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은 개뿔
신혜원.이은홍 지음 / 사계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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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 작가와 만화가 부부의 '부부 평등'이야기를 읽었다. 자라온 환경은 달라도 어찌됐든 예술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좀 열려있는 건가 싶었지만 남자가 평등하게 행동하면 칭찬받을 일이고, 여자가 평등을 요구하면 드센 건 이집이나 우리집이나 다르지 않다는 데에 씁쓸함을 느꼈다. 아무래도 이번 생은 포기해야할 듯 남편은 소 닭 쳐다보듯 외면하기에 열두 살 아들에게 읽혔더니 재밌다고 두번이나 읽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편은 아침에 내가 먼저 일어나면 자기 밥을 차려주길 원했다. 너무도 당당하게 일찍 일어났으면서 밥을 차려주지 않는 것에 대해 서운함을 가장한 화를 냈었다. 내가 남편 밥 차려주려고 일찍 일어난 건 아니며, 본인이 일찍 일어나면 내 밥을 차려줬던가? 되물으니 싸우자는 거냐고 되레 큰 소리를 치곤 했었다. 참말로 평등은 개뿔이다!

 

  그런 남편을 10년 동안 자식 키우듯 정말 조곤조곤 버럭버럭 사네 못사네 하며 투쟁한 결과 이제야 남편은 아침에 먼저 일어나면 과일도 깎아놓고 그러고 출근을 한다. 그마저도 내가 아직 어린 아들을 케어해야하는 수고를 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 하는 것인지 미덥진 않지만 자그마치 하나의 행동을 바꾸는 데에 10년이 넘게 걸린 것이다. 뭐 아직 화장실에 앉히진 못했다만.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귀농살이 중 옆집할머니가 딸에게 장담그는 법을 가르쳐야겠다는 장모더러 사위한테 가르치라고 했던 것과 칭찬해주길 바라던 남편에게 손도 안씻고 음식 만지냐며 면박주는 아낙네들의 모습이었다. 어떤 사람은 귀농 후 그곳의 문화가 너무나 남성중심적이라 도시에선 엇비슷하게 평등한 쪽으로 살던 남편이 시골 가서는 조선시대 대감마님처럼 굴더라는데 이곳 이야기를 들어보면 평등을 실천하려는 자의 의지에 달린 문제인 것 같다. 이곳 분들은 도시 사람들보다 평등의식이 더 높지 않나 싶다. 평등은 개뿔 멀기만 하지만 좁게 좁게 시작하다보면 그게 넓어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만화든 그림책이든 에세이든 다큐멘터리든 개인의 경험을 공유하여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볼 기회가 많으면 좋겠다. 이 책은 [며느라기]와 더불어 결혼 선물 각이다! 각!

 

 

* 몽실북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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