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은 좀 이상합니다. 계속 안 써집니다. 이유도 고민해 보고 몇 차례 다시 써 보기도 했습니다만 잘 안 됩니다. 어쩌면 아직까지도 마음 속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작품을 마음 속에 두고 있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작품은 바로 주톈원의 <황인수기>입니다. 채 터지지 못하고 어딘가를 맴돌고만 있던 20세기말의 대만/홍콩 영화들을 떠올리게 하는 이 소설을 말하다 보면 저는 자꾸 그 시절의 제 자신을 끄집어내게 됩니다. 엠디 추천 소설 코너는 에세이가 아니기 때문에, 저는 그 기억을 떼어놓고 썼습니다. 그런데 자꾸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건 별 문제는 없는 '오피셜한' 내용으로 완성시킬 수는 있었겠지만 그런 '책 소개'는 아무래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고민도 해 보고 세 번쯤 다시 써 보고 고쳐도 봤지만 역시 아닌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저는 이 코너에 너무 애착을 가진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는 그냥 아까운 책을 보여주기만 하려는 코너였고... 책 소개는 매번 조금씩 길어졌지요.


이 코너에 점점 더 얽혀들고 있습니다. 힘들기도 하고, 가끔은 행복할 때도 있습니다.


이달의 선정작은 단 하나, 주톈원의 소설 <황인수기>입니다. 회복할 수 없음을 전제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편력입니다. 이 편력에는 동성애를 둘러싼 역사적 반응의 변화를 관찰하는 지적 여정도 포함됩니다. 역사에 대한 지적 편력을 자랑하는 작품이라면 저는 늘 우엘벡의 <소립자>를 먼저 떠올립니다. 담대하면서도 냉소적이고, 그 냉소가 동시대인과 자기자신을 꿰뚫고 지나간다는 측면에서는 슬픈 소설입니다. <황인수기>도 슬픕니다. 다만 그 슬픔은 냉소가 아니라 암중모색에서 옵니다. 절망은 시작부터 거기에 있었으나, 또한 편력의 여정 역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어질 것입니다.


앞서 저는 이 작품에 대해 '회복할 수 없음을 전제로 펼쳐'진다고 말했습니다. 비참한 종말은 시작부터 예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왜 끝장났다고 말하지 않을까요. 죽음을 눈앞에 두고 비로소 퍼뜩 깨닫는 <이방인>의 주인공처럼 뭔가 실존주의적인, 개체초월적인 깨달음이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아니면 어떤 연대의 가능성에 주안점을 둔 걸까요? 이역시 부정적입니다(이 부정 과정이 퍽 아름답습니다만). 대충 이렇게 소거법으로 정리해 보면 남는 건 통제 불가능한 사랑 뿐입니다. 그렇습니다. 사실 저는 <소립자>도 사랑 이야기여서 좋아합니다. <소립자>는 68혁명세대의 시대상황을 날카롭게 파악하고 그것을 에피소드의 모습으로 재현한 솜씨도 대단히 멋지지만, 그보다도 그 멋진 솜씨로 주조해낸 총열의 가늠쇠에 조준된 사랑이 너무나 멀리에 있는 것처럼(쏘아도 맞추지 못할 것입니다) 느껴지는 게 좋습니다. 이토록 우아하고 정밀한 강선을 가진 총으로도 맞추지 못할, 아름답고도 불가능한 표적을 망연히 바라볼 때의 심정 말입니다.


<황인수기>가 사회와 역사를 관찰하는 이유도 역시 사랑 때문입니다. 사랑을 어떻게 관용할 것인가. 20세기말의 아시아에서 타인(동성애자)의 사랑은 제도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인가? 받아들여지는 방법은 동성애자를 '정상 사회'로 편입시키는 방법인가, 아니면 아예 정상-비정상의 개념을 중화시켜버릴 수도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되면 행복해질까? 역사-사회로부터 시작해서 그 사회 안의 개인들로 사고의 범위를 좁히다 보면 어느 지점에서 분석은 불가능해집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특정 분석 방식은 특정 규모의 집단에게만 효력을 발휘합니다. 그리고 그 집단 규모가 '너와 나'에 이르면 아무것도 통용되지 않습니다. <황인수기>의 주인공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고, 더 알아가며, 미래조차 사랑의 실패로 점철될 것이라는 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패는 예견되어 있고 결코 회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연애하는 자의 인권, 연애할 권리'는 결국 그 누군가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 남자는 영화, 사상, 소설, 역사 등 자신이 꺼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엮어 사랑이라는 개념을 포획할 그물을 만듭니다.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진 무지개색의 그물이지요. 물론 그는 자신이 원하는 새를 잡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동성애자들을 위해서 사회적 합의에 맞서 투쟁한 것일까요? <황인수기>는 정상-연애라는 개념을 둘러싼 사변소설일까요? 물론 어느정도는 그렇습니다. <황인수기>는 정상연애에 대한 성실한 성찰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보다도, 그러니까 그물보다도 자꾸 그물을 짜는 남자를 쳐다보게 됩니다. 사랑에 오염된 그가 할 수 있었던 일은 오직 그물짜기 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때 만들어내는 그 무엇도 '소용'을 따지지는 않지요. 줄 사람을 떠올리지 않는 목도리짜기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망설임이, 망설이다 못해 손에 주워든 그물 조각들과 그물을 짜는 몸이 그려내는 풍경은 정말로 세기말의 허우 샤오시엔 영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허우 샤오시엔이 감독한 대부분의 영화 시나리오를 이 소설의 작가가 썼기 때문이겠죠. 바로 여기가 제가 자꾸 멈추어야 했던 부분입니다. 앞서 <소립자>를 총에 비유했는데, 그 총이 그토록 강건하고 정밀해 보이지 않았다면 그걸로 무엇을 노리건 간에 저는 별 인상을 받지 못했을 겁니다. <황인수기>도 아름답기 때문에 작동합니다. 자연광이 힘겹게 밀고 들어오는 어두운 도시, 공격적인 대사들조차 휩쓸어버리는 정적, 그 정적을 중력처럼 내뿜는 여백, 그리고 그 중력계 인근을 맴돌며 때로 그곳의 인간들보다 존재감을 과시하는 무의미한 사물들. 주톈원이 허우 샤오시엔의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는 사실을 몰랐어도 제가 그 장면들을 그릴 수 있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정말로 <비정성시>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달의 선정도서에는 적립금이 붙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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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르 2013-06-19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보겠습니다

