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우의 탐하지 않는 삶 - 불멸의 고전 <월든>에서 배우는 충만한 인생의 조건
김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소로우의 '월든'이 어떤 내용이라는 것을 알고, 또 그것이 법정 스님이 읽은 책이라는 홍보에 힘입어 구입하여 읽었었으나 채 읽지 못한 채 그저 '좋은 내용의 책이구나'라던가 혹은 '언젠가 내 꼭 그 책을 기필코 읽어내리라.'라는 마음만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리 나라에서 그의 정신을 본받아 그런 삶을 실행에 옮긴 사람의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귀가 얼른 기울어졌다. '그럼 월든 대신 이 책으로?' 뭐 이런 비슷한 마음도 들고 말이다. 반면, 쏟아져나오는 자기계발서의 제목을 닮은 이 책에 대한 반신반의하는 마음도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책은 기대 이상이었다. 책을 얼마 읽지 않아 작가의 이력을 뒤져보게 되었는데, 그 까닭은 글을 잘쓴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월든'에 나온 30개의 구절들을 자신의 경험과 버무려서 한 상 차려놓는 솜씨가 정말 맛깔스럽다. 대체로 그저 그런 책들의 경우에는 목차만 읽어도 어떤 내용일지 알고, 내용을 읽어보아도 실상 다가오는 것은 목차 이상이 되지 않는 경우를 봐온 터였지만 이 책에는 작가의 솜씨가 좋아 그런지 밑줄도 그득하고, 개인적으로는 '월든'을 읽는 것보다 이 책을 읽는 것을 택하길 잘 한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만큼 경험이란 그 어떤 논리적인 말보다 설득력이 있다. 더구나 150년전 우리와 시대도 상황도 달랐던 소로우의 경험보다는 지금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고 있고 나와 연배도 비슷한 저자의 경험은 더 가까이 다가왔다. 한 예를 들자면, 인용된 소로우의 글을 읽어도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실천이 어렵겠다 여겨지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것에 따르는 망설임을 저자도 함께 느꼈고 그것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공감되었다.

 

  우리 집에 있는 <월든>은 지금 이 책의 두께 만 하다. 그런 <월든>에서 30개의 구절을 발췌하여 그것에 담긴 철학을 소개하고, 또 자신의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레 또다시 소로우의 이야기를 펼쳐놓는 것을 가만히 읽다보면 내 삶을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아주 자연스럽게. 가난마저 가꾸라는 소로우의 말에 공감과 비공감을 동시에 느끼기도 했지만 또 그만큼 아름다운 말이 없는 것도 같다. "뼈 가까이에 있는 삶, 즉 빈곤한 삶이 가장 달콤한 삶이다."(218쪽)라는 말처럼.

 

  극복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굳이 극복하려 애쓰고, 극복해야 할 것을 극복할 생각을 하지 않는 지금의 우리들이 왜 이토록 '힐링'과 '치유'라는 말에 집착하고 있는지, 그러한 집착조차 왜 아무런 소용이 없는지 소로우와 이 책의 저자는 말하고 있는 듯 하다. 그들의 말이 가르침이 아니라 공감과 반성으로 들리는 것은 이 책의 저자의 직접 경험 덕분이리라. 공감하자, 그리고 크지 않더라도 마음에 일렁임 하나는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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