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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간만에 회사를 쉬는 날이었다. 대낮이라 낯설어진 동네를 미적지근한 걸음으로 돌아다녔다. 거리는 더웠다.
카페에서 저 사진을 찍었을 때쯤 트위터를 보니 모리스 샌닥이 죽었다고들 했다. 그렇구나. 카메라 LCD로 방금 찍은 장면을 다시 보고, 또 보고, 샌닥이 죽었다는 말을 자꾸만 생각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아무 상관 없는 장면이었다. 차라리 숀 탠 같잖아? 그렇지만 샌닥이었다. 마침 우연이 사진 위로 날아와 앉았으니까. 어차피 사진 위에 얹혀진 빛들이 모두 그 순간 우연히 모여든 것들이라면, 그때 마침 모리스 샌닥이 죽었다는 우연도 사진 속에 마땅히 포함시켜야지 않을까. 사진 속 건물 옥상은 작은 보트처럼 항해 중이었다. 그 여정의 끝에 괴물들이 사는 나라가 있을지도 모르지.
나는 그간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종종 발견했다. 주로 바다가 있었고, 쓸쓸했고, 그렇지만 실낱같은 연대 같은 게 남아 있어야 했다. 발견하는 일이 드물어서 한번 마주하면 오래도록 머물러 돌아다니곤 했다. 정신 똑바로 차릴 필요 없이 한쪽 발은 꿈 속에 담근 채 노곤히 움직이기 좋은 순간들. 샌닥의 그림책을 읽으면 그런 기분이 든다. 반쯤은 꿈인 나라. 반쯤만 꿈인 나라. 하나 뿐인 출구 앞에서 막막한 현실이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닳아가는 꿈들이다.
나는 샌닥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 그 어떤 다른 이론가나 소설가들에게 진 것보다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어느 곳에서 '지금이 좋다'라는 느낌이 들 때, 그것과 가장 닮은 게 샌닥의 책들이었니까. 그 기억들이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것들이다.
두 장의 사진을 추가한다. '샌닥의 순간들' 중의 일부다. 부디 안녕히 가셨기를.
이건 작년에 발견한 나라
이건 유조선이 엎어졌던 그 해, 태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