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며칠 전 일 끝나고 병원 카프테리아에 들린 적이 있다. (병원 식당 문을 일찍 닫으니까 서롸차 소스를 다 치워서 일회용으로 포장한 그 소스 가져가려고;;;) 정확히 지난 주 금요일 오전 7시 40분 정도. 그곳에서 예전 내 간호대 G교수님을 만났다. 우리학교의 Clinical 장소 중 하나가 우리 병원이라서 아침 일찍 (6시 30분에 만나서 교수님이 아이들을 각 유닛으로 보내고 교수님은 식당에서 과제 검사하거나 뭔가를 하시는 것 같다) 병원에 오셨던 것. 덩치가 산만한 교수님은 나보다 나이가 10살은 어린데 살이 쪄서 그런가 얼굴이 동안 (내가 자고 일어났을 때처럼.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이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교수님 이름을 크게 부르면서 옆으로 갔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내가 입던 유니폼 (멍석 먼저 까는 나는 유니폼도 다른 학생들 2배는 샀기 때문에 안 입은 것도 있;;)을 기증하고 싶다고 하니까 오늘이 실습 마지막 날이라 당분간 병원에 올 일이 없다고. 뭐 그런 얘기를 하다가, "박사 학위는 어려워요?"라고 물어봤다. 나이가 너무 많아서 계속 환자를 돌보는 건 힘들것 같아서 공부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내 영어 실력으로는 안 되겠지요? 나 지금 BSN 하는 것도 힘든데? 석사는 더 힘들 것 같고, 박사는 꿈을 꾸지 말아야겠죠?" 그랬더니, 힘들겠지만, 도전해 보라고 하시면서 너의 영어 실력은 문제가 아니라고 하면서 "목표를 갖고 하나 씩 이루어가면 할 수 있어요, 라로씨는 뭐든 열심히 하고 끈기가 있잖아요. 문제는 자기 비하를 자꾸 한다는 점이에요. 그러지 마세요."라고. 그래서 내가, "제가 언제 자기 비하를 했다고?" 하니까, "지금도 그랬잖아요? 내 영어 실력이 부족한데, 나이가 많은데, 시간도 없는데, 라고요." 입에 붙었나 보다. 나이 많다는 거랑, 영어 잘 못한다는 말, 그리고 다른 등등.ㅎㅎㅎㅎㅎ
2. 온라인 수업의 대부분은 쓰는 숙제다. 그래서 싫은데, 이번 듣고 있는 수업 중에 한 수업인 Transcultural Health Care 수업은 너무 마음에 든다. 물론 이 수업은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문화에 대한 얘기를 꾸준히 해야 하는 수업이라 쓰고 쓰고 또 써야 하는 수업이다. 벌써 네 번째 쓰기 숙제를 제출했는데 두 번까지 제출한 숙제들의 점수를 오늘 받았다. 그리고 교수님의 피드백도. 지금까지 온라인 수업을 들은 것이 몇 되는데 (영어 수업도 온라인으로 들은 적 있다) 이렇게 피드백을 정성껏 멋지게 해주는 교수님은 처음 봤다!!! 내가 제출한 숙제보다 2배는 더 길게 피드백을. 더구나 보통으로 교수님들의 피드백은 재미가 없는데, 이 교수님의 피드백은 재밌고 감동이 느껴지기까지. 심하게 말하는 게 아닌데, "내가 살아 있구나!"라는 느낌이 들어 피드백을 읽으며 뭉클했다. 여기에 소개하고 싶을 정도. 그리고 책을 아주아주 많이 읽으시는 분이라 그런지 문장도 넘 재미지다.
나는 내 어두웠던 유년기를 숨기는 사람인데 (그러다가 한번 씩 말하기 시작한 게 막내가 태어나고 난 이후인 것 같다. 그러니 40대라는 얘긴데, 40대가 되면 어느 정도 상처가 아물게 되어서 그런가?) 이번 숙제를 하면서 남자에 대한 혐오에 대해 글을 썼다. 특히 아버지와 남동생들과 기타 찌질한 남자들. 이 수업이 내겐 심리 상담 수업처럼 느껴진다. "너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야, 너는 잘 하고 있어. 수고했어. 고생 많았다. 극복하기 힘들었겠다. 너가 그렇게 느낀 것은 당연해."등등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교수님의 피드백을 읽고, 건드리지 않아도 아프던 상처가 흉터는 있어도 아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There is little wonder why you harbor this bias ... like Dr. Phil says "I don't wonder why you feel this way, I wonder "why not"?"
