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라라랜드>나 <잭리처>를 향했지만 영화를 아들 없이 마지막으로 본 게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이니 그저 이번 영화가 <포켓몬스터>나 <요괴워치>가 아님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원피스>의 '원'자도 모르는 채 이 영화를 보러 갔다.

 

아들도 딱히 많이 아는 애니메이션은 아니었다. 이제 겨우 9살인 녀석이 보기에 이 영화는 품고 있는 내용이 많았다. 그저 할아버지댁에 내려갔을 때 중학생 형아들 틈에 끼어서 보고 집에서 한두편을 더 찾아봤을 뿐이지만 뭔가 이 영화를 꼭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허세였을까? 싶지만 잠시도 딴짓을 하지 않은 아들을 보건대 내적 동기인 것 같다. 물론, 나 역시도 이 영화를 보는 내내 한 번도 긴장을 놓치지 않았다. 너무 자주 되는 긴장감에 지루했을 지언정 말이다.

난 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뽀로로의 등장인물과 이름이 같은 '루피'라는 것 밖에 모른다. 그런 내가 봐도 영화는 무척 완성도가 있었다. 개연성이나 캐릭터의 입체감도 무척 쫀쫀해서 보면서 감탄하기까지 했다. <원피스>가 이렇게 훌륭한 애니메이션이었어? 아들더러 쭉 보라고 해도 되겠는걸? 이런 마음을 가지며 말이다.  물론 잔학성이나 선정성에 있어 고민은 되지만 알아서 잘 걸러 보지 않을까??? 너무 믿나??

애초에 가난하고 평범했던 테소로가 황금의 힘을 손에 쥐면서 권력을 휘두르는 모습이 내 보기엔 자꾸만 우병우가 떠올랐다. 소도시에서 영리하다고 촉망받던 한 젊은이가 권력을 휘두르는 악인이 된 모습과 오버랩이 되었다. 때로는 박근혜이기도 했다. 어쩌면 처음엔 순수한 마음이었을지도 몰라 그러나 날이 갈수록 추악해지는 모습이 마찬가지로 테소로에 오버랩되었다. 신이 되고 싶었던 테소로, 하지만 그는 루피의 말처럼 '괴물'일 뿐이었다. 우리 시대의 우병우와 박근혜들 역시 신이 되고자 하겠지만 결국 그런 식이면 그저 '괴물' 일 수밖에 없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관람했다.

 

아이는 단순하고 어려서 그저 싸우는 장면이 많으면 재밌는 영화이지만 그래도 엄마의 생각을 말해주고 싶어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말해주었다. 그건 루피가 펌프실로 들어가기 위해 환풍기를 멈추려고 몇번이고 내려가는 장면에서 '포기 하지 않아'라고 말한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좋았던 이유는 주인공이라고 해서 너무 쉽게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얻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어떤 것을 원한다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것, 설령 각종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일지라도 부딪히며 스스로 얻어내야 한다는 점에 살짝 감동까지 받았다. 동시에 '민중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우리의 현실에 오버랩되기도 하여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결국은 '괴물'이 되고 아무리 발악을 해도 파멸할 존재인 테소로를 청와대에서는 드라마만 보느라 만나기 어렵겠지만 누가 기회가 된다면 이 영화 좀 청와대로 보내주면 좋겠다. 루피들로 가득찬 광화문 광장에서 당신이 할 일은 그저 권력을 내려놓는 것 뿐임을 알 수 있도록, 화장 안 한 민낯보다 더 지독한 '괴물'의 얼굴을 좀 바로 볼 수 있도록 말이다.

아이와 애니메이션 보고 돌아오는 표정치곤 무척 무거운 표정으로 집으로 가고 있었다. 아이는 엄마와 오랜만에 영화를 본 들뜸에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 생각에 기분이 좋다. 산타도 안믿기로 했다면서^^ 그래서 나도 투정하듯 한 마디를 해 보았다. "엄마도 산타가 선물 주면 좋겠다!" 한참을 조용하던 아들이 무슨 다짐을 하듯 건넨다. " 내가 엄마한테도 산타가 선물 주게 할게." 행복한 웃음이 나온다. "정말?" "응, 기다려봐 내가 엄마도 산타한테 선물 받게 해 줄게." 푸하하하. 이 녀석 무슨 꿍꿍일까?

집에 오자마자 아빠 곁에 가더니 귓속말을 하고 아빠는 싫다고 하고 아이는 조르는 풍경이 계속된다. 내 눈치를 보면서 능청스러운 표정을 한다. 어머, 우리 아들 나한테 이벤트 해주려나봐!!!! 행복은 이렇게 소소하다. 예쁜 연필 한 자루를 받아도 마음이 넘 꽉 차게 행복할 것 같다. 이런 행복 그네는 알까? 이게 사람의 행복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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