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프레임 - 마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택광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기억하는 마녀는 <오즈의 마법사> 나오는 동쪽마녀와 서쪽마녀 그리고 영화 <프랙티컬매직>에 나온 귀여운 마녀들 수준이다. 그런 마녀들 사이에도 좋은 마녀와 나쁜 마녀가 있는데, 왜 '마녀 사냥'이라는 말은 마녀를 부정적 대상으로만 여기게끔 의미 붙여진 것일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우리의 선택은 어떤 프레임에 따르는 것일 뿐 이성은 큰 관여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때 프레임은 언어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마녀 사냥'이 어떤 논리적인 근거를 가지기 보다는 그렇게 몰아가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만든 언어에 더 큰 원인이 있다는 말이다. 그럴 듯 하다. 인간의 귀가 얼마나 얇은지는 인간으로 한 30년 이상 살아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말이니 굳이 왜 그럴 듯 한지까지는 말하지 않겠다.

 

저자는 '마녀 사냥'의 활성을 인쇄술, 근대 과학의 발달 시기와 연관짓는다. 종교 맹신의 시대나 완벽 과학의 시대에는 '마녀'가 끼여들 여지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종교의 힘이 모호하고, 과학 또한 아직 기반이 잡히지 않을 때 그 둘을 확고하게 하기 위한 희생양으로서 마녀의 존재가 필요해진다는 말이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착한 마녀도 이 때에는 나쁜 마녀로 몰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도 유효한 논리일 수 있다. 우리가 지금도 인터넷 신상 털기 같은 행위로 있지도 않는 마녀를 잡으려고 혈안이 되는 것을 보면 지금 우리 사회도 무척 혼란스럽고 틈이 많은 시대인가 보다.

 

책에서는 마녀와 '마녀 사냥', 그리고 '마녀 프레임'을 이야기하며 현재 우리 나라의 예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예가 마지막에 하나의 장을 할애하여 좀더 본격적으로 제시되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마녀 프레임'을 왜 지금 우리가 알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충분히 되었다고 본다.

 

지금은 과학도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였고, 사법 체계도 확실하니 개인이나 사적 집단이 불법적으로 자행하는 '마녀 사냥'은 없어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는 불법까지는 아니더라도 거의 불법에 가깝게 '마녀'를 색출하곤 하는데 이 때 활용되는 것이 인터넷 미디어이다. 저자의 말처럼 역시 언어 활동에 의한 것이다. 이 말이 얼마나 위험한지, 마녀를 색출하기 위해 말을 퍼뜨린 사람은 아무런 피해가 없는데 마녀로 지목받은 사람은 정신적 피해, 더 나아가 자살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 '현대판 마녀 사냥'이라 불러도 틀린 말이 아니다. 아마 인터넷 상에서 펼쳐지는 언어 활동에 대한 사법 체계의 혼란 혹은 틈이 현재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모양이니 여전히 '마녀 프레임'은 유효하다 하겠다.

 

조만간 '인터넷 마녀 사냥'도 그 어떤 확고한 논리적인 체계에 의해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마녀 프레임'은 사라지지 않을 테니 사회는 어떤 식으로든 어떤 형태로든 '마녀'를 지목하고 처벌하는 때가 올 것이다. 저자의 다음 책에서는 이런 프레임 자체를 해소하는 방안을 소개해주면 어떨까 하는 기대를 품어본다. 저자가 '마녀는 실제로 존재한다기보다 얼빠진 사람들의 마음 속에 존재한다.(122쪽)고 말해주었지만 얼빠진 사람들은 아무래도 앞으로도 쭉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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