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누아르와의 약속
아이잭 신 지음 / 멘토프레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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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가 아닌 책을 찾고 싶었다. 인문학자의 깊은 철학적 사유가 담긴, 미학자의 깊은 연구가 담긴 책이 아닌 가볍게 그리고 따뜻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고 싶었다. 도서관에 비슷한 류의 책들을 뒤적여보던 중 이 책을 읽게 되었고, 마치 아무도 알지 못하는 보물을 찾아낸 기분이었다. 채 다 읽기도 전에 발견한 시인 김경주의 발문도 내겐 눈이 동그라지는 보물이었다.  

 

이 책은 르누아르의 이야기와 아이잭 신의 이야기가 교차 진행된다. 두 이야기가 모두 서사가 탄탄하여 읽기에 좋다. 특히 르누아르의 이야기는 시간적 흐름에 따르고, 작가 본인의 이야기는 시간을 오가며 진행하여 긴장감을 주는 점이 좋았다.

 

사실 인상파라고 하면 모네와 마네를 중심으로 떠올리게 된다. 특히 올랭피아의 마네로 인해 어떤 획을 그었다는 인식이 내 머릿 속에 있어서인지 작가가 왜 하필 르누아르에 촛점을 맞추었는지 사실 낯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다보니 르누아르가 당시로서 특출나거나혁명적인 인물은 아니었지만 당시 인상파의 시작과 전성기 등을 증언하는 역할로는 제격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근 80이 되도록 장수한 점과 인상파의 특징을 잘 드러낸 작품들이 그가 인상파 시기를 잘 표현하는 인물이라는 점이 그 역할에 가장 충실한화가가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물론, 김경주 시인의 발문을 보니 삶의 선명함에 비해 그림이 비밀스럽다는 이유가 있었지만 앞서 거론한 화가들에 비해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르누아르의 삶과 당시 인상파 화가들의 삶, 그리고 일반적인 화가의 삶에 대해 폭넓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 책의 선택은 책을 덮고 난 후에도 유효하다. 고흐가 아닌 다양한 화가들의 삶과 화풍이 이 책처럼 많이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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