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 전2권 -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한국소설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이현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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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는 다들 아다시피 러시아문학 전공자이고 유명한 서평가이다. 알라딘에 적을 두고 있어 알라디너라면 그의 책 한두 권 이상은 읽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서가 한 칸에 그의 책이 꽂혀있다. 몇 해 전 그의 서재에 '한국 문학 수업'이라는 타이틀로 글이 올라오길래 '어째서 한국 문학이지? 그가 한국 문학을 수업할 정도가 될까?'이런 마음이 들었었다. 아무래도 한국문학을 수업하는 자라면 한국문학을 전공하거나 한국 문학의 범주 안에서 활동하는 사람이라야 익숙하기 때문이었으리라. 
 
이번에 출간된 두 권의 책은 기존에 같은 제목으로도 출간된 적이 있었던 모양이다. 다소 편집에 변화를 주어 두 권이 되었다는데 이전 것은 읽지 못해 비교는 불가능하만 왜 남성 작가는 12인데, 여성 작가는 10명인 건가 내심 불만이 생기기도 한다. 7,80년대 활동한 여성 작가의 수가 사회적으로 적었던 모양인가 보다 나름 짐작은 한다만 그럼 90년대 이후를 좀더 늘려도 좋지 않았겠는가,, 이를테면 한강.
 
저자는 시대별로 엮었지만 나는 새대별로 읽지 않았다. 아니 읽지 않는 중이다. 아직 만나지 못한 작가들에 대한 꼭지는 읽지 않았다. 읽어도 금새 잊을 것이 분명하니까. 그래서 읽은 것이 공지영, 은희경, 신경숙, 김승옥, 이승우이다. 황석영이나 이문열 등의 작가들의 소설을 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소설을 읽지 않았으므로 좀 미뤄두기로 했다.
 
김승옥에 대해서는 전에 읽은 [책에 빠져 죽지 않기]라는 서평책에서도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퀘스천 마크를 그려놓은 상태였는데 아무래도 <무진기행>만큼은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또 들었다. 내가 그 단편집 자체를 너무 불쾌하게 읽어서 그 작품 마저도 폄하한 것은 아닐까 의문이 든다. 이승우의 [생의 이면]은 도입만 읽었는데 역시 마무리 해봐야겠지만 어쩌면 내 스타일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저자는 '투명 인간 같은'사람들에게 문학적 치료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난 투명인간 같은 사람이라기보다는 역할에 매몰되기 직전의 사람에 더 가까우니까 말이다. 
 
앞에서 로쟈는 한국 문학 밖의 사람이라 수업을 한다는 것이 가당한가에 대한 의문을 가졌었다고 말했는데 읽다보니 밖에 있기 때문에 자기가 생각한대로 비평을 할 수 있다는 아주 큰, 그리고 보기드문 장점도 있다. 가령 누가 요즘 이승우의 작품을 깐단(?) 말인가? 밖에 있는 사람은 가능하다. [생의 이면]에 대해선 '리얼리티에 결함이 있다'는 의견을 밝히고, 은희경의 [새의 선물]을 '성장 거부 소설'이라고 해야 맞다고 하며, [깊은 슬픔]을 두고 '중언부언한다'고 하다니! 신선하지 않은가? 그리고 그 근거가 무척 설득력이 있다. 개인적으로 청소년기에 신경숙의 [외딴방]을 읽고 다음 소설이 읽고 싶어서 [깊은 슬픔]이라는 있어 보이는 제목의 소설을 사서 읽다가 두세쪽 읽고 덮었던 기억이 있다. '중언부언한다'는 말이 그때의 느낌과 일치해서 그간 나만 신경숙을 무시(?)하는 것에 대해 외로웠었는데 무척 다행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공지영의 문학에 대해서는 그리 나쁜 평을 하지 않았는데 그의 문학이 사회적으로 기능을 하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그의 [고등어]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와 같은 소설을 20대 초반에 인상깊에 읽었다. 은희경의 소설에 대해서는 20대 초반 나를 사로잡은 그 매력이 곧 저자가 지적한 결함인 고로 동의 보다는 어느 정도 수긍을 하는 선에서 협상(?)했다. 
 
읽어본 소설에 대하여만 읽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고로 이 책을 다 읽기 위해서는 이 책에 나온 소설들을 먼저 읽어봐야겠다. 얼마 전 [박완서의 말]을 읽어봤으니 그 첫 책으로 [나목]을 읽은 후 박완서를 읽어보자. 어릴 땐 공감1도 못하고 싱안지 산인지 누가 먹고 어디로 간 게 뭣이 그리 중허냐고 생각하다 최근에 박완서 소설의 맛을 알게 된 지라 [나목]도 궁금하고 한국 문학 밖에서 말하는 박완서의 [나목]도 궁금하다. 
 
이 책은 이렇게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읽으면 좋은 책이다. 일단 주례사 서평이 아닌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몽실서평단을 통해 책 제공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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