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시대, 한 줌의 정치 - 철학자 이진경의 세상 읽기
이진경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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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한 시대, 한 줌의 정치 -이진경

2012/10/29

 

 

 

 

뻔뻔함이란 자신을 향한 어떤 시선도 개의치 않는 시선이고, 오로지 자신이 겨냥하는 것만을 보는 시선이며, 자신이 욕망하는 바에 따라 타자를 이용하고 공격하려는 시선만으르 가진다. 따라서 그것은 진심이나 열정어린 행동에서도 촉발받는 경로를 갖지 못하며, 그렇기에 사건이나 상황 속에서 자신을 바꾸어갈 계기를 갖지 못한다.p.153

 뻔뻔함이란, 이렇단다. 그렇다면 현 정부는 스스로 바꾸어갈 계기를 갖지 못하니 어쩌면 포기해야하는 것이구나 싶다.  저자도 그 점에 대해서는 그리 생각하는지 해결책을 딱히 여럿 제시해주지는 않았다. 나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해결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저자와 함께 민중의 힘을 부르짖는 수 밖에. 현 정권이 무서워하는 것이 딱하나 있다면 집단 행동, 너~~~무 무서워 하는 통에 도무지 민주주의 국가의 통치 방법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무대뽀적 대응을 하여 더 큰 불신을 얻는 악순환을 하는 바로 그 방법 말이다. 참말로 위선이 그리울 지경이니 참 뭐라 할 말이 없다.

  

 이 책의 부제는 '철학자 이진경의 세상 읽기'이지만 그 중 초반 3개의 장에서는 현재 우리 나라 정치의 꼬락서니를 보여주고 있다. 아주 뻔뻔하게 사유화되고 있는 정치 권력과 찌질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무능함이 돋보이는 권력자들. 오늘 아침 파업채널M을 듣고 있자니 김재철 사장 역시 이것에 아주 딱 맞는 행동을 하니 어찌 미니미라 하지 않으리오? 최필립씨와의 딜을 한 이진숙을 '성급한 희망'을 했다며 팽!하는 찌질함은 참 역시 뭐라 할 말이 없다.

 

  저자가 어버이연합 이야기를 하면서 그 내용의 말미에 '곱게 늙고 싶다.'는 바람을 적었는데 아직 늙었다고 하기엔 너무 야심이 많은 분들이 어찌 사고방식은 폭삭 늙으셨는지 도대체 건설적 의견, 창의적 의견, 이런 의견, 저런 의견 모조리 듣지 않고 차단하는 인풋이 고장난 전자제품이 되셨는지, 5년 동안 나라를 해 드시면서 "다 해놓고 보면 다들 좋아할 거"라는 자기한테만 듣기 좋은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확실히 고장난 라디오는 고장난 라디오인가보다. 아웃풋도 매번 똑같으니. 아, 나도 곱게 늙고 싶다.

    

 

국민 국가의 역사는, --- 인위적인 집합적 기억이다. 그 기억은 국민적 통합을 저해하는 모든 기억을 최대한 지우고, 사람들이 하나로 묶이는 것을 기껍게 여기도록 하는 것이라면 억지로라도 만들어 '기억'하게 한다. 그래서 그 기억은 소수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삶의 기억을, 그들의 고통의 기억을 지운다. .p.59-60

 

 우리는 주입된 기억을 가지고 살아왔다. 특히 역사에 대하여 그래왔던 것 같다. 국민은 소극적이고 권력을 잡은 자들은 적극적이다. 그런데 이젠 그게 좀 어렵겠다. 우리에겐 김여진이나 나꼼수와 같은 이들이 있고, 수많은 SNS 사용자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내용을 기억하게끔 자꾸만 불러일으키고 있는 중이니까. 마치 자신의 업적인양 내세우는 일들의 이면에는 핍박당한 사실이 있고, 그들의 사적 이익을 위해 처참히 묵살당해온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쇼하지 말자. 제발 정치하자. 사실을 가지고, 존중받아야 할 사람들을 존중해야 하는 정치를 하잔 말이다.

    

트위터에 연예인은 정치를 하고 정치인은 연예활동을 한다고 쓴 적이 있는데, 이렇게 생각한 사람이 수도 없다는 사실 그대들은 알고 있는지. 자신들이 하는 것을 정치활동으로 보는 국민이 없다는 것을 아는지, 그대들의 쇼는 시청률도 굉장히 낮은 저급한 쇼라는 것을 아는지. 안다면 진작 그만두었을텐데 여전히 그런 방식으로 쇼하는 모습은 애처롭다. 그래가지고 정치 하시겠어요? 라고 묻고 싶어진다. 책의 한 챕터의 제목처럼 정치가 재난이다.

