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박쥐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3
빙보 지음, 박경숙 옮김, 조우영 그림 / 보림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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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박쥐'라는 상상의 동물, 공룡이 멸종되기 직전 불쑥 나타났다가 휴면기로 6천 5백만년을 견디고 종족의 부활을 위해 지혜로운 동물을 기다리는, 도구를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자연 상태로서의 지능은 인간보다 우월한 고등 동물. 바로 그 동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들이 공룡을 좋아했던 잠시 엄마인 나 역시 공룡이 살았던 지구에 대해 관심을 갖곤 했다. 뇌는 작고 몸집만 큰 하등 동물인 공룡이 소행성의 충돌로 멸종되었다고 할 때, 그 즈음 발생된 고등 동물 늑대박쥐는 왜 다른 살 길을 찾지 못한 채 그 오랜 시간 휴면기를 거쳐 현재의 남극에서 발견되기로 한 것일까. 작가는 왜 '늑대 박쥐'를 상상해 낸 것일까, 그 '늑대 박쥐'는 왜 인간에게 발견되었는가, 하는 질문이 책을 다 읽은 후에 들었다.

 

언어가 말과 글이 아닌 텔레파시일 수 있다는 생각, 이 공간과 저 공간은 눈에 보이는 것 뿐만 아니라 생각하기에 따라 좁혀질 수도 있고 넓혀질 수도 있다는 공간왜곡능력, 에너지가 남아있는 한 병이 들지도 않고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찾아내는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늑대박쥐라는 엄청난 상상의 동물을 만들어낸 것은 인간의 오만함을 꾸짖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진화론상에서 가장 끝에 있는 가장 진화된 동물인 인간을 비웃는 듯한 고등적 두뇌를 지닌 늑대박쥐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인간을 겸손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단순히 인간 업적으로만 만들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모습과 명령에 따르기만 하는 군인들의 모습은 늑대박쥐에 비하면 얼마나 하등한 행동들을 하는지 새삼 부끄럽다. 역시 인간의 미래는 아이들밖에 없는 건가?

 

리리의 신비한 능력과 린다의 순수한 영혼은 늑대박쥐를 늑대박쥐로 이해하지만 어른들은 낯설고 강력한 대상인 늑대박쥐를 적으로 규정한다. 말은 허울 좋게 연구 대상이라고 하지만 결국은 자신들을 위협할 대상으로밖에 보지 않는 것이다. 모순 덩어리 어른들-특히 이 동화에서는 남자어른들이 주로 그러하다-에 비해 아이들은 순수하고 용감하다. 잘못한 것이 없으니 지나친 두려움을 갖지 않는 것이다. 어른 인간이라는 종족은 아이 인간이라는 종족과는 아마, 다른 종족인 모양이다.

 

책을 읽고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늑대박쥐라는 신비로운 상상의 동물에 환호할까? 그들을 해치려는 어른들을 원망할까? 먼훗날 과학자가 되어 남극에 가서 새로운 늑대박쥐와 교신할 날을 꿈꾸게 될까? 어느 것이라도 다 좋다. 이 모든 것을 다 느끼면 좋겠다. 그런데 의문이 하나 있다. 아이들은 작가가  치과 의사 린딩에게 설정한 어설픈 유머와 냄비로 남편 선교수의 머리를 때리는 허화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중국식 유머는 정말 생뚱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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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이 되어 옛이야기책을 조금씩 읽어주고 있다. 전집을 안 사는 특성 상 흥미로워 보이는 옛이야기책을 몇 권 사서 읽어주는데 아이가 예상보다 더 좋아한다. 주변에서는 아이 책 목록을 공유하자고 조르기도 하지만 아이마다 좋아하는 게 다른데 어떻게 권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에둘러 응하지 않는다.

 

이번에 비룡소 패밀리세일에서도 아이가 좋아하는 '우주'에 관한 책 몇 권과 괜찮아 보이는 옛이야기책을 골라왔다. 물론 내가 읽고 싶은 책들도. 그리하여 우리 집에는 아주 많은 '우주'관련 책들이 더 많아졌고, 옛이야기책은 그나마 다섯 권은 넘은 것 같다. 옛이야기책 초보라고나 할까? 나의 책탐으로 보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은 한다만은 애 책에는 그렇게 탐심이 없다 ㅎㅎㅎ 이기적인 엄마!

