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이 문을 연 10월 4일부터 도서관 나들이가 다시 시작되었다. 책을 사는 건 사는 것이고, 빌리는 것은 빌리는 것이다. 대체로 빌리는 책을 더 집중해서 빨리 읽는 경향이 있다. 사는 건 언젠가 읽기 위함이니까....그렇게 최근에 읽은 책들이 좋아서 정리해 본다.

 

1. 짧게 잘 쓰는 법

 내게는 생소한 작가이기도 하고, 그간 글쓰기 책에 큰 도움을 못 받았기에 지나치려고 했지만 출판사를 믿고 한 번 읽어보고자 희망도서를 신청했다. 그래서 내가 1번 대출자가 된 책이다.

 읽다가 내게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다. 내 글쓰기버릇의 나쁜 점을 다 알고 있는 느낌이랄까? 가령 이런 문장.

 

하나의 장황한 문장은 자기밖에 관계할 대상이 없습니다. 

문장 내부에서의 무기력한 교감만이 가능할 뿐입니다. 

p46

 

 말이든 글이든 만연체는 딱 질색이라 그러지 않으려고 하지만 이상하게 문장이 길어지곤 한다. 적확한 어휘를 찾지 못하기도 하고, 머리 속에 드는 것을 그대로 손으로 옮기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을 종이에 적는 동안엔 모든 것이 흐르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건 글쓰기가 아니라 메모입니다. 

p96

 

 

촌철살인이다. 가슴을 콕콕 찌른다. 뒤에 연습문제들이 많지만 오래 굳어진 버릇이 쉽게 고쳐질리 없다. 하지만 마음 속에 몇몇 구절들을 가지고 글을 쓸 때마다 되새김질을 해 보자. 지금도 생각하고 있는데 잘 되지는 않는다. 자신감이 좀 떨어진다는 부작용은 있다. 하지만 부적절한 자신감이 무슨 소용인가?

 

책을 읽다가 너무 좋아서 출판사 SNS에 너무 좋다고 댓글을 달았을 정도로 좋았던 책이다.

 

 

2. 10대의 뇌

 이건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뇌과학도 관심이 있는데 사실 용어나 설명이 어려워서 대중적인 책을 찾아 읽는 중이다. 10대의 뇌만큼 나를 사로잡는 말이 있을까? 집과 직장에서 10대를 내내 만나고 있으니까.

 

 이 책 역시 매우 좋았다. 이미 다른 뇌과학 책이나 육아서적에서 읽었던 내용일지도 모른다. 10대에는 전두엽이(이 책에선 '이마엽'이라는 용어를 쓴다.) 발달하지 못해서 충동적이고 통제가 안된다는 건 익히 알고 있던 내용이다. 하지만 그 부족한 부분을 어른이 메워줘야 한다는 말은 놓쳤던 내용이다. 그 채움이라는 것이 별다른 것이 아니라 아이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이 불러올 재앙을 미리 자주 말해주라는 것인데 이를테면 밥상머리 교육 같은 거라 할 수 있다.

 

어른들은 이마엽도 발달되었고 다른 기관에서도 균형을 맞춰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뇌 발달 단계상 이마엽은 미숙하고 편도체는 과다하니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가르쳐야 한다는 일관된 내용이 다양한 사례와 과학적 설명으로 전해져 큰 도움이 되었다. 더불어 앞으로 이렇게 잘 가르친 아이들이 뇌 발달을 제대로 한다면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 테니 이 얼마나 보람된 일인가? 비난과 잔소리만 하는 어른의 모습이 부끄러워지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그런데 어른들 중에도 10대의 뇌를 가진 사람이 있을까? 있다는 확신이 든다. 주변에도 이 책에서 말하는 10대의 뇌를 가진 청소년의 행동을 하는 어른이 적지 않다. 그 사람들은 10대일 때 뇌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것이니 그것은 또 우리 윗 세대의 잘못이구나! 인류의 정상적인 발달을 위해서라도 10대의 뇌를 제대로 발전시켜보자, 이런 마음을 먹게 한 책이다.

 

당신이 해야할 일은 자녀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자신의 에너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쏟아부을 수 있게 돕는 것이다. (224쪽)

 

 

3. 봉신연의

  올해 나의 독서는 [논어], [춘추전국이야기],[봉신연의]가 절반은 차지하는 것 같다. 앞의 두 작품은 사실 리뷰랄 것을 잘 기록해두지 않았는데 그게 넘 후회되어 [봉신연의]는 각 권을 읽을 때마다 블로그에 정리해두고 있다. 현재 6권까지 정리했다.

https://blog.naver.com/93tiel/222112496618

 긴 호흡의 책은 기록해두지 않으면 좀더 쉽게 잊는 것 같다.

 

드라마, 원작 소설에 이어 지금은 업데이트 중인 <패궁 봉신연의>라는 애니메이션까지 보고 있다. 원래 이런 식으로 독서하는 것이 습관이라 나는 별스럽지 않은데 주변 사람들은 좀 별스럽게 본다. 심지어 우리 아들도 엄마는 너무 [봉신연의]에 빠진 거 아니냐고 묻는데 난 대체로 가능하면 이렇게 읽는 지라 [봉신연의]에만 빠진 건 아닌데....

 

 각 작품마다 중심인물이 다르다. 강상(강자아, 태공망)은 모두에게 중심이고 드라마에선 양전, 원작 소설에서는 그냥 강자아 중심, 애니메이션은 초반만 봐서 모르겠지만 달기의 비중이 크다. 인물의 성격도 조금씩 다르지만 그래서 원작을 읽을 것을 추천한다. 아들도 궁금해 하여 한 권짜리로 사줄까 고려중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 것은 책을 살 때의 마음과는 다르다. 살 때는 효율성을 따지게 된다. 물론 충동성도 있다. 하지만 도서관에서는 여유가 있다. 읽고 싶은 책이 어디 도망가지 않고, 혹시 대출중이더라도 언젠간 내가 읽을 차례가 온다. 하지만 희망도서를 신청해서 내가 첫번째로 읽지 않는 한 전에 읽은 이의 흔적이 발견되게 마련인데 이번 [봉신연의]의 경우 앞 사람이 무척 책을 더럽게 읽는 사람이었나보다. 도대체 뭘 그렇게 잡수면서 읽었나 정말 신고하고 싶었다. 읽기 전에 한 번 훑어보고 빌려오는 게 좋을 것 같다. 미리 봤으면 샀거나 안 읽었거나 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마지막 권까진 마무리지어야지!

 

오늘 퇴근길에 도서관에 들를 계획이다. 퇴근길에 도서관에 들를 수 있다는 게 사치가 되어버린 요즘이다. 머물 수 없어도 들르기만 해도 좋은 도서관이다. 솔직히 코로나로 인해 도서관이 왜 문을 닫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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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20-10-12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도서관 휴관일이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