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 - 행복은 삶의 최소주의에 있다
함성호 지음 / 보랏빛소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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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이라. 제목만 보고 있어도 좋구나.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하기엔 시인 함성호는 하는 일이 너무나 많다. 건축가이기도 하고,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하고 등등 재주를 많이 지닌 탓인지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다. 그 넓은 스펙트럼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고자 하는 욕구가 그 누구보다 클 지도 모르겠다. 늘 누군가에게 둘러싸여 있어야 했던 사람에 치였던 내가 혼자 있고자 하는 욕구가 가장 크듯이 말이다.

 

일단 이 책을 읽다보면 편집이 참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페이지 표기도 그렇고 큰 챕터와 작은 챕터가 들어가는 글목도 참 깔끔하니 글을 읽기에 좋아 웃게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에 대해 말하겠다는데 내용이야 별스럽기야 하겠는가, 별스럽지 않기에 읽으면서 때때로 멍하니 읽고 크게도 웃고 고개도 끄덕이고 가끔은 그런가?하며 고개도 갸우뚱하며 읽었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읽으며 문득 내가 함성호의 시를 읽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삽입된 시가 있기는 했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이 분이 소설을 쓰면 참 잘 쓰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산문집을 읽으면서 그는 자신의 지난 일을 이야기화 하는 능력이 뛰어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때때로 그 이야기화가 미화처럼 느껴져서 아쉽기도 했지만 그가 지금의 일도 마찬가지이고, 상상의 일도 무척 재미나게 이야기화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생겼다. 

 

독서에 대한, 어쩌면 여러 번 언급한 진정한 독서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에는 긴 여운이 남겨지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글에서는 오밀조밀한 일상이 그려졌다. 그 오밀조밀함이 때로는 귀엽기도 하고 때로는 공감가기도 했다.  난 그의 시에 대한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그의 시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제목만 보아도 좋은 이 책은 제목만큼이나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괜찮은 산문집임에는 틀림없다. 가끔은 진부한 이야기이기도 있지만 -가령 마지막에 언급한 '부자되세요.'슬로건 같은 예시를 들었을 때- 그것을 무마시킬 편안함이 있는 책이었다. 하지만 이런 스타일의 시를 쓴다면 아마 내 취향은 아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든 게 사실이다. 그건 그의 시를 읽어본 다음에야 확신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뭔가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별스럽지 않게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그렇다고 요즘 쏟아져 나오는 거창한 힐링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오밀조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까운 사람이 거창한 힐링을 담은 베스트셀러를 갖고 온다면 이 책으로 즉시 교환할 생각은 있다. 그림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나이가 적당히 있다면 향수를 돋게 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꼭 갖고 있고 싶다기 보다는 누군가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어지는 책이다. '너 요즘 좀 멍하니? 멘붕이야?' 이렇게 묻고 싶어질 때 한 번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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