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0년 6월
평점 :
일시품절


소설가 답게 글맛을 보이며 써 내려간 그리스 로마 신화의 첫 번째 시리즈 작이다. 5년 전쯤 읽었던 기억이 나지만 다시 읽어도 늘 새롭고 흥미로운 것이 신화나 전설이 아닐까, 특히 신화의 신들의 이름과 계보는 여러 번 읽지 않고서는 며칠 지나고 나면 금세 가물가물 하는 것이 현실이니까. 어쩌면 신화 속에 나오는 망각의 샘은 인간의 머릿 속 리바디아에 살고 있는 건 아닐런지, 인간의 머릿 속이 하나의 올림푸스 천궁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12가지 열쇠가 무엇이냐고 읽고 난 사람들은 질문할 지도 모른다. 분명 12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1권에서는 작가가 말하는 열쇠가 다 들어있을테지만 그것을 파악하는 것은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므로, 이어 말하는 열쇠들은 다분히 개인적 견해임을 알아두시길.

 1. 신발

  신발에 관한 이야기는 흔하게 신데렐라에서부터 콩쥐팥쥐 그리고 테세우스까지 우리는 많은 이야기 속에서 들어온다. 역사라는 이름을 족적이라 부를 수 있다면, 잃어버린 한 짝의 신발을 찾는 과정을 우리는 역사(뿌리)를 찾는 과정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이야기는 자신의 뿌리를 찾는 것에서 시작되므로.

 2. 혼돈과 질서

 난세영웅이라고 했던가. 무질서한 세계에는 그를 정리할 1인이 필요한 법이다. 최초의 신들의 세계에서는 그 역할이 제우스의 몫이고 그로 인해 올림푸스 12신이 정비된다. 혼돈을 정리하며 나선 영웅신 제우스, 그가 만든 세계에서 펼쳐지는 또다른 혼돈과 질서의 이야기. 그것이 바로 신화일지니.

3.  사랑

 못말리는 바람둥이 제우스는 감히 결혼의 신인 헤라 여신을 두고도 신과 인간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사랑을 채운다. 올림푸스의 대신이 그러할진대 세상사 사랑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할 자 누구란 말인가. 비록 그 사랑으로 인해 상처를 입고 손가락질 당한 들 신들의 세상에서는 크게 개념치 않을 일일 터. 신화 속에서도 헤파이스토스를 두고 아레스나 헤르메스와 정을 통한 아프로디테의 음탕함을 지적하면서도 속으로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지 않을 수가 있겠어?'라고 생각하고, 프쉬케의 경솔함을 탓하면서도 속으로는 '그런 열렬한 사랑을 꿈꾸고 행하라.'고 말하는 지도 모를 일이다. 일단 진심으로 사랑하라, 그러면 다 된다 그게 무엇이든.

4. 태양

이 책에서는 아폴론 이전의 태양신이었던 헬리오스와 파에톤 부자의 이야기만 하고 있지만 그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본질적으로는 태양마차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루의 절반을 태양마차를 모는 것은 태양신만이 할 수 있는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임을, 그리하여 인간은 비록 그가 태양신의 아들일지라도 도저히 다가갈 수 없는 태양(신)에 대한 경외감을 품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은 아닐까.

5. 나무

태양과 마찬가지로 나무 역시 자연의 이름으로써 더욱이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과 곡식의 여신 데메테르가 보살피는 나무에 대한 경외감 역시 신화를 푸는 열쇠가 되고 있다. 그리스인들의 승리의 전유물로 '월계관'을 씌우는 것이 큰 상징이듯. 하지만 태양과 다른 점은 나무는 사랑의 대상이기도 하다는 것. 

