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 두려움에 대하여 통증에 대하여 그러나 사랑에 대하여
나희덕 지음 / 예경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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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네이버카페 [그림책읽어주는엄마]에 게시한 글이 원문입니다. 따라서 모르는 닉네임들이 등장할 수 있으며 말투가 평소 서재와 다름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제가 가요 가사 중 으뜸으로 꼽는 노랫말이 '가시나무'의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예요. 참 공감가는 말 아닌가요? 살면서 한 번도 부정할 수 없는 말,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저만의 생각은 아니겠지요. 누구나 그러하겠고 남자보다는 여자가 그런 생각을 좀더 많이 하지 않나 싶어요. 여자는 복잡한 생물....시인도 그러했겠고 그러하기에 이런 시를 썼네요.

 

 

내 속의 여자들....그녀들을 꽃으로 표현한 시가 위의 시라면 좀더 구체적인 대상으로 쓰인 시도 있어요.


 제목의 주인공인 마리 퀴리,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버지니아 울프, 아마 성경에 나왔을 것으로 추측되는 가나안 여자들의 모습도 내 속의 그녀들입니다. 안개향처럼 대추처럼 오들희처럼 그렇게...

 

이 시집의 모든 시들의 구절구절 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어요. 나희덕 시인의 시를 좋아하지만 이렇게 그녀가 고른 시들을 모아놓으니 시집 전체가 더더욱 공감이 되었어요. 젊은 여자에서 한 아이의 엄마로, 사랑을 하는 때부터 사랑이 시든 때까지, 스물의 그녀부터 십 년 그리고 십 년....을 더 산 여자로서의 삶이 이 시집의 시들에 들어있었어요. 이미 만났던 시를 다시 만나는 기쁨도 있었지만 지나쳤던 시들이 이렇게 '그녀'라는 이름으로 묶이니 다가오는 느낌이 달라서 반가웠어요. 얼마 전 모 출판사 리뷰대회가 있어서 참여를 했는데 거기에서도 책에서 나를 발견하는 기쁨에 대하여 주저리주저리 썼었는데 이 책 역시 책 안에 제가 가득 들어있었어요.

 

대추님이 소개해주신 시들은, 대추님의 리뷰를 읽은 덕분인지 대추님이 골라주신 시들에 더 깊은 공감을 하게 되더라구요. 육아에 지치고 힘든 때 아들의 오줌 누는 소리에 슬며시 웃었던 기억 저도 있거든요, '기운차고......오래 누고......'('물소리를 듣다' 중). 그리고 젖이 차오를 때 '너를 떠나서는 아무데도 갈 수 없다'(<어린 것' 중)고 저도 복잡한 마음으로 느꼈거든요...엄마로서의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대추님의 리뷰와 거의 같은 느낌이었어요. 공감하지만 옮겨적고 싶진 않은게 아무래도 전 빨리 엄마가 아닌 자연인으로 돌아가고 싶은 모양이에요. 고개를 끄덕이며 괜시리 슬퍼지기도 하더라구요.

 

때로는 여자로서 공감이 가는 부분이 아니라 시인으로서 존경심이 생기는 시도 있었어요. 시인들은 하늘의 구름만 보고도 멋진 시를 만들어내잖아요? 저도 중학생때 날아가는 파리를 두고 친구들에게 시를 지어보이곤 했는데 말이죠 ㅋㅋ 거리를 걸으며 창문을 바라보고 창문에 성질을 부여하는 시선, 그 안에서 역시 여자로서의 쓸쓸함도 느껴지고 나는 과연 어떤 창문성을 가진 집을 꾸려가는가에 대해 되돌아보게 되기도 한 좋은 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마음의 집]이 떠오르기기도 하더군요.

아마 어렸더라면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을 시들을 지금은 꽤나 충분히 공감하게 되었어요. 푸른 밤으로 사랑을 고백하던 어린 나를 사로잡은 나희덕도 그때엔 감각적이었지만 지금 다시 읽는 나희덕은 내가 변한 탓인지 그녀가 변한 건지 모르지만 감성적이에요...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양면적이잖아요? 그래서 저도 그 변한 것이 좋기도 하고 아쉽기도 해요...마흔이 되면, 쉰이 되면 나 감사하게 될까요?


시집을 읽으며 그녀도 나도 답답함을 느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제도가 그렇잖아요? 여자에게 유난히 더 구속적인 면이 많죠. 꼬마 오작가가 두돌이 지날 무렵부터 제가 온라인 활동을 많이 했어요. 남편을 설득해서 1박 2일 엠티를 갔다 오기도 했고 밤을 새워 술을 마시기도 했어요. 남편에겐 미안했지만 제 숨통은 틔어졌어요. 그러다가도 아이가 아프다고 전화가 오면 정신이 번쩍 들며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죠. 그런데 말이에요. 얼마 전 꼬꼬마가 예방접종으로 열이 났을 때 남편이 회식을 했는데 제가 좋은 말로 열이 나니 일찍 오면 좋겠다고 했죠. 일찍 안 왔어요. 그 차이는 그저 모성일까요? 그때 그는 말은 안했지만 언짢아했었어요 그렇게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왔는데도요, 그래서 전 이번에 대노했어요! 저희집이 워낙 제 중심적인지라 그나마 대노가 가능했을지도 몰라요...그러면서 다짐을 했죠, 모유 수유만 끝나봐라 나 막 나갈거다.....그렇게 우린 답답해요. 혹시 시인님이 이혼을 하신 걸까, 이런 생각도 시를 읽으며 많이 했어요.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도 아마 이런 류의 시를 쓴다면 남들이 읽었을 때 이혼을 한 걸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자들의 삶은 반이혼상태가 아닐까....라는 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모처럼 제 이야기를 했네요. 그녀의 시들이 저를 이렇게 풀어놓습니다. 같이 곁들여진 그림들도 물론 시들과 잘 어울리고 좋습니다만 전 시인의 시가 더 좋습니다. 사실, 이 시집을 사진 않았어요. 진심으로님이 집에 안읽은책이 너무 많아서 고민이라셨는데 저 역시 그런 고민으로(아마 백권도 넘게 안 읽은 책.....) 12월엔 내 책은 사지 말자 했거든요. 하지만 언젠간 꼭 곁에 두고 있을 시집입니다. 좋았던 시 한 편을 더 소개하고 리뷰를 마칩니다. 역시 발로 찍어서 원문은 직접 찾아보셔야 할 지도 모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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