외국소설/예술MD 2013-06-25 22:2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마음에 드시길 바래요.
 

 

 

추천사가 점점 길어져서 저는 뭔가 문제가 있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적립금 드리는 이벤트는 여기. 5월이 끝날 때까지..

 

 

 

 

 

네 번의 식사

 

 




 

MD의 감상평: 이스라엘 구석의 시골에서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엄마와 함께 사는 소년의 이야기. 소년은 아빠가 없는데, 그건 누군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의 아빠임을 자처하는 남자가 세 명이나 있다. 그런데 그들과 같이 살지는 않는다. 심지어 그들 중 한 명인 야콥은 29년 동안 ‘아들’을 단 네 번 초청해서 밥을 먹었을 뿐이다. <네 번의 식사>라는 제목은 그런 의미다. 그럭저럭 그럴듯한 설정이지만 딱히 눈길을 끌지는 않는다. 놓치기 쉬운 소설이라는 얘기다. 놓치지 마시라는 얘기다. <네 번의 식사>는 결국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데, 여기서 사랑은 사회주의 리얼리즘 방식의 연애담이었다가 마르케스 류의 마술적 리얼리즘이었다가 아주 꿈처럼도 변했다가 (등장인물들의 이름에 걸맞게) 성경의 수난극 구조를 빌려온 숭고한 사건이 되기도 한다. 사랑은 이렇게 ‘발생하는 모든 것’이다. 이쯤 되면 이게 완연한 뻥으로 느껴질 법한데, 작가의 솜씨가 노련하다. 변화무쌍하는 드라마의 배경인 시골 마을은 연극 무대처럼 휙휙 바뀌질 않고 육체노동과 권태 사이에서 적절히 황량한 모습을 유지하며, 그 단단한 배경을 딛고 선 등장인물들의 굳건한 캐릭터는 어떤 허황된 꿈과도 관계없어 보인다. 다만 의지가 있을 뿐이다. 초현실적인 상황까지 씹어 삼키는 민중의 강인한 생활력과 그들의 열렬한 사랑은 판타지를 지상에 못박아버릴 정도로 강렬하다. 이 소설의 미덕은 이게 다가 아니다. 메이어 샬레브는 여기다가 풍부한 감각 묘사와 잠언과도 같은 명대사들을 딸기 씨처럼 빽빽하게 박아 놓았다. 따라서 <네 번의 식사>는 산자락에서 허기져 먹는 라면처럼 강렬하고도 풍부한 감동을 선사하는 소설, 그래서 슬퍼도 슬프지 않은 소설이다.

 

이런 분들께 추천: 각종 리얼리즘 애호가 / 요즘 부쩍 감동의 온탕에 빠지고 싶다 / 나 예전에 <머꼬네 집에 놀러 올래> 보고 울었는데...

 

이런 분들은 주의: 300페이지 넘는 소설은 죽어도 못 읽겠다 / 메타포 중독자 / 거짓말. 사랑은 다 거짓말이야

 

 

 

 


 

루키아노스의 진실한 이야기

 

 




 

MD의 감상평: 책 띠지를 보면 ‘SF의 선구자 루키아노스’라고 표기돼 있다. 2세기 경 살았던 사람이니까 SF를 썼다면 과연 선구자이기는 하겠다. 그러나 (특히 하드 계열) SF 팬들에게는 안된 소식이지만, 여기에 기발한 과학적 설정이나 장치가 등장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21세기를 사는 인간들에게 이 책의 표제작 ‘진실한 이야기’는 마치 우주의 경계처럼 끝없이 확장되는 상상계의 온갖 양태를 구경하는 재미가 우선일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인상적이다. 선구적이다. 화려한 상상계를 구경하는 재미가 이 작품의 존재 이유라는 점 말이다. ‘진실한 이야기’는 온갖 모험 에피소드들의 나열이라는 점에서는 <오딧세이아>같은 그리스/로마 고전 모험 서사들의 후예지만, 앞선 작품들과는 달리 어떤 목적에도 소용되지 않는다. ‘진실한 이야기’ 속의 세계는 사건의 직렬로 이루어졌을 뿐, 거기에는 어떤 운명적인 결론, 즉 ‘그리 되었어야 하는’ 당위가 존재하지 않는다. 인생은 매 순간을 겪는 것이고 세계는 사건을 던져줄 뿐이다. 논리와 (당위로써의) 운명이 부재하는 이 공백의 세계는 20세기 포스트모던 소설들이 선대의 신화와 우화에서 뒤늦게 발견한 ‘목적 없는 세계’라는 깨달음을 이미 품고 있다. 물론 ‘진실한 이야기’의 상상력은 그 자체로 멋지기 때문에 즐기기만 해도 된다. 집채만한 거미가 밤하늘의 별들을 은빛 거미줄로 빼곡히 이은 뒤에 그 빛줄기 위를 보병들이 걸어 다니며 날짐승들과 싸우는 장면, 그리고 ‘등불들만이 살아있는 별’에 도착한 주인공이 자기 집 등불과 꼭 같이 생긴 등불에게 지구의 가족들의 안부를 묻는 장면 등, 후대의 환상 소설가들이 썼다고 해도 손색없는 멋진 아이디어들이 가득하다. 이 매혹적인 이야기를 읽고 나서 루키아노스가 천재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진짜로.

