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처음 방문을 잠근 날 - 자존감, 효능감을 높이는 독서처방전
최희숙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서평단을 하다보면 회의도 들기도 하는데 어쩌다 만난 책이 이 책처럼 내 마음을 확 사로잡을 땐 서평단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 처음엔 열두 살 아들을 둔 엄마의 마음으로 공감이 가는 제목과 표지에 반해 읽어보자 했는데 서문부터 내 마음을 똑똑 두드리더니 읽는 내내 작가의 단단한 마음을 배우며 읽게 되었다.

아이들이 아니었으면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인 줄 알 뻔했다.

-서문 중

  첫 책인 것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단단할까 생각해보면 작가는 아이를 키우고 가르치며 그 일의 근본적인 태도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한 사람이라 가능했던 일 같다. 아이가 힘들어할 때 자신을 길러준 부모님을 떠올리고 본받을 것은 따라하고, 속상했던 것은 반복하지 않으려 한 노력이 고스란히 책에 담겨있다. 아이를 길러본 사람으로서, 그리고 아이들을 가르쳐본 사람으로서 공감이 가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하고 배움이 되기도 한 시간이었다.

  부제에는 '독서처방전'이라고 붙어있던데 사실 작가의 글이 독서처방전의 느낌은 아니다. 물론 갖다 붙여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내가 보기엔 작가가 책을 읽고 읽히며 성장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기에 오히려 그 말은 이 책의 역할을 좁히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과 영화 그리고 경험이 잘 어우러져 아이를 키우다가 회의가 들거나 스스로에게 실망할 때 읽으면 특히 좋은 책이라 주변 내 또래 사람들에게 추천을 하곤 했다. 구구절절 맞는 말만 하니 말이다. 그 말들 중 가장 공감이 갖던 말은 이 책에서 비슷하게 여러 번 반복되는 반응, 태도의 중요성에 대한 부분이었다.

 삶이란, 10%의 현실에 대한 90%의 반응으로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다. 복권에 당첨되어도, 불의 사고를 당해도 그건 10%의 현실이다. 책 [자전거 도둑]에 실린 단편소설 <마지막 임금님>의 사시사철 덥지도 춥지도 않고 기름진 땅을 가진 임금의 현실도 10%에 불과하고 명예도 재산도 가족도 자유도 다 잃은 사나이의 현실도 10%인 것이다. 임금님은 불행할 것 없는 10%의 조건에서 불안에 묶여 행복하지 못했고, 행복할 조건이 모두 상실된 사나이는 감사를 선택함으로 행복을 잃지 않았다.

 현실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결정함으로 삶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78쪽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요즘 영화 <원더>를 보고 있는데 줄리안에게 근신을 주려는 교장 선생님 투쉬맨이 이런 말을 했다.

 

 

         어기의 외모는 바꿀 수가 없어요.그러니 우리의 시선을 바꿔야죠.

 같은 맥락이다.  아이든 누구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가 바뀌면 삶이 훨씬 건강해진다 것을 새삼 생각했다.

  자존감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도 공감을 했는데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두세 가지 중 한 가지를 자주 고르게 했던 나의 육아 습관이 옳았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위안도 되고 가끔은 그때문에 엄마 맘대로 끌고 가지 못해서 회의도 들었는데 마음을 다잡게 해주기도 했다. 요컨대 작은 선택과 결정을 자주하면 자존감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 얼마나 많은 결정을 하고 그것에 책임감을 느끼며 자존감을 높이고 있는지 생각해볼 문제이다. 열두 살이 되어도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다녀와도 되냐고 묻는 아이들이 수두룩한 현실에서 생각하기보다는 시키는 것만 하려는 요즘의 아이들을 탓만 할 것이 아니라 그렇게 자란 원인을 부모에게서 찾아봐야 한다는 점은 새겨 들을 만하다. 선택을 하지 않기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는 그런 태도로 어른이 된다면, 그런 어른이 많은 세상이라면 정말 생각만으로도 끔찍하지 않은가? 그런 사람이 이끄는 나라에서 살아보지 않았던가 말이다.

 많은 부분을 옮기며 그 과정에서 릴레이 필사 챌린지에도 참여했다. 순간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참여할까 고민했지만 이내 이 책을 그대로 옮기기로 했다. 지금 읽는 이 책이 내겐 가장 좋은 책이고 이 책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으니까.

긍정이라는 말은 좋은 쪽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그러한 것‘을 보고 받아들이는 모습이 긍정이다. 우리는 자녀에 대해서도 자신에 대해서도 편견 없이 긍정할 필요가 있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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