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부터 지금까지 어쩌면 내년까지도 나는 직장을 잠시 쉬고 '엄마'로 살고 있다. 물론 아내이기도 하고, 딸이기도 하고 주부이기도 하고 그냥 나이기도 하겠지만 육아휴직이라는 이름처럼 나는 '엄마'에 가장 충실했다.
내년에도 일을 쉬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로 고민하는 어제 오늘이다. 마음은 쉬고 싶다 무조건, 아들과 함께 지낸 올 한 해가 내겐 정말 소중했고 행복했다. 이 시간을 오래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어떤 사람들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손이 많이 가니 그때 쉬는 게 어떻겠느냐고 한다. 나도 얼마 전까진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바뀌었다. 지금이 이렇게 행복한데 그것을 참아가면서까지 그때를 대비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도 이렇게 나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좋아하는데, 그 마음이 이렇게 우리 둘 다 같은데 굳이 일을 해야할까?싶은 거다.
일을 해야한다면 그것은 경제적인 문제 그것 때문이다. 사실 통장의 바닥을 보았고 월급날만 기다리는 그 조마조마함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고맙게도 내겐 돌아갈 직장이 있으니 당분간이지 않겠는가 싶다. 실제로 내 씀씀이가 많이 줄었다.(바닥을 보기 전까지는 그렇지 않았지만 바닥을 보고 급격히 줄었다 ㅎㅎ) 바닥을 매 달 봐야 한다해도 좀더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건 환상일까?
오늘 아침 '책 읽어주는 엄마'로 유치원에 다녀왔다. 아이가 원해서 2학기 때 뒤늦게 시작한 건데 오늘이 마지막 날이었다. 그래봤자 2학기 때 시작해서 2번이었지만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기다리면서, 아이들과 눈 마주치면서 책 읽어주고 내가 00이 엄마라는 것을 나 스스로에게 확인시켜준 그 시간이 참 소중했다.

일을 계속하면서 아이와 낮시간을 함께 하지 못했더라면 알 수 없었을 이 고마움. 언젠간 낮시간을 따로 보내야하기에 더욱 소중한 이 시간들. 올 한 해 가장 잘 한 일이 있다면, 그건 엄마로서 정말 충실히 보냈다는 점이다. 참 잘했다.
*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