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부터 좋아하는, 아니 사랑하는 시인들의 시집들이 속속들이 출간되었다. 그들을 다 읽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만 나는 그 시집들을 보면 침부터 꼴깍 넘어간다. 그렇게 사두고 읽지도 못했으면서도 사랑한다고 말을 한다. 책을 읽지 않고 사랑을 한다는 아이러니함. 그 아이러니의 절정이 바로 시집일 것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사랑을 하는 것은 아니다. 시집을 채 읽기도 전에 그 시집을 사랑하지만, 그 배경엔 그 시인의 전 시집 혹은 계간지에 실린 시들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의 이 모순된 사랑은 나름 검증된 사랑인 셈이다. 정신이 없다. 정리하자면 책은 책이되 읽지 않고 사랑을 하고, 모순은 모순이되 검증이 되었다는 말이다. 정리가 될 수 있을까? 정리 따윈 중요하지 않다. 다만 사랑하는 시인들의 시집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만이 중요할 뿐이다.

 

 

  지난 1월, 두 권의 시집이 출간되었다. 바로 내 20대의 감성을 지배했던 나희덕 시인의 신간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과 어느 날 듣도보도못한 '아무르'를 마치 이전부터 사랑했다고 여겨질만큼 나를 매료시킨 시인 박정대의 [체 게바라 만세]이다. 두 시집을 나란히 놓고 보니 참 다르구나 싶다.

 

 

두 시집 모두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채 그저 품고만 있다. 사실 시집을 읽는다는 것은 여타의 책장을 넘기는 일과는 다르다. 아무도 없는 시공간(물리적으로 아무도 없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내가 개의치 않을 수 있는 사람은 그 아무도에 포함되지 않는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요즘의 나는 그 시공간을 구하기가 어렵다. 어쨌든 두 시집에 대한 곁눈질의 결과로만 보자면 [체 게바라 만세]는 내가 생각한 그대로의 박정대의 시이되,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의 나희덕의 시는 내가 스무 살 무렵 느꼈던 것보다는더 단단하고 의지가 있어보였다. 모두 좋다. 변화가 없는 것도, 변화하는 것도. 그것이 사랑이다.

 

 

 

 

 

 

 

 

 

 

 

 

 

 

 

 

이준규 시인과 김경주 시인의 새 시집이 출간되었다. 둘다 문학과지성사에서. 두 시인의 시는 매우 개성이 강하고 한 눈에 이해하기 어렵지만 애초에 이해하려고 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 그저 읽고 느끼면 된다. 그 느낌이 좋아서 사랑하게 된다. 특히 김경주 시인이 최근 에세이에 몰두하는 듯 해서 살짝 노여웠는데 시집으로 돌아와서 정말 기쁘다. 다시 사랑하게 해 주실거죠? 아, 두 분 다 꽃미남이시다~~~~!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이준규 시인의 제목은 [반복]이다. 이건 야구로치면 직구다. 던지는 시에 스트라이크 당하고 싶다.

 

 

 

 '줄줄이'라는 제목에 비해 살짝 줄이 모자란 느낌이 들지만 그렇다고 아직 사랑까지는 아닌데 사랑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조연호 시인의 새 시집이 나왔고 [천문]을 통해 뭔가 머리가 놀란 기억이 나지만 아직은 사랑한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혹시 새 시집을 사서 읽으면 사랑하게 되려나? 이영주 시인의 새 시집이 나올 때가 되었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김산 시인은 언제 새 시집을 낼 것이며, 박은정 시인의 첫 시집은 언제 나올 것이가? 나 사줄 테니 어여 나오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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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시경 2014-03-03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희덕 시집~ 사고 싶네요^^ 예쁜 봄이 확 와 버렸어요~ 따사로운 오후 즐겁게 보내세요^^

그렇게혜윰 2014-03-03 20:14   좋아요 0 | URL
사셨을 줄 알았는데요^^
오늘 바람이 좀 불긴했지만 정말이지 볕은 봄이 확실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