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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평점 :
학살의 역사를 돌아보는 것은 뜨겁고 동시에 차가운 일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었는지, 그런 일을 겪고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었는지 나는 그저 멀리에서 읽기만 했는데도 견디기가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하지 말고 실재를 알아야 하며, 지금 여기와 분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각성했다.
누군가가 절멸하려 해도 결코 모든 것이 사라지지는 않음을, 그 순간과 누군가는 결코 작별하지 않음을, 사랑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음을 느낀다.
처음엔 어렴풋하게 펼쳐주었기에 방심하며 읽다가, 본격적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여러 번 도망가려 했다. <소년이 온다>를 읽을 때에도 그랬다. 어렴풋하게 방심하다가 오열해야 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오열하진 않았지만 정심을 생각하면 눈물이 차오른다. 아직도 다 이해하지 못하지만, 쉼 없이 다 읽어낸 것 만으로 우선은 만족한다. 다시금 들춰보며 이 소설을 계속 사랑하겠다. 정심의 뻐근한 사랑이 마음 아프다. 내 사랑은 내 삶을 어떤 모습으로 이끌어가고 있는지도 자주 생각하겠다. 그것이 설령 고통일지라도 온몸으로 살아가겠다. 온 마음으로 사랑하겠다.
이 소설을 통해 가장 귀하게 얻은 단어가 '임계점'이다. 삶과 죽음의, 전조와 발작 사이의, 견딜만한 일과 견딜 수 없는 일의 임계점을 지혜롭게 잘 넘겨보겠다. 그리하여 행복을 자주 찾도록 하겠다.
그나저나 소설을 읽고 너무 결연하구나.
작별인사만 하지 않는 거야, 정말 작별하지 않는 거야? 아직 주전자의 부리에서 김이 솟지 않았다. 비등점을 넘어서려면 더 기다려야 한다. 완성되지 않는 거야, 작별이? 흰 실타래 같은 증기가 주전자 부리로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맞물렸던 뚜껑이 달그락거리며 반쯤 열렸다 닫히길 반복했다 미루는 거야, 작별을? 기한 없이? - P192
어디서부터 모든 게 부스러지기 시작했는지. 언제가 갈림길이었는지. 어느 틈과 마디가 임계점이었는지.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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