싶을 정도로 ...

그렇게혜윰 2013-10-26 11:09   좋아요 0 | URL
재밌었나요? ㅎㅎㅎ 그날의 이야기는 정말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그렇게혜윰 2013-10-24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멤버0은 문어발이라고 함.ㅋ
 

매번 책을 사려고 하다보면 있나 없나 기억이 가물가물하여 사지 않거나 중복적으로 사는 폐단이 일어나서 일단 서재에 정리해 두어야겠다.


8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예브게니 오네긴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김진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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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소설선
다자이 오사무 지음, 송숙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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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
니콜라이 고골 지음, 이항재 옮김, 노에미 비야무사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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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개정판
에드거 앨런 포 지음, 강미경 옮김, 루이스 스카파티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4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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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 깜박이와 투덜 투덜이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5
런룽룽 지음, 신영미 옮김 / 보림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이 동화집은 중국 동화 작가 런룽룽의 짧게는 4페이지 분량의 단편 동화를 포함하여 다양한 길이의 단편 동화 7편을 모은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을 꼽자면 캐릭터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각각의 캐릭터들이 대부분 이름만 들어도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도 비교적 명확하게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표제작인 <깜빡 깜박이와 투덜 투덜이>의 깜박이와 투덜이는 이름만 들어도 얼마나 잘 잊고, 얼마나 불만이 많은 아이들인지 알 수 있다. <천재와 어릿광대>의 타이쟈오아오의 교만함은 어떤가? <할머니의 이상한 귀>에 나오는 나오나오의 소란스러움은? <디얼의 주문>과 <사고뭉치 디얼>에 나오는 디얼이라는 요정의 크기는? <네 몸속에 있는 요정을 조심해!>의 피치징은 이름 그대로 '성깔부리기 요정'이지 않던가? <다다다와 샤오샤오>의 다다다가 거인국 사람이고, 샤오샤오가 소인국 사람이라는 것을 헷갈릴 사람이 있을까?하는 캐릭터에 부여된 이름의 명확함이 정말 큰 특징이랄 수 있다. 뭔가 문영남 작가 드라마 같은 느낌도 있지만 작가가 모든 작품의 이름을 이렇게 짓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닌 것 같아 재밌었다. 아이들이 친근하게 다가갈 요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들이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가 마치 자신들의 이야기인 듯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모든 이야기들 속에 나오는 말썽꾸러기 아이들은 결과적으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착한 아이가 된다는 다소 교조적인 이야기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결과보다 '누군가'로 등장하는 인물들에 더 큰 관심이 생겼다. 이 책에서의 '누군가'는 요정 혹은 할머니나 할아버지인데 요정이야 신데렐라 때부터 곤경에 처한 아이를 구해주는 고맙고 착한, 의지할 수 있는 인물이었지만 그 요정과 동급으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등장한다는 점이 신선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할아버지나 할머니는 요정만큼이나 신비로운 인물들이다. 아이의 마음을 더 잘 헤아려주는 고마우면서도 의지할 수 있는 인물 말이다. 엄마나 아빠의 사랑에서 욕심이 빠진 사랑을 주는 그분들의 위대함을 느꼈다. '격대 육아'라는 육아법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작품은 <할머니의 이상한 귀>였고, 살짝 지루했던 작품은 <다다다와 샤오샤오>였다. 지금까지도 궁금한 점은 깜박이의 이름이 왜 깜빡이가 아니라 깜박이일까 하는 것인데 아이들도 궁금해할 것 같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좋고 덜 좋고 궁금하고 공감하는 부분들이 다양하게 있을 것 같은 그 다양한 길이만큼이나 재미도 다양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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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퀴드 러브 - 사랑하지 않을 권리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권태우 & 조형준 옮김 / 새물결 / 201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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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 지그문트 바우만의 너무도 매력적인 제목의 책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리뷰 http://blog.aladin.co.kr/tiel93/6054689)를 읽었다. 현대 사회를 '유동하는 사회'라고 규정하면서 현대 사회의 실상을 냉정히 비판하고 현실 가능한 희망을 제시했던 점이 인상깊었다. 그런 인상 깊음 때문에 지그문트 바우만이라는 이름이 쓰인 이 책  [리퀴드 러브]를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 역시 부제로 붙은 '사랑하지 않을 권리'라는 데에 일차적 매력을 느껴버렸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이론이 이토록 매력적인 제목을 뽑아내게 하는 것인지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제목들이 다 끌린다.

