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지 말고, 인생을 안단테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김수연 옮김 / 에이미팩토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이 유쾌한 거짓말쟁이를 어떻게 한담? 

- 호어스트식 유머의 업그레이드 <서두르지 말고, 인생을 안단테>

 

전작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에서도 알아는 봤다. 그의 유머가 나의 코드와 맞는다는 걸. 이번엔 두꺼워진 책의 두께만큼이나 그의 유머도 더욱 힘이 생겨 이젠 코드가 맞고 안맞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를 알고 모르고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남자, 기가 막히게 웃기고 기가 막히게 날카롭다. 그의 매력을 한 번 분석해보고픈 마음이 생긴다.

 

매력1) 거짓말

그의 거짓말은 속고도 기분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면 너무 제3자적 관점일까, 어쨌든 그와 내가 당사자가 될 사이는 아니므로 3자적 관점을 유지하여 그는 정말 유쾌한 거짓말쟁이이다.

접시 피르민을 두기 위해 '시들지 않는 사과'를 강조하며 율리아를 속여 지속적으로 사과를 바꿔치기한 예나 두부를 사기 싫어서 시작된 거짓말이 나중엔 휴대전화에 대한 기술적 거짓말까지 커지는 것을 보면 그는 율리아를 골려주는 방식으로 사랑하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물론 그는 율리아의 손바닥 안이지만. 그 또한 그만의 사랑법이다.

거짓말의 절정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사건이다. 하하하! 남의 책을 나의 책이라고 인터뷰하다니! 그리고 그 책이 쓸모 없다고 말하다니! 그게 한두권이 아니라 무려 17권이라니!! 울란 고양이 사건은 또 어떤가! 그의 유쾌상쾌통쾌한 거짓말은 스케일이 점점 커지는 것 같다. 독자로서는 그의 점점 커지는 거짓말을 꼭 더 오래 보고픈 마음이 있다.

 

매력2) 정당화의 달인

그는 요즘 아이들의 자립심을 길러주기 위해 절대로 딸보다 먼저 일어나지  않는다. 자녀를 잘 기를 책임감이 있으니까. 절대 일찍 깰 수 없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사랑이 담긴 작은 거짓말'을 건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관계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절대 자신이 거짓말쟁이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그가 약속 시간에 늦는 것은 상대가 더 나은 사람으로 돋보이게 해주려는 것이지 절대 게을러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이런 그의 면면들은 거짓말쟁이라는 면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그는 거짓말이 들켜도 그것이 잘못한 일이라고 믿지 않는다. 그에겐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매력3) 엉뚱함

그는 어떤 면에서 가장 순수한 지구인의 모습 중 하나이다. 자신의 일상에서 발생한 쓰레기문제에 대해 계인의 소행을 추측한다. 아주 섬세하게! 그리고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체중측정 방법을 변경하는 것은 의사는 동의하지않은 방법이지만 우리로선 신선하고도 재밌는 행동이다. 명색이 작가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하는 전형적인 질문이 '어느 쪽으로 가야 화장실이 제일 가까울까?'라고 당당히 말하다니 용감하기까지 하다!!

 

매력4) 반어법, 세상을 보는 그만의 방식

어쩌면 그의 가장 크고 근본적인 매력일 수 있다. 그는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일반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그의 방식을 읽다보면 그의 삶을 동경하게 된다. 서두르지 말고, 인생을 안단테! 그런 와중에 그는 인생에 대해 날카로운 말을 지나치듯 건넨다. 지나치듯한 말이 더 오래 남겨 있는다. 구글에 대해 이야기하며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된다. 비밀, 모호함, 해결되지 않는 물음, 이런 것들은 항상 존재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존재가치가 위태로워진다. (41쪽) 

읊조린다. 또한 3D 기술에 대해서는 말하면서

원래 수세기 전부터 우리 일상은 3D였다. 그런데 이젠 여가시간까지 3D로 보낸다. 영화에다 TV까지, 모든 것이 3D다. 3D 안경이 늘 따라다니는. (268쪽)

라 말하며 지인 중에 2D안경을 연구 중인 사람 이야기를 꺼낸다. 그 마음 지금의 우리는 모두 공감하고 있지 않을까. 최소한 나는.

 

처음엔 그 주변의 사람들도 굉장히 인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알고보면 그들은 우리 주변의 불특정인과 다를 바가 없다. 다만 그들과 맺은 호어스트식 관계가 주변 사람들마저 예사롭지 않게 만드는 것 같다. 그는 행복하다. 행복해보이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다고 나는 믿는다. 그 주변의 사람들도 적어도 불행하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그것은 호어스트 개인의 철학의 문제이기도 하고 그것이 관계맺음으로 발현되는 공동 철학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어떤 철학이 있는걸까, 우리에겐 개인의 철학도 공동의 철학도 찾기가 어렵다. 내 주변에 호어스트 한 사람만 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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