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을 이겨내고 계속되는 이벤트.
지난 달은 심지어 판매도 좋았어요. 저는 놀라고 말았습니다.
적립금 드리는 이벤트는 여기. 2월이 끝날 때까지입니다.
토스트
MD의 감상평: 현직 요리사의 자전 소설이라... <토스트>는 예상대로 대단한 '문학적' 성찰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단순한 작품이다. 그런데 그 단순함이 예상 외로 담백하고 맛깔지며 '주체적이다.' <토스트>에서 요리라는 소재는 기적이나 추억이나 힐링을 불러오는 소도구 역할을 거부한다. <토스트>에서 요리는 곧 세상 모든 캐릭터의 일부이며, 동시에 그 캐릭터가 진행한 사건을 상징하는 기념비고 토템이다. 요리는 이 소설 속 세계의 알파와 오메가다. 그런데 그 구조의 설득력이 상당하다. 정말로 이 남자에게 요리는 곧 세계이며 사랑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음식들을 묘사하는 기발하고 감각적인 표현들이 그 증거다. 애정이 아니고서는 <토스트>가 음식을 말할 때마다 여느 소설가들을 훌쩍 앞서 버린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이건 진짜 사랑이다. 리얼 러브 ♥
이런 분들께 추천: 대놓고 힐링 안하는데 어쩐지 위로가 되는 소설 찾습니다 / 저 음식 다루는 소설 좋아해요 / 영드(영국 드라마) 팬 여러분
이런 분들은 주의: 기승전결을 꼭 필요로 하는 교과서적 소설 애호가 / 성찰이나 '간지'를 필요로 하는 문청류 소설 애호가 / 다이어트 중입니다
미래의 이브
MD의 감상평: SF 또는 고전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 한국에서 <미래의 이브>의 미래 역시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니 안드로이드라는 개념을 출현시킨 SF의 원류 말고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 보자. 휘황찬란한 문구들을 섞어 바로크 양식으로 떠들어대는 등장인물들의 논쟁이 이 작품의 핵심이다. 여기에는 지능과 인격의 인공화 가능성, 외모와 내면이 가지는 매력의 상관관계, 성 정치, 불노불사와 생명의 의미, 기계-생명이라는 가능성, 인간이라는 종의 생물학적 번영과 기계문명 발전 사이의 아이러니한 관계, 전쟁 같은 사랑과 그로 인한 전쟁 없는 사랑에의 희망, 그리고 전쟁 없는 사랑이 진짜 사랑이긴 한가에 대한 고찰 등으로 가득한 장대하고 냉소적인 교양-사변 소설이다. 빠르지 않은 대신에 더욱 풍부하고 느긋한, 불란서 풍 풀코스 블랙코미디 SF다. 음. 걸작 맞다.
이런 분들께 추천: 프랑켄슈타인을 감명깊게 읽었다 / 19세기 환상문학 애호가 / ㅂ출판사의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 애호가 /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이런 분들은 주의: 그럼 '트리스트럼 샌디' 같은 느낌인가? (아뇨) / 카렐 차페크의 SF 별로던데 / H.G.웰스의 위대함을 모르는 자
멀어도 얼어도 비틀거려도
MD의 감상평: 우선은 아름다운 장면들이 있다. 고래의 노래가 들려오는 어두컴컴한 박물관, 눈이 시릴 정도로 선명하게 별들이 보이는 스웨덴의 밤, 숲과 호수처럼 거대한 풍경부터 길가의 조그만 담배가게와 그 가게 쇼윈도에서 배가 빵꾸난 채로 굴러 다니는 박제된 악어까지, 인상깊은 풍경이며 사물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공간과 사물에 대한 이 인상적인 묘사들은 그대로 주인공 미크의 캐릭터로 이어진다. 이 아이가 그런 아이다. 가만히 뭔가를 관찰하면 거기서 자기도 모르게 빛과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아이다. 비록 상처입고 어딘가 삐뚤어져 있어도, 미크는 이 세계를 우리가 보는 것 너머의 다른 무엇으로 격상시켜 버리는 강렬한 힘을 갖고 있다. 따라서 <멀어도..>가'사자왕 형제의 모험'에게 바치는 오마쥬는 이렇게 기능한다. 낭기열라를 자기 품속에 담은 아이는 어떻게 다시 바깥에서 낙원을 찾아내야 하는가? 이것은 슬픈 수수께끼지만, 그래서 더욱 반짝거린다. 미크는 그런 아이다. 이 소설은 그런 소설이다.
이런 분들께 추천: 북유럽 소설의 어딘가 쓸쓸한 정서를 좋아함 / 어딘가 짠한 성장 소설을 좋아함 /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좋아함 / 그외 아래 주의사항에 해당하지 않는 소설 팬 여러분
이런 분들은 주의: 이거 근데 판타지 소설인가요? (아주 쪼금만요)
끝까지 연기하라
MD의 감상평: "거두절미하고 재미있는 소설을 내놓아라!" 좋다. 이 책이다. 특별히 치우친 점이 없어서 특정 분야의 매니아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웰메이드 스릴러. 머리 아픈 트릭도 없고 불필요하게 잔인한 묘사도 없고 하늘(또는 지옥)에서 떨어진 싸이코도 없다. 그러나 그런 자극 없이도 꼼꼼한 복선과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 전개만으로도 주인공과 독자들을 끝없이 다음 단계로 꼬드긴다. 재치있는 문장과 선명한 플롯 외의 쓸데없는 장식은 다 갖다버린 깔끔 정확한 스릴러. 히치콕이 살아있었다면 이 작가를 좋아했을 것이다. <끝까지 연기하라>는 스릴러의 중심이 피칠갑이 아니라 '이야기'라는 점을 되새기게 하는 소중한 작품이다.
이런 분들께 추천: 스티븐 킹 님께서 이 작가를 좋아합니다 / 전성기 히치콕의 슬림한 스릴러가 좋았지 / 영국식 유머 좋아합니다 / 재치있게 번역된 소설은 뭐가 있나요? / 친구가 재밌는 책 소개시켜 달라던데..
이런 분들은 주의: 재미만 있는 책은 어쩐지 돈이 아까우신 분 / CSI도 멘탈리스트도 안 나옵니다
3월에도 뵐 수 있도록 노력을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