3. 어제 M과 다시 일을 하게 되었다!! 지난 번에 정말 개고생을 해서 어제는 좀 더 잘 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나는 어제도 M에게 개깨졌다. 하지만, 어제는 깨갱은 했다는.ㅎㅎㅎㅎㅎㅎㅎㅎㅎ 물론 깨갱 할 자리가 아니었긴 했다. 누가 봐도 내 잘못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M이 미웠다. 잘못하는 것을 아는데 잘못한다고 더 큰소리로 얘기하면 잘못한 사람도 빈정 상한다. 더구나 그것을 차지 널스에게 고자질을 하면서 내가 변명 (잘못해도 이유는 있다) 할 기회를 안 주고 "라로씨가 정말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했다고 언성을 높이면서 차지 널스에게 얘기할 때 내가 더 큰소리로(나 목소리 엄청 우렁찬 사람임), 더구나 손을 앞으로 뻗으면서 M에게, "너 그만 말하고 내 말을 먼저 들어봐."라고 소리치고 차지 널스에게 내가 어떻게 왜때문에 그런 실수를 했는지 설명했다. 차지 널스는 나를 칭찬했던 이름 예쁜 C였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사실 나는 '배째라, 이판사판이다', 라는 심정으로 그렇게 했다. 내가 다 이야기 하고, M이 다시 내가 잘못한 것을 얘기하고, 차지 널스도 지금까지 내가 몰랐다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것 같으면서도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면서 앞으로 조심하라며 문제를 해결해 줬다. 차지 널스가 문제를 해결 한 후에 자리를 뜨니까, M이 내 옆에서 정말 어이없다는 듯이, "이건 간호 대학에서도 배우는 기본 중에 기본 아닌가?"라며 또 지랄을 하길래, "나 간호 대학에서 잘 못배워서 그런가 보지. 내 탓이지 내 학교 탓은 아니야."라고 지지 않고 쏘아주고 일하러 갔다. "썅" 소리가 절로 나왔다. 하지만, 일이 거의 다 끝나갈 무렵 M이 내 옆에 와서 이거저거 마무리 하라며 중얼거리고 갔다. "너 같은 딸이 있는데 내가 일을 그만 두면 그만두지."의 정신은 결국 오늘 하루도 잘 넘길 수 있게 해주었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나오면 안 되는 것이긴 했다는. ^^;;;;
4. M과 그 열전을 치루고 집에 왔더니 너무너무 피곤해서 그냥 쓰러져 자고 싶었지만, 코로나 환자들 사이에서 정신없이 돌아다녔으니 샤워을 해야 하고, 그러면 머리를 말려야 하고, 머리를 말리는 동안 책을 읽어야 하고, 그래서 오전 10시쯤 잠이 들어서 저녁 6시가 넘어 일어났다. 가족들은 이미 저녁을 다 먹은 후. 나는 자고 일어났더니 뜨끈한 국물이 있는 음식이 먹고 싶어서 마침, 백화점에 사장님 아들 생일 선물 주문한 것 찾으러 갈 시기가 지나기 전에 (주문하고 배송 된 후 2주일이 되면 주문 취소됨. 그런데 2주가 거의 다 되어감)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시간을 확인해보니 백화점은 일요일에 7시에 문을 닫네. 부랴부랴 쌩쌩 고속도로를 달려서 옷을 찾고 근처에 있는 중국 식당에 들어가서 핫팟을 주문했다. 그리고 그 옆집에 있는 베트남 식당에서 새우가 들어있는 스프링 롤도 샀다. 음식이 다 되기를 기다리면서 베트남 식당에 있던 티비를 보는데 내겐 지젤 분쳔의 남편으로 먼저 알게 된 (그만큼 미식 축구에 관심이 없음) Tom Brady가 소속된 팀 이기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다들 난리가 났다. 40이 넘은 Tom Brady가 혼자 20대의 다른 팀 선수를 다 제치고 이긴 것은 아니지만, 티비에서는 그가 다 제치고 이긴 것처럼 떠들어 대고 흥분하고, 나도 흥분하고, Tom Brady 만 스크린에 보였다.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지젤 분쳔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떠나기 너무 잘했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운동은 정말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승부의 세계가 늘 분명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것보다는 선명한 것은 확실하니까. 바이올린 콩크르에 나가면 사실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다 엇비슷하니까. 글쓰는 것은 또 어떤가? 그러니 스포츠 경기 말고 다른 분야는 다 회색처럼 느껴진다. 이겨도 개운치 않을 것 같다. (그런 분야에서 이겨본 적은 없지만;;) 나는 왜 아들들을 운동을 시킬 생각을 안 했을까? 왜 책이 좋다고, 왜 음악이 좋다고, 왜 미술이 좋다고, 하면서 운동을 가장 하찮게 여겼을까? 후회를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침의 피아노>에서 고 김진영 선생님은 이렇게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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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지 않았던 몸이 깊은 병을 얻은 지금, 평생을 돌아보면 만들고 쌓아온 것들이 모두 정신적인 것들뿐이다. 그것들이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그것들이 무너지는 나의 육신을 지켜내고 병 앞에서 나 자신을 지켜낼 수 있을까. 이제 나의 정신적은 것은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 자기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이북 p. 22)
책만 너무 많이 읽지 말고 밖에 나가서 뛰어 놀자. 내가 살아 있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5. 그런데 알라딘에 요즘 왜 자꾸 셋트 북이 나오는 거야?ㅠㅠ
우리 막내마저 읽은 책을 내가 안 읽어서야 되겠어?? 이제 막내가 자기가 공식적으로 나보다 더 키가 크다며 뻐기고 다니는 것도 아니꼬운데, <반지의 제왕>마저도 안 읽은 것을 알면 얼마나 더 으시댈지!!!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여기서 웃을 타이밍은 아니지만서도)
내가 좋아하는 프랑스 남자 디자이너. 외모가 내 남편과도 닮은 이,,,,아니라 내 남편이 이브 생 로랑을 닮은 것이 맞을. 의상을 전공하기 전부터 좋아했던 디자이너. 그래서 내가 졸업 작품 패션쇼를 했을 때 만들었던 검정과 하얀색의 드레스는 이브 생 로랑에게 헌정(?)한다는 마음으로 만들었었더랬는데,, 이제 나는 간호사가 되었습니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