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꽃, 눈물밥 - 그림으로 아프고 그림으로 피어난 화가 김동유의 지독한 그리기
김동유 지음, 김선희 엮음 / 비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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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낭비하지 않은 화가, 김동유

 

책은 화가 김동유의 삶, 그림에 대한 이야기이다. 읽다보면 그의 철학은 일관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러한 일관성의 기본은 그가 시간을 결코 낭비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이며, 때때로 아니 종종 시간을 낭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말 수가 심하게 적은 그는 그림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화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써 내려간 글귀들의 많은 부분에 공감했는데 또 그 느낌이 묘한 것이 크게 감정이 섞이지 않게 저자와 독자고 교감한다. 그가 자신의 그림에서 어떤 사연을 읽지 말 것을 당부했듯이 그는 관계에 있어서도 상당히 신파적이거나 감정적인 것을 싫어하는 사람 같아 보였다. 그런 무덤덤한 표현이 어쩌면 더 진실된 교감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하지만 때론 독자가 아닌 가족이나 지인을 겨냥독자로 쓴 듯한 부분들이 보여 귀여웠다. 어쨌든 그가 전문 작가는 아니니까 말이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화가 김동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지만 그의 그림은 눈에 익다. 전시회에서 봤을까, 인터넷에서 보았을까, 알 길이 없지만 분명 눈에 익다. 어쨌든 책을 읽다보니  그의 이름 앞에 붙는다는 최고, 고가, 유일과 같은 수식어가 그냥 붙은 것이 아님을 분명히 알겠다. 누구에겐들 가슴 아래 아픈 사연, 슬픈 사연이 없겠는가마는 그 과정 속에서 한 번쯤은 무너지기도 할 텐데 그에게 무너짐이 없었다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지? 그게 가능한가? 독하다!라는 짧은 감상이 이어지기도 하지만, 그런 그의 태도가 지금의 화가 김동유를 만든 것만은 틀림없다.

 

자신의 촌스럽고 아웃사이더적인 취향에 대하여서도 확고했고, 자신이 하는 일과 창작 방법에 대해서도 확신했고, 가난과 재능에 대한 정의에 대해서도 확고했다. 그런 확고함의 결과물이 그의 이중그림들을 비롯한 인정받는 다수의 그림이다.

 

이중그림, 그것은 사라지고 희미해진 이들의 과거에 숨을 불어넣는 작업이었다.

(159쪽)

 

부제에 쓰인 것처럼 그는 지독했다. 그 지독함을 따라 할 수 없기에 나는 예술가가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지독함을 가진 예술가들을 이해할 수는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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