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바보들 세트 - 전2권 -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에서 못다 한 말들 노무현과 바보들
(주)바보들 엮음, 손현욱 기획 / 싱긋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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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을 혹은 그의 생각을 따르는 사람들을 그의 죽음을 두고 나눠보자면 나는 '그후'에 속한다. 일종의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가지고 뒤늦게 그에 대해 더 알아보자는 마음이 생긴 사람이니 아이러니하게도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이 정치에 대한 관심을 살린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나만은 아닌 듯, 아니 그렇게 말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 앞에서 이미 떠나버린 사람에 대한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 그의 가치를 좇기 시작했다. 그것이 10년을 한결같이, 아니 어쩌면 점점 더 증폭되어 가며 진행되고 있다. 그는 더이상 그리움'만'의 대상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한 원칙과 소신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하나의 가치, 철학이 되었고 그가 추구한 가치관과 대척되는 지점의 저질성을 직접 경험으로 겪은 터라 그 옳음이 증명되었기에 더이상은 망설이지 않고 그를 떳떳하게 따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그에 대해 다루되 그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 한 사람보다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다룬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수많은 노사모 회원들과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을 이어나가는 여러 사람의 말과 생각은 각각으로도 물론 의미가 있고 옳은 말들이지만 그들이 한데 풀어놓는 모든 말과 생각들이 뭉쳐있다는 것 자체가 더 큰 의미를 지닌다. 그들은 다 비슷비슷한 말을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달랐고 그래서 도와주고 싶었고 그래서 자발적으로 움직였고 그리하여 대통령을 만들었고 그러나 나서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지켜주지 못한 후회와 안타까움이 있다고. 노사모의 존속 여부에 대한 의견이나 활동의 방식에 대한 의견을 다를 수 있었지만 그들은 너무나 노무현을 사랑했고, 그로 인해 세상이 바뀌는 것을 확인했던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 그 자체였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오래된 논란처럼 노무현이 먼저냐 노사모가 먼저냐는 아무 의미없는 이야기이고 그둘은 하나로 완성되었던 진일보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증거이다.

 

 책을 읽다보면 그리움이야 두 권 분량의 인터뷰 내내 느껴지고 미안함도 죄책감도 불쑥불쑥 나오지만 그보다도 '새삼'이라는 말을 여러 번 뱉으며 '노무현'이라는 사람의 특별함에 대하여 감탄했다. 서민 대통령이라고, 평범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표현하였지만 있는 그대로의 노무현은 '어느 자리에서나 한결같이 빛나는 별 같다'는 생각을 정말 여러 번 했다. 우리가 어릴 때 보여준 정의감과 생명력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타협과 평화라는 이름으로 이 사람 저 사람 다들 비슷비슷하게 흐리멍텅해지는데 어쩌면 그 분은 죽는 날까지 반짝일 수 있을까? 2권 후반부에 박원순 서울 시장이 노무현 대통령을 일컬어 '체화되었다'는 표현을 했는데 원칙과 소신이 몸에 깊이 새겨져 어느 상황에건 그 말과 행동이 드러나는 것에 대해 나 역시 박원순 시장 못지 않게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부분이다. 사람이란 얼마나 자주 쉽게 흔들리던가. 그러니 그는 정말 특별한 '사람'이다.

 

읽는 동안 행복했고 자랑스러웠다.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 이런 대통령이 존재했고 그를 만든 것이 돈과 권력이 아니라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었다는 사실이 벅찼다.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를 더 좋아한다. 그도 좋은 대통령이고 좋은 대통령이 될 것이고, 그렇게 기억될 것이라는 것을 믿는다. 노사모의 그런 열정은 아니고 조직되어 있지 않은 힘이기에 내세울 것은 못되지만 그래되 최소한 '깨어있기'만은 해야겠다고 다짐도 해 본다. 흔들리지 말자는 것도. 어떤 사람을, 그 사람의 생각과 가치르르 좇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제발 옳은 것을 따르면 좋겠다고 어떤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들은 듣는 귀가 없더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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