 

이런 분들께 추천: SF의 영역 확장에 목말라 있는 SF팬 / 고전의 바다로 향하고픈 판타지 팬 / 족보 없는 상상력의 힘을 느껴보고픈 순문학 팬

 

이런 분들은 주의: 이름 외기 어렵기는 러시아놈들이나 이놈들이나 (한숨) / 그리스 신화 족보는 보기만 해도 멀미가 난다

 

 

 

 

 

 


초조한 마음

 

 



 


MD의 감상평: 슈테판 츠바이크는 어쩌다 한 세대 이전의 작가로 취급받고 있을까. 나는 그가 ‘소설’을 거의 남기지 않은 역사 논픽션 (특히 전기) 전문 작가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문학사가 가장 홀대하는 분야의 거장이었다(그렇다고 역사학에서 츠바이크가 언급될 일은 더 없지만). 슬픈 얘기는 이쯤에서 접고 그의 최고 강점을 말해보자. 집착에 가까운 심리묘사다. 츠바이크는 염라대왕처럼 등장인물들의 순간순간을 모두 체크한다. 잠시의 망설임이나 잠깐의 오해, 선의의 거짓말들은 아무리 사소한 것들이라도 기록된다. 따라서 츠바이크의 소설들이 대개 비극적으로 끝난다는 점은 논리적인 결과다. 츠바이크의 소설 속에서 인간은 분명히 패배한다. 그들이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유도하고 또 그것을 희망하더라도 사소한 순간들의 작은 오류까지는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츠바이크의 세계 속에서 완전한 인간은 존재할 수 없으며, 그 불완전함의 작은 틈새마다 무거운 운명의 추가 삽입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쌓인 것들이 무너져 버리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겠다. 이것은 강요된 주제가 아니라 츠바이크의 집요한 심리 묘사가 필연적으로 귀결시킨 결론이다. 우연이건 의도되었건 간에 작가의 강점 또는 접근법이 작품의 주제와 일치했고, 그 어찌할 수 없는 파멸에의 결론이 1,2차 세계대전 사이에 낀 시대의 불길한 예감을 불러냈다. 어떤 소설의 내/외적 측면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시대를 향한다는 것. 더 이상 필요한 게 있는가? 츠바이크는 놓치면 안되는 작가다.

 

이런 분들께 추천: 19세기말-20세기초 영국산 고전 로맨스 팬 (도전하세요!) / 묵직한 한 방 원합니다 / 그래 우리는 헤어졌지만 딱히 내가 특별히 나쁜 건 아니었어

 

이런 분들은 주의: 인생이 그렇게 무서운 것일 리 없어요 / 스킨십 없..다시피 합니다 / '로설' 아녜요

 

 

 

 

 

 


콜드 그래닛

 

 





MD의 감상평: 여러모로 흠잡을 데 없는 경찰 스릴러. 형사 로건 맥레이 시리즈의 첫 이야기다. 주요 소재가 유아 성범죄 연쇄살인이라는 것만 두고 보면 좀... 그렇다. 범죄 방식과 범죄자의 잔혹성이 점점 부각되면서 스릴러 소설들이 일종의 정서적 괴멸 상태에 빠져드는 게 아닌가 걱정되는 것 말이다. 특히 잔혹함을 주 소재로 삼는 스릴러 시리즈의 경우 점점 현실감을 잃으면서 일종의 ‘하드코어 판타지’같은 느낌을 안겨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로건 맥레이는 다르다. 안심하셔도 좋다. 주 소재가 잔혹한 사건이고 배경 도시가 삭막한 광업 소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콜드 그래닛>에는 인간적인 훈풍이 감돈다. 작가는 특정 장면에의 집착적인 묘사보다 개성 있는 경찰 캐릭터들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며, 이 전략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주인공인 로건 맥레이를 비롯한 강력반 동료들에게 호감을 갖도록 유도한다. 이들은 대단한 천재들도 아니고 유별난 괴짜들도 아니다. 다 ‘사회생활 할 수 있을 듯한’ 사람들이다. 덕분에 씁쓸하리만치 썰렁한 유머가 튀어나와도 어쩐지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리얼해!). 독자들로 하여금 이야기의 바깥에서 비현실적인 스펙터클을 구경하게 만드는 대신에 소설 속의 캐릭터들과 친구로 만들기. 로건 맥레이 시리즈는 에드 맥베인이 경찰소설에서 보여 준 최고의 미덕을 모범적으로 재현해 냈다. 이 친구들이 어떻게 살아갈 지 궁금해지는, 다음 편을 기다리게 만드는 바로 그 매력 말이다.

