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심야책방 ㅣ 어느 지하생활자의 행복한 책일기 2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11년 10월
평점 :
헌책방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의 주인인 윤성근의 두번째 책 [심야책방]을 첫 책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 곧이어 읽었다. 여행 다니는 틈틈히 읽은 것인데 시력 저하를 걱정하면서도 말 그대로 수불독권한 적이 적지 않았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읽고 나서는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여느 에세이처럼 저자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줬지만 말 그대로 여느 에세이 같았다. 그래서 두번째 책을 읽을까말까 잠깐 고민하기도 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읽기를 잘했다. [심야책방]을 읽고 나서는 세번째 책도 얼른 읽어보고 싶어졌다. 지인통신에 의하면 세번째 책인 [침대 밑의 책]도 헌책에 대한 리뷰를 모은 것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된다.
그렇다. [심야책방]은 헌책에 대한 리뷰들을 모은 책이다. 리뷰들을 모은 책에서 간혹 우리 나라에 출간되지 않았거나 혹은 절판된 책들이 있기는 했지만 모든 책이 절판인 책은 아마 이 책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그것만으로도 독특하고 흥미로운데, 아마 작가가 가장 자신있는 부분이다보니 필력도 살아있었다. 지금은 구할 수 없는 책에 대해 저자가 애정을 담아 소개할 때, 그 책이 어찌나 읽고 싶어지던지...금지된 사랑을 하려는 사람 마냥 몸이 달곤 했다. 어쩌면 저자는 나를 약올리는 게 아닐까? 헌책에 대한 수많은 헌사들을 하면서 '나는 이 책들 다 읽었고 다 가지고 있다.'고? 휴~~그저 부럽다는 말이다.
첫 책으로 소개해준 토마스 핀천의 [브이를 찾아서]부터 어찌나 읽고 싶고 갖고 싶어지는지 역시나 구할 수 없는 책이라 아쉬운대로 민음사에서 출간된 [제 49호 품목의 경매]나마 사야겠다. 그나저나 [브이를 찾아서]를 소개하면서 저자는 어릴 때 본 외화드라마 [브이]를 떠올렸다고 했는데 나 역시 제목만 듣고 그러했다. 사람 다 똑같은가 보다. 저자와 같은 시대를 살아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있어 읽기에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권정생과 이오덕에 대한 인연은 아동문학에 관심이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도 몰랐던 부분이라 눈을 똥그랗게 뜨고 읽었다. 그들 뿐만이 아니다. 저자는 평소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던 작가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도록 하는 힘이 있었다. 신영복이 그러했다. 사실 그 유명한 신영복의 책을 그 어느 것도 읽은 적이 없고 관심도 가진 적이 없는데 이 책의 한 꼭지를 읽고 나니 [엽서]라는 책이 꼭 읽고 싶어졌다. 우리가 익히 아는 혹은 지나쳐버린 작가들에 대한 오래된 애정을 저자는 부지런히 드러내고 있었다. 물론 책에 대한 애정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책과 책방, 책읽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책 전반에 두루 나오고 있다. 공감가는 부분이 많다. 표현이 썩 인상적인 것은 아니지만(진부하다고도 생각되기도 하지만) 저자의 철학을 알 수 있다.
책은, 책방은 세계 어느 곳에나 있다. 그리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그만큼 많다. 숨 쉬며 사는 것만큼 익숙한 것이 사방에 널린 책이다. 이런 때 딱히 고서점이나 헌책방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동네 골목마다 있던 작은 책방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건 너무 아쉬운 일이다. 큰 서점보다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지만, 조금 다른 눈으로 보면 어떨까? 왜 경쟁력이 없으면 사라져야 하는 걸까? 왜 남보다 뒤처지는 삶을 살면 안 되나? 여러 사람이 모여 달리기를 하면 빨리 뛰는 사람이 있고 늦게 뛰는 사람이 있다. 그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늦게 뛰는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137-138쪽)
오늘 서울 북페스티벌에 다녀왔다. 헌책방 부스에 꼭 가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무방비로 나온 나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비를 피하느라 책구경을 포기해야 했다. 다만, 정독도서관에서 정리하며 나눠주는 헌책들 속에서 한 권의 책을 애틋한 마음으로 데려왔다. 이 애틋함은 원래는 없던 것인데 [심야책방]을 읽으며 생긴 것이니 결국은 저자가 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오래된 애정으로 헌책들에 대한 헌사를 책으로 묶어준 것에 고마움을 표현하련다. 다음 책도 빨리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