 

아주 적은 수의 옛이야기책이지만 아이가 정말 다 좋아한다.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엄마가 신경 써서 골라 준 책을 아이가 정말 좋아해서 아침마다 또 읽어달라고 하는 그 기쁨! 그것을 누리고 있는 요즘이다.

 

1. 보림 출판사의 <까치와 호랑이>시리즈 중 네 권 가지고 있다.

 

 

 

 

 

 

 

- 이 시리즈는 엄마들과 평단의 좋은 평가를 두루 받고 있고 글과 그림을 함께하는 좋은 그림 작가들이 함께 만들어가서 일단 작품성이 높다. <이야기주머니이야기>의 경우에는 행복한아침독서에서 발간하는 <책둥이>에서 추천해줘서 구매했는데 역시 아이가 좋아했고, <도깨비 방망이>의 경우 뒤집어서 읽을 수 있는 구성이 좋은데다가 내가 '금나와라 뚝딱!'을 노래처럼 읽어주니 그 부분을 참 좋아했다. <토끼의 재판>은 홍성찬 그림작가님의 최근 작업이라 존경의 의미로 내가 그냥 구입했다. 별로 읽어주질 못했다. <호랑이 잡은 피리>는 이야기 자체가 참 재밌다.

 

2. 비룡소 전래동화 시리즈 중  네 권 구입했다.

 

 

 

 

 

 

솔직히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다. 보림 출판사의 책과 가장 다른 점은 전문그림작가가 아니라 소설가 혹은 동화작가와 그림작가가 공동 작업한 작품이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글밥이 많은 대신 맛깔난다는 점이 장점이고 엄마 목이 아프다는 점은 단점이다^^ 그리고 그림이 굉장히 귀엽고 익살맞다. <토끼와 자라>는 몇 년 전에 춘천국립박물관에서 그림책 전시를 했는데 그때 보고 홀딱 반했다. 블링블링하다. <혹부리 영감>은 노래와 이야기가 어우러져 읽어줄 때 흥겹지만 사실 내가 민요나 전래동요를 잘 몰라 작곡의 경지에 이르러 읽어주게 된다.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박삭>은 온가족이 사랑하는 책이 되었다. 마구마구 소문내고 싶은 책이다. 그림이 정말 익살 맞다. <연오랑 세오녀>는 아직 읽어주기 전이다.

 

 

 

 

3. 마지막으로 시공주니어의 <팥죽할멈과 호랑이>가 있다.

 

 여러 출판사의 판본이 있지만 백희나 작가의 그림이 참 좋아 선택했다.

 교과서 수록도 이 책으로 되어 있다는 점도 선택에 영향을 주었다. 이 이야기는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도 무척 좋아한다.

 

 

 

사실 그동안 보림의 <까치와 호랑이>가 옛이야기책의 으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뜻밖에 비룡소의 <전래동화>를 만나게 되었다. 둘 다 차별성 있게 좋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어린이가 읽기에는 전문그림작가의 그림책인 보림의 책들이 더 좋은 것 같고, 어른이 읽어주기에는 입말이 살아있는 비룡소 전래동화가 더 좋은 것 같다. 선택은 엄마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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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0일부터 기다렸던 김언 시인의 새 시집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시인의 시가 어렵다고들 해서 읽지 않고 있다가 문장의 소리에서 게스트로 나오실 때 조곤조곤 말씀하시는 것에 빨려들었다. 그리고 계간지에 실린 시인의 시를 읽으면 그렇게 좋았다. 마을 도서관에서 초청 작가로 강연하셨을 때의 말씀도 좋았고. 말도 글도 다 좋은 시인이다.

 

 목차에 오른 시의 제목들만 봐도 막 설렌다.

 

유령 산책  청색은 내부를 향해 빛난다  정체성  동의하는 사람
빅뱅  방황하는 기술  죽은 지 얼마 안 된 빗방울들의 소설
상승과 하강  혼자 있었다  나는 식사하는 문장을 쓴다
겨우 두 사람이 있는 대화  내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우연의 법칙  혁명  너는 금요일에 걷다가  몽타주  암호
지시  이탈  먼지  기하학적인 삶  영점   남아도는 부품
냉담  공허한 문장 가운데 있다  식물의 인간성  어느 괴롭고 화창한 날  카운터  리틀 프랑스  마주 잡은 손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 물질의 이름  거의 비어 있다  사람을 만나러 간다
그도 안다  냉담자  한없이 무관해지는  이 용기의 용도를 모르겠다   노새와 버새  외로운 공동체  뼈와 살  연기  몽블랑
추신  이미 사라진 주어를 어떻게 찾을까?  말 없는 발   팔레트  피카소  나는 항상 실패한다  내가 죽고 나서  만성 인류학자  개념 없는 목수  개구멍  상석   경청하는 개  반드시 시가 되어 있다  말  에르호  늑대  용서  그런 생각  허물허물 똑똑

