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 현대지성 클래식 18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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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탓에 가끔은 어떤 말에 기대고 싶을 때가 있어도 갑자기 찾아서 읽어볼 책이 마땅치 않아 대체론 그때 시집을 읽곤 했다. [고백록], [명상록], [수상록] 등의 명성은 들었지만 그저 언젠가 읽어보리라는 위시리시트였을 뿐 그 실체를 만난 것은 처음인데 왜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 해마다 두번씩 읽는지 알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것은 현재 진행형이다. 아주 더디게 읽고 있으며 그 읽는 방법과 속도에 스스로는 만족하지만 서평단으로 받은 책이라 리뷰를 미룰 수 없기에, 더구나 다 읽고 난 후나 절반 넘게 읽은 지금이나 느낌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기에 소감을 적어보려고 한다.


이렇게 읽고 있다. 마음에 닿는 글을 볼펜으로 옮겨적으며 다시 음미하면서.

대개는 검은 볼펜으로 옮기고 아우렐리우스가 자신을 다잡는 마음으로 스스로에게 글을 남겼듯이 나 역시도 나 자신을 다잡는 마음이 강하게 드는 글은 파란 볼펜으로 옮기면서.


2세기에 한 나라의 황제가 이토록 끊임없이 자신의 나약함과 나태함과 무능함과 타락을 경계했다니 이건 한 개인이 읽기 보단 지도자들이 읽어야 할 글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이토록 자신을 채찍질하고 손톱만큼도 봐주지 않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삶을 살았구나 싶은 마음은 존경을 넘어 경외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이래서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 해마다 두번씩 읽었구나!( 왜 지금 대통령은 읽지 않는건가?)


난 대톨령도 지도자도 아니지만 이 책 가득 저렇게 포스트잇이 붙어져 있다. 물론 그중엔 좀 무리다 싶은 생각도 있고 내가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 글들도 있다. 그럴 땐 아우렐리우스가 아우렐리우스에게 쓴 특수한 경우라고 보아서 넘기면 된다. 하지만 글 자체가 보편적인 가치를 말하는 경우가 많아 19세기가 지난 현재에 읽어도 마치 요즘 어떤 종교인이 쓴 에세이인 양 마음에 와 닿는다. 게다가 시대가 다르기에 생기는 웃음 포인트도 있다. 가령, 겨드랑이 냄새가 심한 사람에게 화내면 안된다는 글과 그리고 몸무게 100킬로가 되는 것은 화내지 않으면서 오래 살지 못한다고 화를 내냐고 자문자답하는 글은 요즘 같으면 일부러 웃기려고 쓸 수 있는 글인데 둘다 너무나 정색하며 이야기하기에 의도하지 않은 웃음을 준다. 결론은, 원글 자체가 너무나 좋다. 내가 그리스어를 배우지 않은 것이 좀 속상할 정도로 말이다.


역자가 심혈을 기울여 원전을 번역하였다는 것은 주석을 통해서도 책날개에 역자 소개를 통해서도 충분히 알겠다. 다만, [명상록]이라는 책의 성격에 맞지 않게 책날개에 '역자는 언어에 타고난 수재로서...'라고 하는 문장을 읽자면 이 분이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 또한 다른 명상록과 비교를 해 봐야겠지만 한국어를 좀더 유려하게 표현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책을 읽으며 생긴다.하지만 그런 것들을 모두 감안하고서라도 이 책은 충분히 훌륭하다. 원전을 모르는 내가 이런 말을 하긴 주제넘지만 아마도 원전 자체가 너무나 훌륭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이 책을 해마다는 아니어도 틈틈히 자주 읽어 내 마음을 경계해야할 것 같다. 선한 사람으로, 권력보다는 철학을 중시하며 살고, 우주의 한 일원으로서 의미있게 살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물론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이 책을 좀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 사람도 선하며 의미있게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으므로.


덧붙이는 글

이 사진은 어제 우연히 깔맞춤이 된 것을 보고 신기해서 찍어봤다^^ 아, 이런 것에 집착하지 말아야 하는데....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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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ulation 2018-05-24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시간날 때 느리게 느리게 조금씩 읽었어요. 2천년전 사람에게 많이 배우고 저 자신도 많아 돌아봤네요.

그렇게혜윰 2018-05-24 21:23   좋아요 0 | URL
2천년전 사람이라니 믿어지지 않아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