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 쏜살 문고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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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인데도 자발적(?)으로 출근하여 이렇게 피로사회에 한몫하고 있습니다. 어제 집에 가는 길에 들른 우드윅의 소이캔들을 피우니 나무타는 소리가 들리고 오늘 아침에야 겨우 마무리를 지어 읽은 소설책 한 권을 꺼내 놓으니 마음이 좀 여유가 생기네요. 학교에 온 이유는 다음 주에 있을 공개수업을 준비하고, 무슨무슨 계획서니도 쓰고, 수업 준비도 해야해서 왔지만 일단 밀린 마감책 리뷰부터 쓰기로 합니다.


  책을 산 건 올 초 쯤 되는 것 같은데 이 얇은 책이, 읽을 때마다 피츠제럴드에게 반하게 되던 이 책이 이토록 오랜 시간 제 손에 쥐여있을 줄은 몰랐네요.


  번역도 김욱동, 추천도 임경선, 작가는 피츠제럴드, 표지도 이뻐, 크기도 좋아, 가격은 착해! 어느 것하나 빠지지 않는 피츠제럴드의 [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는 5편의 보석같은 단편으로 구성된 단편집입니다. 제가 1920년대를 살아보진 못했지만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았을 때의 그 느낌으로 짐작하며 읽었습니다.


 화려하지만 어딘가 불안한, 어딘가로 치닫는 듯한 느낌은 우리가 불나방이라고 부르는 그런 느낌과 유사했습니다. 작가의 또다른 위대한 작품 [위대한 개츠비]처럼 말이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도 F.스콧 피츠제럴드 자신과 아내 젤다 피츠제럴드의 모습임직하여 뛰어난 능력에 가려져서 그렇지 이들부부가 얼마나 불안한 정서를 갖고 살았는지 매 작품마다 느껴지곤 했습니다. 다시 말해, 자기도 자신들의 행동을 평가할만한 능력은 되지만 스스로 도저히 통제할 수 없어 수시로 비관하게 되는 삶을 산 것 같다고나 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작품들은 참 좋더군요. 가히 천재라고 불릴 만한 사람이구나 싶었습니다. 제 취향으론 장편보단 단편이 더 좋네요. 장편이라곤 [위대한 개츠비] 하나 읽었지만요....그러고 보니 내가 집에 [피츠제럴드단편집] 민음사판 두 권이 있었구나 떠오르며 굳이 난 이 책은 왜 산 건가 싶은 쾅!!!(불현듯 집에 제인에어 있는 줄 모르고 이번에 리커버로 된 것 또 살 뻔한 것 용케 피한 것도 스쳐가네요. 늘 이런 식.....)


  암튼 다시 소설 이야기로 돌아가서, 표제작인 <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는 마치 요즘 나온 소설 같아요. 세련된 문체 덕분인지도 모르겠어요. 호텔 크기만한 다이아몬드가 있다니!!! 그리고 그게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다녀간 사람은 살아서 돌아가지 못한다는 어마무시한 곳이라니!!! 부에 대한 갈망이 그다지도 컸던 걸까요? 작가는 늘 화려한 삶을 살았지만 늘 가난에 허덕였다고 하던데 그런 현실이 이런 독특한 상상을 만들어낸 걸까요? 아니면 조금씩 시들어가는 자신의 젊음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중이었을까요? 다이아몬드산에 못지 않게 젊음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등장합니다. 그러니 결론은 사랑이지요.




<분별 있는 일>은 지나간 사랑을 떠올리게 했어요. 이쯤 피츠제럴드는 젤다와의 관계가 좀 힘들었던 걸까? 이런 생각도 들었구요. 이 사람이 아니면 안될 것 같은 시절이 있는데 그 시절을 지나고 나면 그렇게까지 그럴 일이었나 싶기도 한 그런 마음 상태들이, 좀 멀리 나가면 학창 시절 태양같이 빛나던 짝사랑 선생님이 대학가고 나서 뵈니 그렇게 작아보이더라는 생각에까지 미쳤어요^^ 소설의 말미에 나오는 문장을 읽으며 당연한 말인데도 아련해지는 느낌이 있더라구요.

그래, 갈 테면 가라. 그는 생각했다. 4월은 흘러갔다. 이제 4월은 이미 지나가 버렸다. 이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사랑이 있건만 똑같은 사랑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기나긴 외출>은 좀 여운이 남아요. 정신병원에 입원한 젊은 킹부인이 퇴원하려는 날 남편이 데리러 오다가 교통 사고로 사망합니다. 의료진들은 그녀가 악화될까봐 차일피일 그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그녀는 그렇게 매일 남편을 맞기 위해 준비합니다. 그녀는 남편이 왜 늦는다고 생각할까요? 짐작을 전혀 못하는 걸까요? 보통 사람들같으면 불명확한 현실에 더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은데 도리어 그녀는 침착합니다. 그녀는, 어떻게 될까요? 그런 여운이 남았습니다.


<해외 여행>이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처음엔 나름 교양있고 분별 있는 부부였던 니콜과 넬슨은 여행 중에 만난 통속적이고 허영에 부푼 사람들과는 거리를 두며 지내지만 결국 그들 역시 그 사람들과 다르지 않음을 뒤늦게 깨닫고 절규하는 내용입니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나는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의 행동들을 하면서 그 사람들을 싫어하고 있는 것인지도 충분히 모를 일입니다. 니콜의 절규처럼 우리는 그렇게 외쳐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들은 우리야!그들이 우리라고! 봤어?˝

<다시 찾아온 바빌론>을 통해선 지난 날의 잘못을 회복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새삼 느꼈어요. 얼마나 큰 노력이 필요하고 얼마나 장애물이 많은지. 그래서 사람은 잘 살아야 하는 모양이에요. 링컨이 그랬던가요? 나이 40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오늘 아침 문득 얼굴을 유심히 보았는데 며칠 전 사진을 뒤적뒤적하다 20대 때 본 얼굴과 너무 달라서 맘이 아프더라구요. 무엇이 나를 이렇게 곱지 못하게 했을까? 그런 생각들요. 많이 웃고 여유를 더 찾아야겠어요. 더 솔직해지구요.


소설은 짧았는데 무슨 말이 이렇게 긴지, 일 하러 왔다가 이 글만 쓰고 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오랜만에 소설 읽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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