 

 

 

시집을 기다리며 예전에 옮겨 적은, 이 시집에 포함된 <그런 생각>이라는 시를 첨부해 본다. 참고로 시인은 사진보다는 훨씬 젊어보이신다. 늘 사진이 맘에 안들었는데 문지에서는 크로키로 나와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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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치가 우결에서 이 시집의 시를 누구였더라, 아 장기하에게 읽어줬을 때만 해도 내가 이렇게 이 시집을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때 읽은시가 뭐였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차저차 이 시집을 도서관에서 발견하곤 잠시 읽었는데, 아이와 놀아주면서 읽을 시가 아니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을 갖기가 어려웠다.

 

 

가까스로 가진 그 시간 속에서 시를 읽는 시간은 소중했다. 이 시집이어서 더욱 그러했다. 왜 사지 않았을까? 내 손에 쥐인 이 책이 왜 도서관 소속인지를 스스로에게 탓했다. 그 사이 나는 적지 않은 책을 샀음에도 여전히 이 시집은 도서관 소속이다. 너, 나랑 연애하자! 이렇게 틈틈히 만나 연애하자! 언젠간 같이 살겠지만 지금 이렇게 연애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늘은 이 책의 반납일이었다. 반납을 하러 도서관에 왔으면서도 다른 책들을 다 반납한 후 이 책만 가지고 3층 간식먹는 곳으로 올라갔다. 우리 도서관엔 다방커피를 아이스로 파는 점이 참 좋다. 그것도 착한 가격 1500원이다. 당분이 부족했는데 잘 되었다!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참 재밌다. 시집은 메이드인 창비, 연필은 얼마 전 김영하 낭독회에 가서 받은 메이드인 문학동네, 두꺼운 노트는 2011년 북클럽가입하고 받은 메이드인 민음사다.

 

 

여하튼 당분 충분한 아이스다방커피를 마시며 시를 옮겨 적는 시간, 역시 달콤하고 소중하다. 마지막으로 옮겨적은 시가 인준이 등단작이었으니 한 달 반만에 시를 옮겨 적는다.

 

 

 

 

 

 

 

 

 

 

 

 

주로 진지한 고백이 슬프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한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월롱역>처럼 서정적인 느낌이 나는 시도 있고 <나비 나무>처럼 구성이 재밌는 시도 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연작시를 별로 안좋아하는데 <향정신사>연작시들은 다 좋다. 어떤 착란적 느낌도 좋고 마치 정신과 의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도 묘하게 편안하다.

 

오랜만에 정말 맘에 드는 시집을 만났다. 오은 시인의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와 이 시집 사이에 구입한 시집도 있는데 사실 너무 핫한 기운에 따라 산 경향이 없지 않다. 안타깝게 내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시집은 그렇게 사는 게 아닌 것 같다. 다음 주엔 김언 시인의 새로운 시집 <<모두가 움직인다>>가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다고 한다. 실물이 더 젊어보이는 김언 시인의 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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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시작되자마자 기다렸다는듯이 책을 사댔다. 4월 1일, 4일, 5일. 세 번에 걸쳐 대략 20만원 어치를 산 것이다. 사실 그것도 결국은 몇 권을 뺀 것인데 알고 보면 이벤트 때문에 사야할 책은 못 사고 안사도 될 책은 산 게 아닌지 살짝 후회도 된다.  온라인 서점은 이게 문제다. 그래도 책을 사니 기분은 좋다.

 

한편 책값이 너무 비싼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술값보다 싸지 않냐, 하는 반론도 있을 테지만 그건 한 두 권 살 때 하는 말이지 내가 아주 많이 사는 사람도 아닌데 원피스 한두 벌 값이 훅 나갔다. 술도 댓번은 먹었을 거고. 정가제가 언제부터 실시될런지는 모르지만 책값 조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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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27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으로 쓰신 독서일기, 새록새록 참~좋습니다.^^
늘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그렇게혜윰 2013-07-27 15:36   좋아요 0 | URL
시차를 두고 올려서 읽으시는분들이 어떨까 염려되기도 했는데 좋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