 

이런 분들께 추천: 에드 맥베인 짱 재밌던데! / 너무 잔혹한 스릴러는 싫어요

 

이런 분들은 주의: 굉장한 트릭 없습니다 / 간지 함유량 적습니다

 

 

 

 

 

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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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5 0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29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르고숨 2013-06-12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월 소설들은 언제 권하실 건가요? 몇 권 점찍어두고 기다리고 있습니다만ㅋ. 이거 맞히는 재미 쏠쏠해요:) 이번에도 긴! 추천사와 '예측 못한 한 방' 기대합니다, 수고하세요-

외국소설/예술MD 2013-06-15 00:16   좋아요 0 | URL
지속된 호응 부족으로(웃음) 이제 고만 할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역시 이렇게 되면 멈출 수가 없겠죠..하하. 댓글 본 뒤로 조금씩 쌓아가는 중입니다만 아직도..입니다. 그래서 우선 여기에 댓글을 남기는 것으로 기별을 해 두겠습니다!

red7177 2013-06-15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리고 있는데요.

외국소설/예술MD 2013-06-17 16:07   좋아요 0 | URL
네..넵;

랄라 2013-06-25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두요! 기다리고 있어요!! 골라주시는 책보다 코멘트가 찰져서 기다린다는ㅎㅎ

외국소설/예술MD 2013-06-25 22:26   좋아요 0 | URL
사실 6월분이 등록돼 있습니다. ㅎㅎ 이번에는 별도의 이벤트 없이 단 한 권만.. 좀 긴 코멘트로 소개 드렸습니다. 봐 주셔서 감사해요. 꾸벅
 
L's Bravo Viewtiful - 그룹 인피니트 [엘]의 포토에세이 북 L's Bravo Viewtiful 1
L(엘) 지음 / 울림엔터테인먼트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안녕하세요 알라딘 예술MD입니다. 예판 구매자 모든 분들과 출시 이후 초반 구매하신 분들께는 모두 포스터를 드릴 예정입니다. 지관통 배송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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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ena 2013-04-26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ㅠ.ㅠ

인슾임돠 2013-05-19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5일초판끝나고16일날주문했는데그럼이것도초반구매여서포스터가오나요?
ㅜㅡㅜ 그렇게 된다면 정말감사합니다ㅜㅡㅜ

외국소설/예술MD 2013-05-20 16:24   좋아요 0 | URL
예판 구매자가 예상을 초과해서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보기에는 좀 어려울 것 같네요.. 일단 포스터 입수 여부는 고객팀에 문의해 보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2013-05-21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금 주문하면 포스터랑 카드는 안오나요?

외국소설/예술MD 2013-05-21 18:08   좋아요 0 | URL
포스터는 종료되었습니다. 카드는 아직 지급됩니다만 이틀이나 사흘 안으로 소진될 걸로 보입니다.
 

 

 

왜일까...


 

적립금 드리는 이벤트는 여기. 4월이 끝날 때까지입니다.

 

 

 

 

 

브루노 슐츠 작품집

 

 




 

MD의 감상평: 브루노 슐츠의 단편들은 아름답고 목적이 없다. 누군가는 그를 카프카와 비교한다. 카렐 차페크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슐츠가 무엇을 위해 이토록 감각적인 환상을 구축했는지는 알 수 없다. 물론 이 책의 해설에 나오듯 슐츠와 그의 아버지에 대한 프로이트적인 시각을 제시할 수 있다. 또는 작품 속에서 민간 전승이나 서구 신화들의 변형형을 목격하고 그것을 양차 세계대전 사이의 불안과 엮어 문학사의 맥락 안에서 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석하기에 따라 어떤 장치로 기능할 수는 있되, 슐츠의 소설이 애당초 그것을 노렸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슐츠는 환상과 부조리의 구조에 대해 고찰하고 그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삽입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그는 그냥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오감을 밝혀 채집한 감각의 조각들을 묘사함으로써 신비를 통역/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빛과 소리를 통해 몸을 얻는 환상들. 그는 로르카를 떠올리게 한다. 창조하기보다는 발견하는 방랑자-시인들. 만약 이 책이 슬프게 느껴진다면 그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로 떠난 디아스포라여서일 것이다. 이토록 태연하고 굳건한 '존재하지 않음' 속을 거니는 여정은 지구상의 그 어떤 외진 땅보다도 좀 더 쓸쓸할 테니까.

 

이런 분들께 추천: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작품 애호가 / 신세계를 탐험하려는 SF 또는 고딕 소설 팬 / 구판 사려다 놓치신 분

 

이런 분들은 주의: 감각 묘사의 밀도가 대단히 높으므로 고혈압 환자는 감상에 주의를 요합니다 / 만연체는 일종의 변명이지 / 그래서 걔가 어떻게 됐다는거야

 

 

 

 


 

스패로

 

 




 

