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 영혼이 쉴 수 있는 곳을 가꾸다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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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의 헤세의 소설 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헤세의 그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 그림의 모델이 된 그의 정원을 알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마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나누듯 4개의 장에는 각 계절과 어울리는 정원의 이야기가 그득했다. 읽으면서 이 글들이 시간적인 규칙이 있는 것일까, 한 번에 쓰인 글들일까 아니면 엮은 책인가가 궁금했었는데 이것저것 살펴보거나 알아보지 못한 채 읽기부터 시작한 나의 불찰일 수도 있겠고(다들 그냥 읽기부터 하지 않냐며 이 순간에도 자기 합리화를 시도하지만) 우둔한 성격 탓일 수도 있겠지만 부록을 읽기 전엔 엮은 글이라는 표시를 드러나지 않게 한 탓이 크지 않나 싶다. 그것이 한 권의 책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는 어떤 작품성에는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혼란스러웠다. 그 점을 제외하자면 이 책은 무척 좋았다. 따뜻했고, 깊었고, 편안했다.

 

대문호답게 헤세가 바라보는 정원에 대한 애정은 단순한 애정과 감탄을 넘어 삶에 대한 통찰을 느끼게 했다. 사이사이에 배치된 정원일을 하는 헤세의 모습과 주변을 그린 수채화 역시도 그의 글 만큼이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내 마음은 언제 얼마나 이토록 다쳤기에 이다지도 쉬이 위로받는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쨌든 많은 글들을 옮겨적었고, 책에 구성된 글들이 시간 순서가 아니었는지라 옮겨 적으면서는 원문의 발표 년도를 함께 기록했다. 시간의 순서를 고려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다.

 

침묵을 지키는 난쟁이나무는 목련나무와는 전혀 다르다. 그것은 그다지 많은 공간을 필요로하지 않으며 낭비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자연이 아니라 정신이다. 충동이 아니라 의지다. 사랑스러운 작은 난쟁이나무여,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너는 얼마나 경이로운 모습이냐! 태곳적 생명을 지닌 채 거기 서 있는 너는 참으로 강인하구나! p56-58

 

 

 날마다 작은 기쁨들을 도리 수 있으면 많이 경험하고, 좀 더 거창하고 노력이 들어가는 즐거움은 아껴두었다가 휴가 때나 좋은 날 나눠서 맛보라. 시간이 부족하고 재미가 없어서 괴로워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것을 권하고 싶다. 일상적으로 구원을 받고 짐을 벗고 기분전환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볻도 큰 기쁨이 아니라 작은 기쁨이 필요하다. p74

 

 

 

 

나무는 저녁에 우리가 자신의 유치한 생각에 불안해할 때 소슬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이야기한다. 나무들은 긴 생각을 지니고 있다. 우리보다 더 오래 살며 길고 조용하게 호흡한다. 나무는 우리가 귀 기울이는 동안은 우리보다 더 현명하다. 나무들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며서 어린애같이 서두르는 짧은 소견을 가진 우리도 말할 수 없는 즐거움에 젖는다. 나무들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 사람은 이제는 나무가 되려고 갈망하지 않는다. 자신이 지금 처한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려 하지 않는다. 바로 그것이 고향이다. 그것이 행복이다.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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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4-02-21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이 책을 읽으셨군요. 같은 책을 읽으셔서 반갑습니다. ^^

그렇게혜윰 2014-02-21 12:43   좋아요 0 | URL
헤세의 소설은 살짝 두통이 오는데 에세이나 그림은 마음이 그냥 편해지네요^^ 저도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