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의 생활 방식
장은진 지음 / 민음사 / 200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앨리스는 305호에서 10년간 은둔한 여자의 별칭이다. 그저 306호로 갓 이사온 번역가 김민석과만 통하는 별칭, 김민석의 별칭은 루이스이다. 처음엔 표지를 이해하지 못했다가 이야기를 읽으면서 표지가 쏙쏙 이해되었다. 305호 여자에 대한 궁금증, 그 정체가 밝혀지기까지 책장을 덮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는 세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하지만 그들 중 각자의 생활 방식을 유지하는 이는 몇이나 될까? 그저 남들 하는대로 어정쩡하게 끼어서 따라하고 있을 뿐 '각자'라고 불릴 생활 방식은 주변에서도 쉽게 찾을 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꿈꾼다. 내가 나만의 방과 나만의 책상을 꿈꾸듯이 자신만의 고유한 생활방식을 아마 꿈꾸고 있을 것이다.

 

앨리스는 자의에 의해서 10년을 305호 안에서만 살았다. 물론 그녀의 자의가 발동된 것은 어쩌면 타의에 의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라면 아마 사람들 속에서 살면서 아픈 기억을 없애고자 내 안의 상처는 돌보지 않고 외면하며 살았을 것이다. 가슴 깊이 상처와 적개심을 억누르면서 말이다. 어쩌면 지나의 모습이 좀더 현실적이지 않겠는가마는 아마 나란 사람은 그마저의 용기도 없을 것이다. 정말 남들처럼 아무 일도 겪지 않은 것처럼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단막극 한 편을 보는 느낌이 들었고, 이 작품을 단막극으로 꼭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초반의 흥미진진한 관계망이 20장에 이르러서는 폭발적으로 얽히는 듯 풀리는 듯한 이야기가 새벽 4시까지 기어코 마지막을 보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장은진 작가의 첫 장편 소설이라고 하는데 그녀의 단편을 좋아했던 독자로서 다음 작품은 장편소설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뷰를 공들여쓰려고 했는데 간단히 느낌 정리만 하고 밑줄 친 부분들을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2013-11-26 0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님은 그렇게 님 삶을 아름답게 지키고 누리시면서
가을 끝자락 즐겁게 보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