MD의 감상평: 이 책은 예전에 <영혼의 빛>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었다. 많이 팔리지 않았고 빨리 절판되었으며 뒤늦게 입소문을 전해 듣고 헌책방을 수소문하는 순례자들이 발생하는, '좋은 SF가 소비되는 전형적인 방식'을 재현한 작품이기도 하다. <스패로>는 외계 존재와의 조우를 다룬 '퍼스트 컨택트'류로 구분되며, 그 과정에서 신과 종교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종교 SF라고? 너무 무겁지 않을까? 물론 <스패로>는 대체로 어둡다. 필연적으로 좌절한다. 기적이 성립하려면 먼저 서사가 붕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좌절은 어째서 이렇게 아름답고 왜 자꾸 마음을 덥힐까. 아마도 <스패로>가 인간을 주인공으로 삼은 유사-수난극이어서일 것이다. 권능을 갖추지 못한 인간은 복음에 상응하는 수난을 받아들일 수는 있어도 이해할 수도 극복할 수도 없다. "참새(스패로) 한 마리가 땅에 떨어지는 것도 너희 아버지는 다 알고 있나니" 라는 마태복음 구절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무엇을 아는가? 모른다면 알게 될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즉 과거도 현재도 미래조차도 깨달음에 닿을 수 없다면 수난은 어떤 이유로 주어지는가? 거대한 질문이 외계의 별과 우주선 속에서 펼쳐진다. <스패로>는 SF의 독특한 정점, 즉 다시 만날 수 없을 정도로 장렬하고 서글픈 우주 복음이다.

 

이런 분들께 추천: 이번 판본 번역은 어떤가요? (좋아요) / 저는 카톨릭을 잘 몰라요 (괜찮습니다) / 거의 모든 SF 팬 (아래 주의사항 참조)

 

이런 분들은 주의: 위 도서는 다음 작가들과 같은 곳에서 제조되었습니다 : 어슐러 르 귄, 케이트 빌헬름, 聖 아서 클라크 (또는 SF 자체에 알러지가 있을 때)

 

 

 

 

 

 


노란 새

 

 



 


MD의 감상평: 이번 작품 선정에서 가장 고민스러웠던 작품. 보는 이에 따라 장점 또는 단점으로 작용할 스타일이 워낙 강렬해서다. 매우 시적이다. 사건들은 시간순을 무시한 채 배열돼 있고 그 사건들이 지니고 있는 의미도 순차적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이라크전에 참전한 병사의 기억들은 그의 머릿속에 파편처럼 박혔다가 예기치 않게 튀어오른다. 시점도 보편적이지 못하다. 이 전쟁 소설에서 아드레날린을 동반하는 전투 묘사는 없다시피 하다. 전쟁 기간의 대부분은 교전이 아니라 경계와 긴장과 권태가 뒤섞인 항구적인 심리적 압력 속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동료들은 총알이나 폭발이나 사고로 죽어가고, 시인의 영혼을 가진 주인공(이 소설은 자전 소설이다)은 그 와중에도 도처에서 자라나는 풀과 새들을 목격하고는 그 집요한 생명들을 자신의 전쟁 기억 속에 집어 넣는다. 정서적 괴멸 상태로 내몰린 군인-청년-시인은 이 집요한 삶과 허무한 죽음 사이를 줄타기하며 독백과도 같은 증언들을 중얼거린다. 이것은 '여러분에게 전쟁을 고발하기에' 적합한 방식이었나?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시인은 시인이 본 것을 써야 한다고. 그것이 더 옳은 증언이라고 말이다. 따라서 나는 <노란 새>를 다른 무엇이 아닌 전쟁 소설로써 추천하기로 했다.

 

이런 분들께 추천: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최근 영화들을 인상깊게 보았음

 

이런 분들은 주의: 한국이고 미국이고 요즘 소설 쓰는 젊은 놈들은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MD의 감상평: 세계문학으로는 물론이요 온갖 버전의 괴기 단편집에도 단골 출연하는 언더그라운드 인기스타 에드거 앨런 포. 지나칠 정도로 유명한 이 작품집을 고른 이유는 역시 지나치게 유명하기 때문이다. 무슨 어마무시한 퍼펙트 전집이 나오지 않는 이상 포의 작품집이 다시 조명받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포는 위대한 작가이므로 그의 새 번역본은 그에 합당한 관심을 받아야 한다. 이번 단편집은 특히 그럴 만하다. 역자가 직접 원 텍스트의 정확성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판본(포 작품들의 일부가 그의 사후에 편집자에 의해 무단으로 수정당했고 아직도 그걸 바로잡는 중이라고 한다)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다른 몇몇 번역본들과 비교해 본 결과 단순히 번역자의 차이라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의 차이를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번역 자체도 준수하다. 만연체와 영탄법을 저글링처럼 구사하는 포의 특성과 '한글 독자'들을 위한 가독성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을 이뤄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준수한 번역을 선보이는 번역본 중에서는 가장 많은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이쯤 되면 여러모로 균형이 잘 잡힌 레퍼런스로 삼기에 손색이 없다. 이게 사건이 아니면 뭔가. 에드거 앨런 포의 (현재까지의) 단편 레퍼런스가 등장했다는데.

 

이런 분들께 추천: 보르헤스와 보들레르가 연대보증 섰음 (누군가에게는 장점) / 중편집도 나올 거래요!

