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된 일인지 이렇게까지 책 읽는 게 내키지 않을 수가 있나? 대체 이 녀석은 얼마나 책을 멀리 하려고 그러는가,,, 작년까지만 해도 일년에 100권만 읽자는 둥, 한달에 10권은 넘게 읽지 말자는 둥의 고민을 했었는데 이게 뭔일인가 싶기도 하여 스스로 헛웃음을 치기도 한다. 책 전혀 안읽는 남편이 좀 이상하다 싶었는지 어젠 "요샌 책을 통 안 읽네?" 묻는다. "눈에 안들어오네. 집중력이 형편없어 요즘..."대꾸한다. 컴퓨터로 이런 잡다한 이야기를 쓰는 것도 오랜만이다. 근 매일 쓰던 페이퍼가 아니었던가!

 

그래도 특수 상황이니까....첫 아이를 임신할 때를 돌이켜보니 그땐 밤새는 줄 모르고 인터넷 고스톱을 쳤다지^^;; 결국 나를 통제하기 위해 탈퇴를 했다지^^;; 암튼 요즘 나는 테순이다. 평생 볼 테레비를 다 보고 있다. 다행히 아들이 테레비에 관심이 적은 편이라 큰 악영향은 없지만 그래도 평소에 비하면 매일 테레비를 안보고 지나가는 일은 없으므로 변화가 있기는 있겠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려는 아들을 다들 적응시킨다며 공부시키던데 우리집은 넘 반대로 가는가??? 애 표정이 완전 밝은데 뭐, 그럼 됐지 ㅋㅋ

 

1월엔 지난 페이퍼에 소개한 책 두 권과 지금 소개할 책 두 권, 딱 네 권을 읽었다. 예상했던 것보단 많이 읽었다. 손에 책을 쥐고 있던 날이 별로 없는데 4권이면 충분하다싶다. 합리화인가? 어쨌든,

 

 허밍버드의 세계문학은 소설가들의 번역이라는 매력도 있고 무엇보다 표지와 양장스타일이 참말 예쁘다. 특히 [빨강 머리 앤]이 예쁘다. 안에 삽화가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앤의 모습과 초록지붕을 수십 번은 본 것만 같기도 한 것은 내가 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던 세대라서 그런 것이겠지만 내지의 컬러풀한 디자인 때문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이런저런 좋은 이유들로 오랜만에 나는 소녀의 시절로 돌아가 앤을 마주했다. 생각해보니 앤을 처음 읽었다^^;; 나처럼 처음이라면, 이 책을 추천해 본다.  말괄량이 소녀라고만 생각했던 앤의 아름다움이 나이들어 만나니 고귀하게 느껴진다.  

 

조세핀 배리는 말한다.

"앤은 볼 때마다 좋아져. 다른 여자애들한텐 싫증이 나는데. 그 애들은 내내 똑같아서 질린단 말이지. 그런데 앤은 무지개처럼 색색의 빛이 있는 데다, 보여 주는 색깔마다 하나하나 다 사랑스럽거든. 어렸을 때만큼 재밌는지는 모르겠지만 앤은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길 아이란 말이지. 난 그렇게 저절로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사람들이 좋아. 사랑하려고 굳이 애쓰지 않아도 되니까 말야." (457쪽)

 

 

 

 

 

 그 시대에 나는 겨우 걸음마를 떼었을 나이라 잘 몰랐던 것만은 아니다. 경상도 내륙 지방에서 박정희, 전두환을 찬양하던 지역에서 살았기에 상상조차 해 보지 못했던 역사를 성인이 되고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 사람이 이 사실을 '믿을 수' 있느냐, 이런 '말도 안되는 역사'가 '진짜'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는 것은 보통의 정서를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할 것이다. 어릴 적 TV에서 본 민머리 대통령을 좋아한 적은 없지만 이토록 무시무시한 살인자라는 것을 현실화 시키는 데에도 시간이 걸렸다. 

 

 

책을 읽으면서 먹먹함을 느끼지 않은 이가 있을까만은 너무 울까 염려했던 것과는 달리 눈물이 나지는 않았다. '어쩌끄나'로 시작하는 어머니의 육성같은 글을 읽기 전까지. '어쩌끄나, 내가 서른살에 막둥이 너를 낳았는디.'에서 폭탄처럼 터진 눈물은 겨우 한 장을 더 읽었을 뿐인데 오열로 이어지고 놀란 아들이 달려와 왜 우냐며 묻기에 나는 그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알아듣지 못할 말을 끅끅 거리며 했는데 아이는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내 품에 안긴 채 내 등을 토닥여주었다. 도대체 그분들은 어떻게 살아낼 수 있었을까. 고마움과 존경심을 넘어 말로 표현못할 미안함이 생긴다. 왜 그는 아직도 평안한가에 대한 화와 함께.

 

 쓰고 보니 너무 다른 두 권이다. 짧은 글을 쓸 때의 마음도 급격히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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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구입한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을 받았다. 남편 아이디에 차곡차곡 쌓인 적립금을 써서 샀다 ㅋㅋ 우리집엔 한국 단편집이랄 게 딱히 없어서 구입하였고 무엇보다 빵빵한 예판 혜택에 눈이 멀어서 샀는데 실로 간만의 책 구입이다. 남은 2015년 동안 한 달에 한 권씩 읽어보자는 마음이 든다. 사은품은 2월 2일, 바로 오늘 발송된다고 하니 하루 더 두근거려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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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5-02-02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거 사면서 땡스투. 300원 갈거임^^

그렇게혜윰 2015-02-02 09:30   좋아요 1 | URL
며칠전 들어온 땡스투가 보물선님♥♥

보물선 2015-02-02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티내서 민망하지만^^ 재밌으라고~~

보물선 2015-02-02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째 임신중이예요? 완전 축하!

그렇게혜윰 2015-02-02 10:54   좋아요 1 | URL
아직 초기라 감금생활 중이에요. 노산이라ㅠㅠ

단발머리 2015-02-02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게혜윰님, 축하해요~~~
빨간머리앤 이야기 읽으러 들어왔다가 기쁜 소식을 듣네요.

힘내세요, 파이팅~~

그렇게혜윰 2015-02-02 13:27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오늘은 그 사실을 잊고 동네 아이를 번쩍번쩍 들다가 아차 했네요^^;;

아무개 2015-02-02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며시 축하드리고 갑니다 *^^*

그렇게혜윰 2015-02-02 13:27   좋아요 0 | URL
부끄럽지만 넙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