6. 저승

신화의 세계는 하늘의 세계 뿐만 아니라 바다와 땅과 그 아래의 세계를 포함한다. 따라서 저승의 신인 '하데스'와 그를 만나러 가는 세 개의 강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 책에서는 페르세포네를 아내로 맞이한 하데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오르페우스와 헤라클래스의 이야기를 첨가하여 저승의 영역을 중요시 다루며 당시 그리스인들의 세계관이 생각보다 입체적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7. 노래(유흥, 희로애락)

자연계와 인간계를 굳이 나누자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은 어느 세계의 인물들일까. 이들 자연계에 속한 자연물이기도 하고 인간의 품성을 가진 자들이기도 하다. 이는 인간이 그들이 만들어낸 창조물이기도 하겠지만 신화를 읽다보면 굳이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인간과 자연의 융화에 대한 어떤 의도된 목적의식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희로애락을 느낌에 있어 노래란 빠질 수 없는 것. 오르페우스란 신의 이름이기에 앞서 노래나 사랑의 또다른 이름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가수도 자연의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는 법.

8. 바다

바다의 신이 포세이돈이라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어느 한 곳 빠짐없이 12신을 골고루 배치한 꼼꼼함이란. 바다라는 것은 가만히 두면 별 탈이 없으나 노하게 하면 안된다는 사실, 바다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미약한 존재라는 사실 역시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신들을 노하게 하면 파멸할 것이요, 그들을 언제나 존경하고 두려워해야 함을 바다를 통해 경고한다.

9. 뱀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들의 조각상에는 뱀들이 함께 새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뱀이라는 존재는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법인지라 그들을 대할 때 인간은 조심스럽게 마련이다. 하지만 신들의 경우 그들을 통해 마법같은 일을 벌이기도 한다. 그것은 뱀이라고 해서 죽이지 않고 다른 생물과 같이 대하는 그들의 태도 덕분일 것이다.

10. 술

노래와 마찬가지로 술은 누군가를 홀릴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디오니소스가 주신으로서 인간들에게 경계하는 것은 술을 먹고 혼란에 빠지는 것이다. 먹고 취하여 빠져나올 수 있다면 마시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죽음의 귀로에서 제우스의 허벅다리에서 생을 다시 얻은 디오니소스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11. 뿔

뿔이라는 것은 일종의 저장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먹을 것과 필요한 것, 식물과 동물의 번식에 관한 풍요의 상징물. 그리고 그것은 모두 신(자연)들의 몫.

 12. 기억

누구나 잊기에 살아갈 수 있는 법이다. 이것은 신들이 애시당초 그렇게 인간을 만들어 놓았기에 가능 한 것이기도 하다. 저승에 도달하기 전 이승을 잊는 것은 망각의 강과 망각의 걸상이 하는 일이 듯 세상 모든 일은 잊음으로서 기쁨이 올 수 도 있지 않겠는가. 기억하는 것은 므네모쉬네에게 맡기고 우리는 그저 잊어가보자.

재밌게 읽었지만 아직도 신화에 대한 기본 지식이 부족하여 작자의 의도를 알지 못한 까닭에 횡설수설이다. 그런 들 어떠랴, 내일이면 잊으리. 
 

* 참고 : 올림푸스 12신

1. 제우스 : 최고의 신. 신들의 지배자
2. 헤라 : 제우스의 처, 결혼과 가정의 수호신. 신중의 여왕
3. 포세이돈 : 제우스의 형, 바다의 지배자
4. 데메테르 : 대지의 여신, 곡물과 농업기술 관장
5. 아테나 : 전쟁, 지혜와 각종 기예의 신
6. 아폴론 : 궁술과 의술, 예언, 태양의 신
7. 아르테미스 : 아폴론의 쌍둥이 여동생. 들짐승, 가축의 보호신, 달과 수렵의 여신
8. 아레스 : 전쟁의 신
9. 헤파이스토스 : 불과 대장장이의 신
10. 헤르메스 : 상업과 통신의 신이며 죽은 자를 안내하고 도둑, 거짓말의 신.
11. 하데스(하이데스) :  죽음의 나라 지배자. 저승, 땅속의 신
12. 헤스티아 : 불의 여신. /아프로디테 : 사랑과 풍요와 미의 여신 / 디오니소스 : 포도와 술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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