 

이런 분들은 주의: 보르헤스와 보들레르가 연대보증 섰음 (누군가에게는 단점)

 

 

 

 

 

5월에도 뵐 수 있도록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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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4 1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4-04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샤르르 2013-04-04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번 달엔 굉장히 빨리 나왔네요 ㅎㅎ
계피색이랑 모래시계는 있구 노란 새도 저번 달에 이미 샀구.. 포 전집도 있고.. (근데 소개글보니까 이번 것도 사야할 듯한...)
스패로는 사려고 골라놨던 거고 .
뭔가... 뿌듯하네요 ㅎㅎㅎ

외국소설/예술MD 2013-04-08 16:25   좋아요 0 | URL
네 이번에는 미리 써 놓을까 해서 좀 빨리 시작..햇는데 결과는 큰 차이는 없네요;; 그래도 일찍 올라왔다는 얘기 들으니 좋습니다;

그런데 이미 다 골라 놓으신 책들이라면 제가 뭔가 실패한 건 아닌가요? 예측하지 못했던 한방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ㅎㅎ

아기새 2013-04-04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뭐랄까 점점 진심과 열정이 뿌듯하게 담겨가니 마음이 훈훈(응?).. 이번 달에도 여기 덧글을 달 수 있어서 기분 좋습니다.

저는 SF알러지 인간 이었지만 MD님 덕분에 현실증강제 덕후가 되어 비죽이던 입술이 '오오' 연발 입술로 변모되었습니다(응?)

스패로는 SF는 죽어도 못읽겠네가 아니면 사라는 말씀이시고 포 단편집은 집에 사전처럼 꽂혀있을지언정 사라는 말씀이시네여??..

'아 그래서 어쨌다는거야' 종자인 저는 감히 감각적 묘사가 줄을 잇고 그 자체로 소설이 되는 단편집은 살 용기가 안 납니다..

근데 그거 아세여?? 알라딘에서 제게 예치금을 늦게 넣어주어 책을 못사고 3월 이벤트가 끝났다는 사실.......으앙

외국소설/예술MD 2013-04-08 16:27   좋아요 0 | URL
네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에요. 저는 뭐랄까 늘 '다행이다'라는 반응 이상이 잘 안 나와요. 자신감이 부족하달까 그렇습니다 음음. 그래도 SF를 좋아하게 되셨다니 이건 정말 기쁜 일이네요. 정말 뿌듯하고 네.

예치금 껀은 고객팀에 문의해 보시면 뭔가 보상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제가 우선 먼저 사과 드립니다.

그래도 늘 좋은 책은 많으니깐요. 모쪼록 잘 골라 가시기 바랍니다. 매달 좋아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ㅎㅎ

아기새 2013-04-09 16:33   좋아요 0 | URL
사과 하실 필요 없어용 ><
노동자들끼리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거라더군요(...)
히히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의 손에서 전해졌던 안드로이드는 전자양의 꿈을 꾸는가?를 (원서라 그렇겠지 라는 핑계로) 손도 못대고 멍하니 바라만 보던 저에게 MD님이야 말로 단비같은 메신저십니닼ㅋㅋ
앞으로 뭔가를 읽을 시간이 좀 더 생겼으니 매진하겠어용 :-)

외국소설/예술MD 2013-04-15 09:22   좋아요 0 | URL
제가 메신저라니 뿌듯하고..좋네요. 감격적이고 네.. 이러려고 이 일을 시작했었죠..

딱히 가시적인 판매량 증가가 보이지는 않는 이벤트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할 수 있는 건 다 격려해 주시는 분들 덕분이에요. 가장 많이 격려해 주신 아기새 님께 이 영광을 돌리겠습니다 부끄럽네요...

아기새 2013-04-15 11:5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닷><
이렇게 된 인연인 이상 차 한잔을 마시며 (저의) 인생상담이라도..ㅎㅎㅎ

외국소설/예술MD 2013-04-17 16:35   좋아요 0 | URL
하하 네 재밌겠네요. 그나저나 제가 더 감사합니다 네..

아기새 2013-05-16 15:31   좋아요 0 | URL
우오오오 6월호를 위해 적립금을 많이 모았습니다! :D

이것도 5월호로 수정.. T_T

ssik72 2013-04-17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쉬~~ 스타일 살아있네!!

외국소설/예술MD 2013-04-17 16:35   좋아요 0 | URL
아이구 참.. 별말씀을.. 부끄럽습니다;;
 

 

 

어째서인지 역경을 이겨내면서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이벤트입니다.


 

적립금 드리는 이벤트는 여기. 3월이 끝날 때까지.

 

 

 

 

 

유럽의 교육

 

 



 

 

MD의 감상평: 2차 세계대전 당시 활동한 폴란드 빨치산을 다룬 로맹 가리의 데뷔작. 스페인 내전을 다룬 앙드레 말로의 걸작 <희망>처럼, 이 소설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감각/감정의 과잉 상태는 노련하게 편집되어 문장 위로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전쟁이 일으킨 사건들 자체는 해석되지 않고 병렬됨으로써 드라마가 되지 못하고 비극의 배경에 머문다. <희망>이 그 텅 빈 무대를 놓아둔 채 공백을 주시하도록 했다면, 로맹 가리는 그 배경 앞에서 다시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죽음 앞에서 좌절하거나 파괴당한 전쟁 베테랑들 대신에 '어쨌든' 미래를 떠안아야 할 아이들의 삶 속에 심어져 있는 파괴 불가능한 낭만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로맹 가리는 확신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망설임이 울림이 되어 바람을 일으킨다. 소설이 소설 바깥에 있는 '우리의 세계'를 주시할 때마다 이쪽에서 그곳을 향해 불어가는, 우리의 뒤통수를 간지럽히는 쓸쓸하고 맑은 바람이다. 이것을 서정이라고 불러도 될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엄혹한 현실에서 발을 빼지 않음으로써 도리어 서정을 일으키는 마법, 로맹 가리는 처음부터 이런 마법을 부리는 작가였다.

