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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그림책
데보라 언더우드 글, 레나타 리우스카 그림, 홍연미 옮김 / 미세기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표지는 따뜻하면서도 밝은 노랑의 배경이다. 그 안에 다양한 동물들이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페이지를 넘기면 배경은 최소화되고 인물에 시선을 모은다. 인물들은 각각 어떤 행동을 취하고 있다. 그 행동이라는 것이 특이할 것이 없이 그저 우리나 아이들이 많이 취하는 동작들일 뿐이다. 그런 우리 주변의 모습들, 우리는 그 모습들에는 관심을 가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모든 동작들에는 모두 '소리'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작가는 놓치지 않았다.
가령 다음 그림 같다.
토끼가 턱받이를 두르고 맛있게 음식을 먹는 모습은 우리 아이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행동이고, 삼촌의 고물차가 터지는 모습도 일상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다. 제목이 아니었다면 그저 '토끼가 밥을 잘먹는구나.' '차가 고장이 났구나'로 끝날 수 있었던 장면이지만 제목 '시끄러운 그림책' 덕분에 이 그림은 더 큰 역할을 부여받는다.
마지막 한 방울 남은 것을 먹기 위해 얼마나 토끼는 혀를 핥아가며 그릇을 '쪽쪽' 소리를 내며 안고 있었을 것이며, 고장난 차 자체와 삼촌의 한숨소리, 그리고 조카들의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 등 수많은 소리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자연스럽게 독자에게 넘어왔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단지 제목만 던져주었던 그리고 평범한 그림을 그려놓았던 물리적 요소 이면에 계산된 작가의 의도가 책을 읽으면서 모두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도 자연스럽게 독자가 주체가 되는 역할의 이전도 이루어지면서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글이 오히려 없는 편이 더 많은 상상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짧은 글이 상상력을 확장시킬 수 있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글이 워낙 짧아서 상상력에 문제가 되기 보다는 아이들에게 좀더 부담없이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더 크다는 생각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