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를 써야 작가가 되지
정명섭 지음 / 깊은나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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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현실적인 조언이라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최초'라는 말을 붙이자면 '우리나라 최초의 계약에세이'가 되지 않을까? 요즘에 '책 출판하는 법'에 관한 책이나 강좌도 많지만 그런 책들도 이렇게 현실적인 조언을 하긴 힘들 거 같다. 일단 그 바닥에서 살아가야하는데 이곳저곳 눈치살필 일이 많으니까. 그런 면에서 책을 많이 낸 중견 작가로서 정명섭 작가는 좀 자유로운 모양이다. 누군가에겐 큰 도움이 될 책이리라. 


그의 소설들처럼 에세이 역시 아니 그보다 더 가독성이 좋다. 단숨에 읽을 수 있을 정도이다. 어제 아침에 읽기 시작해서 일상 생활을 하면서 읽으니 아이가 잠들고 난 후에 딱 마무리 지 을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에 책을 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어느 순간 꼭 필요하기에 두고 꺼내 읽어야 할 것 같아 소장용이라고 감히 말한다. 오히려 소설들보다 더^^ 나는 몽실북클럽에서 서평단으로 책을 제공받았는데 이 책을 소장하고 있는 이상 왠지 책을 한 번 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 번 내기도 어려운 책인데 프롤로그로 나온 그의 100여권의 저작물들에는 정말 입이 딱 벌어진다. 책이 자주 나온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히가시고게이고는 저리가라요, 마쓰모토세이초 쯤은 되는 속도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말처럼 그러니 얼마나 출판 계약서를 많이 써봤겠는가? 믿을 만 하지 않은가?


출판 계약에 관심없이 그저 그가 어떻게 글을 쓰고 책을 냈는가를 알아가는 재미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불치병들>이라는 꼭지가 재밌었는데 어릴 적 시나 소설을 써보고자 했을 때 겪었던 병이 생각나기도 하고, 그게 많은 작가 지망생들의 불치병이구나 싶어 웃음도 났다. 책의 표지엔 "글 잘 쓰는 것보다 어쩌면 투고 잘하는 것이 중요할지도...."라는 작가의 글이 인용되어 있지만 내용에서 정명섭 작가는 작가의 기본적인 태도에 대해서 많은 조언을 한다. 자료 조사라던지, 일단 끝을 맺어야한다던지하는 노력을 강조한다. 지름길의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것을 여러 번 이야기하며 투고나 계약이 성공하기까지의 수백번이 고생길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당연하지만 경험자의 말은 잔소리 아닌 조언이 된다.

이렇게 치열하게 산 작가의 책이라니 자주 나와도 대수롭게 여기지 말고 한 번 더 눈길주고 읽어봐야겠다. <살아서 가야 한다>처럼 재밌게 읽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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