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만녜 - 백년 전 북간도 이야기 보림 창작 그림책
문영미 글, 김진화 그림 / 보림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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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변화에 민감한 것은 언제나 여성.

 

  고만녜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딸은 그만 낳으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것도 그렇고, 딸 많은 집의 넷째 딸이라는 것도 특별할 것이 전혀 없다. 그녀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것은 글을 쓴 문영미 작가의 할머니라는 점인데, 그 말은 달리 말하자면 이 이야기가 고만녜라는 특정 인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할머니의 이야기라는 뜻이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북간도에서 일어난 우리 할머니들의 이야기, 그것이 <고만녜>라는 그림책이다.

 

알고 싶지 않은 역사는 굳이 잘 알려들지 않고 알려주지 않은 탓에  구한말의 역사에 대해서는 역사에 관심을 갖고 있는 나조차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다 우연히 작년과 올해 그 시기의 책에 대해 읽다보면 참 그때만큼 가슴아프고 힘없었던 적이 없던 것 같다. 고만녜네 가족도 그랬다. 북간도로  이주하면서 나라 잃은 마음이 얼마나 서러웠을 것인가. 그렇게 서러운 마음으로 살아야했던 조선족들의 수가 적지 않았으니 그 시절, 어찌 다들 잘 견디어 주었는지 고마울 뿐이다.

 

그래도 고만녜네 가족은 잘 적응해서 살았던 모양이다. 농사도 짓고 서당도 열고 딸들 출가도 잘 시켰으니 말이다. 더욱이 고만녜는 시집을 가서도 학교를 다닐 수 있는 처지가 되었으니 다행 중 다행인 경우라 하겠다.  시대의 변화에 민감한 것은 언제나 남자들보단 여자들인 것 같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기회를 꼭 잡아야했던 절실함이 그런 결과를 가져오듯 고만녜 할머니도 찾아온 학업의 기회를 잡고 뜻을 키운 여인이었다. 여의치 않았던 환경 속에서도 남자들은 분명 대접받고 살았을 것이 분명하니 그런 절실함이 있었겠는가 말이다.

 

 고만녜 할머니는 북간도에서 김신묵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그 후 우리 나라로 건너왔지만 여기에서도 그리 편안한 삶만을 추구하지는 않았다. 1980년대 머리에 흰 띠를 두르고 주름진 얼굴로 양심수 석방 운동에 참석한 모습을 보니 그녀의 삶에 대한 가치가 꿈틀거리는 것 같아 뭉클했다. 우리의 할머니들은 그 어려운 시기에서부터 지금까지 부던히 자신의 삶을 살아있게 하고자 노력했다는 모습이 새삼 아름다워보였다. 또한 그런 모습들을 보며 지금의 여자들은 오히려 더 소극적인 것은 아닌지에 대한 생각도 해 볼 수 있었다. 많은 권리가 있는 현재 우리는 그 권리들을 정당하게 활용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좀더 당당하고 책임감이 있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내용들보다도 사실 내 마음을 더 움직인 것은 이 그림책의 그림이었다. 흑백 사진 얼굴부분을 콜라주하여 몸동작을 표현하는 그림 기법은 자칫 심심할 수 있는 내용에 엄청난 활기를 주었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가족 관계도를 이러한 기법으로 나타내 보고픈 마음이 생길 것 같다. 우선 나부터도 진지하게 구상 중이니 말이다. 그림책에 있어 그림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이 책에서만큼은 더더욱 그림이 더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내용도 중요하고 의미있지만 그림이 없다면? 이야기의 소재는 좋지만 그림이 없다면 좀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따라서 이  그림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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