 

이런 분들께 추천: 헤밍웨이의 장편 전쟁 소설들이 좀 재수없었다 / 역사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괜찮을까요? / 슬프긴 한데 신파는 아닌 소설 찾습니다

 

이런 분들은 주의: 저는 밀덕입니다만 / 역사적 고찰을 원하시는 분은 말로나 오웰로 가셔요

 

 

 

 


 

요리사가 너무 많다

 

 




 

MD의 감상평: 원래 너무 유명한 작품이라 안 하려고 했는데 '그건 너같은 놈들에게나 너무 유명한 작품이지'라는 내면의 고발을 듣고 선택한 작품. 살인이 벌어져도 축제는 계속된다는 식의 희한한 즐거움이 넘실대는 괴걸작이다. 아마도 역대 미스터리 소설에 등장한 탐정들 중에 체중이 가장 무거울 것같은 남자 네로 울프(180cm, 140kg)와 그의 조수 아치 굿윈의 만담 플레이는 반백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웃기다. 게다가 이번에 먹성 좋은 탐정이 초대받은 '선택받은 미식가들을 위해 5년에 한 번 열리는 특급 요리 축제'는 네로 울프에게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일이라, 사람이 죽어가고 음울한 음모의 기운이 느껴지는 와중에도 즐거움을 막을 수가 없다. 범인은 잡으면 될 거 아닌가? 음모는 음모고 좋은 건 좋은 거 아닌가?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와 개그를 잊지 않는 이 만담 탐정 콤비가 수호하는 것은 가장 소박한 의미의 정의다. 누구도 타인의 행복을 방해하지 말라. 특히 맛보기 힘든 산해진미가 나오려고 하는 순간에는.

 

이런 분들께 추천: 미스터리 소설들은 너무 트릭에만 집중하는 거 같아요 / 미스터리 소설들은 너무 복잡한 거 같아요 / 미스터리 소설들은 너무 심각한 거 같아요 / '너같은 놈'

 

이런 분들은 주의: 미스터리 소설은 말이죠 동시대를 표현할 페이소스를 (네 다음분)

 

 

 

 

 

 


부영사

 

 



 


MD의 감상평: <부영사>에서 직접적으로 감각되는 것들은 거의 없다. 온통 징후들 뿐이다. 예감이나 풍문이나 기억의 형태로 존재하는, 실재였던 것들의 유령들이 이 소설을 지배한다. 뒤라스는 스토리의 중심이나 등장인물들의 명확한 정체 또는 사연을 드러내지 않는다. 따라서 소설 속에서 시간이 흘러가고 배경이 달라져도 인물들은 그 흐릿하고 희미한 후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도는 것처럼 보인다. 분명히 어떤 비극적인 사건들이 <부영사>를 맴돌고 있지만 아무도 진실에는 다가설 수 없다. 그러나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은 현실이 징후로 치환되면서 명확한 판단이 불가능해지고, 그것을 대신할 힘으로 욕망을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 욕망은 판단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곳이 꿈이건 현실이건 지옥이건 '나는 원한다'는 주장만큼은 진실로 간주될 것이다. 그러나 욕망 역시 발화되고 나면 안개로 치환되어 버린다. 따라서 이 세계에는 단서의 파편들과 조합 불가능한 징후들로 이루어진 웅성거림만이 남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게임은 끝났다. 누보로망이 근대문학의 반명제로 작용하면서 변증법적인 '그 다음'을 예감하게 했다면, 뒤라스는 탐구하기의 불가능성을 성실히 스케치함으로써 미래가 없는 멸망의 리얼리즘을 고안해냈다. '앙티로망'을.

 

이런 분들께 추천: 영화 <인디아 송>을 감명깊게 보았다 / 영화 <히로시마 내 사랑>을 본 경험을 후회하지 않는다 / 여행을 가면 조용한 곳에서 홀로 아무 말 없이 있기를 더 좋아한다

 

이런 분들은 주의: <모데라토 칸타빌레>가 연애소설이라고 하던데 재밌나요? / 하여튼 평론가연하는 놈들이 빠는 책이며 영화들은 다 이모양이지 (네)

 

 

 

 

 

 


아이언 하우스

 

 



 


MD의 감상평: 결국 <라스트 차일드>가 존 하트의 최고작으로 남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아이언 하우스>는 그 예상을 비웃는 뛰어난 스릴러다. 전작들과의 공통점으로는 여러 종류의 애정과 그에 따르는 좌절과 배신(어떻게 사랑이 변..한다)이 드리우는 암울함을 들 수 있다. 인물들을 둘러싼 사회 구조가 아니라 그들 각자의 파편화되고 맹목적인 애정에 집중하는 존 하트의 방식은 등장인물들에게 강렬한 정서적 동기를 부여한다. 스릴러이기 이전에 격렬한 드라마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언 하우스>는 기존의 작품들과 달리 그 감정적인 힘을 동기 뿐만 아니라 동력으로도 사용한다. 등장인물들의 관계 변화가 즉각적으로 사건의 방향을 비틀고, 소설의 전개는 그에 맞추어 격렬하고 빠르게 이루어진다. 존 하트는 빠른 템포의 액션 스릴러와 사색하고 침잠하는 종류의 스릴러를 자신의 강점을 이용해 조합해냈다. 이 사람 진짜 스릴러의 연금술사인가봐..