  이 책은 특이하게 옮긴이의 해설이 본문보다 앞에 있다. 이름하여 '바우만 독해를 위한 한 가지 방법'이란다. 역자의 자긍심이 대단하여 신뢰감이 무척 커졌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보다 내용이 어려워진 것 같지는 않은데 이해가 모호한 부분들이 있었다. 알아보니 지그문트 바우만의 문체가 번역이 어렵다고 한다니 일면 이해는 가지만 독자로서는 뭔가 분명한 이해를 원했는데 그 점이 아쉽다. 물론 내 이해력의 문제일 가능성도 높다.

 

  책은 네 부분을 이야기한다. 목차로 보자면, {사랑에 빠지기와 사랑에서 빠져나오기, 고아가 된 성적 동물 : 사람 사귀기는 목적인가 수단인가?, '네 이웃을 사랑하기'는 왜 그렇게 어려울까?, 함께함/연대의 해체 : 인류의 운명인가?}가 그 네 부분인데 지그문트 바우만이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유동 사회에서의 함께 혹은 따로 살아간다는 것의 불안감과 위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목의 사랑은 그야말로 모든 사랑을 포함하는 사랑인 것이다.

 

  제일 먼저 사랑에 대한 어떤 정의가 필요한데, 사랑이 죽음과 비슷한 면이 있다는 점과 욕망이 사랑과는 다르다는 점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진리란 그때 그때 달라지는 것은 아닐 테니까. 하지만 '관계'란 영원히 불안정한 개념임을 다시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이 좋았다. 물론 사랑의 관계도 포함해서 말이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경우 관계가 친족(가족)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친화성이 필요한데 그 친화성이 동거나 반-동거의 방식이 되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반-동거'라는 개념이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는데 아무래도 저자와 나의 시각차이는 존재하는 법이니까. 수시로 나의 가족과 나의 파트너 사이에서 약한 고리로 존재하는 나의 한계를 느꼈으니 지그문트 바우만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는 있는 것 같다. 친화성!

 

  어쨌든 가족이 된 우리가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유동 사회의 처세술에는 맞지 않는 일이라는 지적에 동의했다. 앞에서도 보수적인 시각을 보인 노학자는 이번엔 여성의 입장을 많이 이해해주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따뜻한 보수학자 같았다.  유동 사회에서는 성적 동물로서의 인간이 위치가 좀 잘못되었다는 지적이다. 건강과 도착증의 구분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순수, 순화라고 표현된 성에 대한 지나친 가벼움과 본능화가 나로서도 못마땅하다. 개인적으로는 기본적으로 불임치료를 반대한다. 최소한 나 개인에게만이라도 말이다. 아이를 갖는 것은 사랑의 결과물로서의 놀라움이길 바라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전체적으로 지그문트 바우만이 지적하는 성을 비롯하여 휴대폰과 돈에 집중된 유동 사회에서의 인간관계가 마치 꼭두각시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현대의 도시에 대하여 일침을 놓은 3장의 내용이 인상적이었는데 시작부터 자기애를 가지려면 먼저 사랑을 받아야한다는 말을 해서 놀랐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란다. 남에게 사랑을 받아봐야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는 말, 공감되었다. 타인의 사랑을 받을 내 안의 무엇,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되는 글이었다.

  현대의 도시는 언제 어디로든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상층민과 머물러야만 하는 하층민이 충돌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곳에서 자유롭게 떠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안에서 잠재적 범죄자처럼 남겨진 사람들로 인해 사막화, 범죄화, 공포화 되는 현대의 도시들에 대한 경고는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 이방인에 대한 지그문트 바우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다. 보호받는 시민과 그렇지 못한 이방인의 경계가 점점 더 두드러지는 현상. 주권이 국가라는 조건 하에서만 존재하는 마치 인간-임에 대한 자격처럼 여겨지는 현상.  이런 난민들의 지금 그리고 향후의 모습은 유동적 현대가 보여줄 앞으로의 사회 모습이라는 저자의 예견은 암울하다.

 

  책을 읽으며 많은 부분 공감했고 간혹은 생각이 달라 조금은 더 깊이 생각해보기도 했다만 현대 사회가 가진 많은 문제점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다만 해결책의 제시가 다소 미흡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해 아쉽기도 했다. 당장 지그문트 바우만의 다른 책들을 찾아볼 것은 아니지만 언제든 내 마음이 피로해질 때 읽으면 오히려 시야를 넓혀서 보게 되어 우울감이 좀 줄어든다. 물론 다른 암울함이 다가오지만 말이다. 최소한 저자가 경계한 '글로벌한 문제를 로컬로 푸는' 것이 아니라 로컬의 문제를 글로벌하게 확장시키는 문제이니 그나마 다행이랄 수 밖에. 혼란한 현대 사회에 문제점을 차분차분 정리해보는 데에 좋은 학자라는 생각이 든다. 유동 사회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하는 게 옳은지 오랜만에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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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3-10-19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번역에 대한 리뷰를 읽어보니 내 이해력 문제는 아닌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