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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한 시간 ㅣ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30
박주연 지음, 조미자 그림 / 한솔수북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지구를 위한 한시간, 결국 내 아이를 위한 한 시간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자발적으로 1시간 동안 전기를 사용하기로 어떤 매체인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을 정해두었던 것 같다. 내가 지켰었는지는 분명히 기억나지 않았지만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지 투덜거리지는 않았다. 갑자기 깜깜해진 도시들 덕분에 지구는 조금이나마 열을 식힐 수 있었을까. 화를 식힐 수 있었을까. 의미있는 일이었지만 그 뒤로는 어떤 미디어에서도 접해본 경험이 없다. 단순한 1회성 행사였던 모양이다.
그림책 '지구를 위한 한시간'을 통해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아직은 이해하지 못할 네살 아이에게 읽혀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건 정작 나였고, 지구의 불을 끄는 행동을 통해 혜택을 보게 될 것은 네 살 아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지구를 위한 한 시간은 나와 내 아이를 위한 한 시간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오로지 달빛과 별빛에 의해 밝혀지는 도시, 간혹 저마다의 이유로 창문으로 불빛들이 밝혀지기는 하지만 눈이 아플 정도의 불빛이 사라진 도시. 그 도시를 상상해 본다.
슥삭슥삭 펜으로 표현된 그림에서 그런 도시의 이미지가 느껴진다. 단순하지만 그러하기에 덜 피곤하고 더 아름다울 수 있는 도시이다.
하지만 이런 도시를 보는 것은 자주 있을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정전이라면 모를까. 우리가 잠든 사이에도 지구는 환히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미안해진다.
작년부터 지구를 아끼는 약간의 실천을 해왔다. 다행히 더위도 추위도 그럭저럭 견딜만한 체질을 타고 났는지 크게 어려워하지 않았다.
에어컨을 켜지 않기 위해 애쓰고, 히터를 켜지 않기 위해 애쓰고, 불필요한 전등을 끄려 노력하고, 샴푸를 덜 사용하기 위해 신경쓰는 등 나름의 행동을 하려고 했다. 지구가 아파하는 것이 너무 많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의 이런 행동을 간혹 유별스럽다며 핀잔을 주었다. 아직도 우리에겐 지구를 위한 한 시간이 나와 내 아이의 미래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느낄 마음의 여유가 없는 모양이라 씁쓸했다. 그래, 그럭저럭 버티면 내가 살아가는 시간은 지구도 버텨주겠지, 하지만 그 다음은 알 수 없는 것이다. 아이야, 네가 살 세상이란다. 어떻게 너 살 동안도 지구가 버텨주겠니? 이런 마음 한 번 쯤 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