 

이런 분들께 추천: 에피소드 연결형 말고 한큐에 이어지는 미드 스타일의 잘 읽히는 스릴러 추천해 주세요 / 싸이코 안 나오는 클래식한 스릴러가 보고 싶어요

 

이런 분들은 주의: 쿨한 게 좋다 / 싸이코패스 애호가 / 반전 쩌나요? / 가족 이야기는 내 가족만으로도 벅차서 마음이 아파 못 읽겠어요

 

 

 

 

 

4월에도 뵐 수 있도록 노력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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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새 2013-03-07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아아아아-
드디어 3월호가 나왔군뇨. 돈은 안내지만 정기구독자가 되었습니다.(응?)
어둡게 시작하는 3월. 스릴러와 스릴러와 미스터리 정도이려나요. 정적인 배경속에 고동치는 내부세계를 녹여낸 작품들이 대거 등장했군뇨. 제 가슴도 뜁니다. 덩달아 제 통장 잔고는 마이너스를 칩니다. 아 왓 어 롸임....
로맹로맹 형님은 언제나 옳..겠죠?
사실은 몇 주전 유빅을 읽고 다른 책을 아직 손에 못 잡고 있습니다. 'PKD라는 암흑물질의 실제 질량을 측정하는 날에는' 저는 이제 죽고 없겠죠 :p

죽기 전에 사야할 책들은 어서어서 소개해주셔요. 이번 달에도 구매~
일단은 유럽의 교육만..사는 절제된 매서가가 되겠습니다.

외국소설/예술MD 2013-03-08 13:04   좋아요 0 | URL
아 정기구독자라니 이제 쉴 수가.. 네 좋습니다. ㅎ
이번달은 지난번에 비해 무거운 작품들이 많네요.난해하다면 난해하기도 하고요. 유독 후보작들이 많기도 했는데요, 다음번에 올라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분량을 늘일 생각은 없습니다. 절대.. ㅎ;

유빅이요. 좋지요. 세계고전문학으로 추앙받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로맹 가리의 데뷔작은 뭐.. 대단하죠. 저런 엉망진창의 상황에서 서정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게 정말 대단하게 느껴져요. 물론 비극 자체를 건조하게 전개하는 위대한 작품들도 많지만, 그와는 다른 독보적인 세계니까요. 보셔도 좋을 겁니다. 네.

아기새 2013-03-26 23:58   좋아요 0 | URL
알라딘 모바일 페이지에 접속하면 저에게 추천해주는 대부분의 책들이 다 MD님께서 올리신 책들이더군요 OMG.. 그렇게 잊으려고 노력하건만, 내 취향을 학습시키는 놀라운 알라딘 같으니라구.
첨단 마케팅 엔진을 유럽식으로 달아버려 저를 헤어나올 수 없는 소비의 늪으로 빠져들게 하는군요 으하하

아 그리고 정기구독자인 저는 돈을 내긴 냅니다. 알라딘에 책 값을 내지요. MD님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습니다만..(응?)

외국소설/예술MD 2013-03-27 15:45   좋아요 0 | URL
그건.. 글쎄요 우연의 일치일까요 하하 -_- 추천시스템에 관여하진 않지만 어쩐지 기분은 좋네요;

그러고보니 곧 4월이네요. 4월치를 올려야겠죠. 그렇습니다. 저는 또 하게 될 겁니다.
매출 향상에 이바지해 주시는 고객님들을 실망시킬 수 없기 때문에 하하

리플 달아주실 때마다 감사 드려요. 일하면서 제일 보람있는 순간이거든요. ㅎㅎ

빠삐용 2013-03-07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리사가 너무 많다 저번달에 이미 사버린 저는 웁니다. ㅠㅠ

외국소설/예술MD 2013-03-08 13:16   좋아요 0 | URL
이것은 매번 이벤트를 올릴 때마다 쌓이는 제 업보입니다. 저는 천국에 가지 못할 거예요..

굿바이 2013-03-07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월에도 꼭 뵈요~!

외국소설/예술MD 2013-03-08 13:19   좋아요 0 | URL
정말요..? 간만에 이렇게 댓글 남겨 주시니 저는 좀.. 감격했습니다.. 네 열심히 ㅠㅜ

참깨 2013-03-08 0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이번달은 로맹가리....떄문에 망했나요.-__ 읽기 싫으니까 어쩔수 없...

외국소설/예술MD 2013-03-08 13:20   좋아요 0 | URL
이미 주요 신간을 혁파한 분에게 이 페이지는 그저 짧은 리뷰 모음일 뿐 ㅎㅎ 음 뭐 제가 잘못한 거는 없으니까 유감 표명에 그치도록 하겠습니다. ㅎ

북극곰 2013-03-08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기구독자요~!^^

외국소설/예술MD 2013-03-08 14:0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ㅠㅜ 보고 싶어서 보고, 보고 나서 재미있었으면 되었죠. 저는 성공했어요. 좋아요.

GoldenSlumber 2013-03-14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작 소개되는 책보다 워너님의 소개글이 더 기다려지는 요상한 상황입니다.ㅋㅋ <유럽의 교육>은 10년 전에 읽었는데 개정판으로 보면 느낌이 색다를 것 같네요.

외국소설/예술MD 2013-03-15 14:17   좋아요 0 | URL
네 <유럽의 교육>은 편집을 새로 하면서 번역에 약-간의 수정이 있었다고 해요. 큰 변화는 없습니다.
정말로 기다려지다니 좋네요.. 이 맛에 이 일 하나 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