 

 하긴 책을 읽다보면, 그들이 의도한 행위들은 사실 저급한 쇼인데 그들이 하는 짓들은 참 웃기긴 웃기다. 이진경의 말처럼 아마도 이명박정부는 개그정권인가보다. 가령 이런 거다. 집권 3주년을 맞아 비서진들에게 한 말이 "우리의 업적을 너무 알리지 말라."였단다. 하하하! 정말 많이 웃었다. 각종 외국 수장들 모아놓고 같이 사진 찍으면서 설정한 것을 우리가 다 아는데 알리지 말래, 그것도 업적을! 정말 재밌다. 2010년 광복절 축사의 열쇳말이 또 '공정한 사회'라니! 아무래도 다른 나라 말을 쓰나보다 우린. 혹시 집무실에서 MB어를 창제하시는 중이신가? 

 

 사실, 이명박정부가 슬로건을 내걸지 않았을 때 고개만 갸웃거린게 화근이다. 자신감의 표출이라고 긍정적으로 넘어가 준 것이 큰 실수다. 이 정부는 슬로건을 만들지 않은 이유를 두 가지 방향에서 추론하자면 첫째는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무능한 정부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철학의 부재에 대해서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지적해 온 바다. 하지만 또 다르게 생각하면 명확한 철학이 있는 것이다. 슬로건에 개인의 이름을 걸지 않았는가? 철저한 사유화. 내 나라, 내 땅, 내 돈!이라는 철학. 5년 안에 다 해 드셔야 하는 시일이 촉박한 마당에 슬로건 따로 만들 시간이 어디있겠는가. 먹튀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미친 속도로 마지막까지 뻔뻔함을 바짝 땡겨야 하리라. 아마 둘 다 일 것이다. 무능하고 뻔뻔한 정부! 아, 나 이런 나라에 살고 있는 거였어? 내가 애처롭다.

  

책의 중후반부터는 정치 외의 (그렇다고 무관하지는 않은) 세상 살이의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의학, 과학, 채식주의, 선물, 예술 등 최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여러 가지 이슈를 통해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방향을 진단해보고, 해결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저자는 스스로 말하듯이 마르크스주의자이다. 사실 철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에 가까운 나로서는 그를 지지한다 안한다를 선택조차 할 수 없는 입장이지만, 그가 가진 최소한의 소득을 누구에게나 보장해야한다는 복지의 입장에는 의견을 같이 하는 편이다. 물론 채식주의에 대한 생각은 조금 다르다. 고기를 꼭 먹어야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 범위를 어디까지 두어야 하는가 하는 것 때문이다. 양식되는 물고기는 먹어도 되는지에 대하나 의문과 인간이라는 동물이 초식동물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나름의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생각은 따로 빼어두고 그가 한 말 중에 가슴에 깊이 박히는 말이 있어 되새겨본다.

 

예술가는 주어진 재료로 작품을 만들지만, 우리는 바로 우리의 삶으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자신의 삶을 예술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삶을 예쁘게 치장하고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과 진지하게 대면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감각, 자신의 신체,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바꾸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달라진 감각, 신체, 생각으로 다른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p350

 

인생이라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삶에 대한 진지하고 따뜻한 태도를 지녀야한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나의 삶이 누군가에게는 선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떠올릴 때 스스로의 가치가 높아지는 느낌이 든다. 아니 실제로 가치가 높아진 것이다. 자신의 삶에 대해 거짓과 모르쇠로 일관하는 요즘 권력자들을 보면 조물주가 조만간 가마에서 나온 그 잘못된 작품을 깨 부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점쳐 본다. 물론, 개인으로서의 나도 조물주의 입장에서 깨 부수어야 할 잘못된 작품일 수도 있겠지만. 미안, 나로 인해 아픈 당신.

 

책은 전반적으로 철학가가 지었다는 선입견에서 자유로웠다. 쉽게 읽히고 공감이 갔다. 세상 읽기라는 부제에 맞게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지루하지도 않았다. 사용된 어휘가 어렵지 않았고 저자의 유머도 깨알 같았지만 간혹 문장의 구조가 번역본을 읽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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