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글렌 굴드 - 오리지널 쟈켓 컬렉션 (80 LP Sleeve 한정반)
여러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작곡, 글렌 굴드 (Glenn Gould) / Sony(수입) / 2007년 10월
품절


저는 글렌 굴드 빠돌이입니다. 그래서 팬아트도 합니다. 그러니까 이게 처음 만든 글렌 굴드 음반 표지 시리즈입니다. 물론 실제로 저런 녹음은 없지요. 다만 굴드가 해 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마음으로 제작했던 겁니다. 저는 굴드 빠돌이니까요. 굴드가 쇼스타코비치 전주곡과 푸가를 해 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굴드님...

처음에는 이랬군요. 조금 부끄럽습니다만 역사적인 첫걸음이기 때문에. 표지 느낌에 '전주곡과 푸가'의 의미를 담아보려고 했습니다만 부끄러우니까 넘어가겠습니다.

아, 전부 직접 찍은 사진들로 포토샵 작업을 했습니다. 저는 그림을 못 그리거든요.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입니다. 물론 이 녹음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굴드는 성악 반주도 했었죠. 대표적인 음반으로는 힌데미트의 <마리아의 생애>가 있습니다. 굴드는 독주가 아닐 때는 (의외로) 튀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죠. 지휘자 조지 셀은 베토벤 협주곡을 굴드와 협연할 때, 리허설에서 굴드가 자꾸 약음기를 밟아서 엄청 불만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저는 굴드빠이기 때문에 이러한 특성이 성악 반주에 무척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저 사진을 찍었을 때는 무척 슬픈 시절이었는데요. 그랬습니다. 저거 찍고 카메라가 곧 고장이 났었죠. 아주 추운 날이었어요.





알캉의 <피아노 독주를 위한 교향곡>입니다. 피아노 한 대로 교향곡의 구조를 담으려고 시도한 굉장한 야심을 담은 곡이죠. 정말로 휘황찬란합니다.

보통은 아믈랭의 연주를 추천하는데요. 굉장히 폼이 나거든요. 그래서 저는 굴드가 해 주면 어떨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안티-휘황찬란함을 보고 싶어서요. 매끈하고 별 장식이 없어 보이는 거대한 오벨리스크같은 구조물을 느낄 수 있으면 얼마나 황홀할까요.

혹자는 9/11을 연상케 하는 사진이라고 했습니다만, 저는 그렇게까지 창의력이 좋지는 못했습니다.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입니다. 구석에 다른 멤버들도 있는데요. 이런 멤버들이 모일 수는 없었겠지요.

2차대전 중의 포로수용소에서 만든 곡이고, 구원에 관련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표지들이 많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구원은 어디에서나 필요한 거니까요. 그래서 저는 거꾸로 해보고 싶어서.. 한창 잘 나가던 시절의 미국 같은 풍경을 만들어 보려고 했습니다. 좀더 삭막하지만 기괴한 유머가 있는 연주가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저 멤버들로 말이죠.

물론 촬영 장소는 미국이 아니었고 강원도였나 그랬을겁니다.





스크리아빈의 전주곡집입니다. 저는 스크리아빈을 좋아하거든요. 얼마나 좋아하냐면 스끄랴빈이라고 굳이 폼나게 불러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저 녹색은 지금 봐도 마음에 드는군요. 물론 실제로는 색이 없어서 따로 칠한 겁니다만.

무늬는 자취방 유리창에 붙어 있는 스티커 무늬입니다. 언제 붙은 건지 모르겠는데 닳아가지고 패턴이 좀 괴상하죠. 소재 또한 스끄랴빈스럽지 않은가,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입니다. 가끔 모르시는 분들도 있지만 이게 원래 피아노 독주곡이었습니다.

좀 기하학적인 걸 해보고 싶었는데.. 네.. 그래도 배경은 잘 골랐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곡을 화려하게 연주하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이 곡을 들을 때마다 굴드가 이 곡을 녹음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합니다.





메시앙의 소품집 컨셉입니다.

메시앙의 음악 안에서는 이미지와 소리가 뒤섞이는 듯한.. 공감각적인 느낌이 있죠. 메시앙 본인은 실제로 그런 감각 전이 능력이 있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있는 질환이랄까 특징이랄까 그런 거래요. 그래서 표지는 소리를 이미지화하면 어떨까 하는 기분으로 만들었어요. 파동과 반사, 물과 물고기.. 뭐 그렇습니다.

굴드는 메시앙을.. 굉장히 괴상하게 잘 하지 않았을까요? 두근두근하네요.





눈치빠른 분들은 보셨겠죠. 지금 제 서재 이미지예요. 바르톡의 <미크로코스모스>입니다. 연습곡집이죠. 체르니 같은 건데요. 바이엘 초급 수준에서 시작해서 점점 난이도가 올라갑니다. 그래서 초반의 쉬운 곡은 빼고 녹음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는 그 쉬운 곡들도 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작은 우주가 만들어지고 점점 커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우주 느낌을 내 보고 싶었습니다. 저기는 수족관이에요.






눈오는 날 카페에서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슈만의 피아노 오중주인데요. 아주 로맨틱하죠. 아주아주 로맨틱합니다. 이거는 여기 올린 것들 중에 유일하게 실제로 녹음이 있어요. 아주 로맨틱합니다.





드뷔시의 전주곡집입니다. 바닷가에 놀러가서 찍은 사진이네요. 사진 아래에 웅성웅성하시는 분들은 저기서 기마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체력이 다 돼서 쉬고 있었네요. 신나게 기마전 했으면 홀딱 젖고 좋았겠지만, 대신 이런 사진 찍었으니까 되었다. 인생은 그런 것이구나.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하늘이 흐리멍텅하고 미묘한 밝기 변화만 있어서, 드뷔시스럽지 않은가 했습니다만.. 사실 몇가지 불만이 있었네요. 그래도 친구들은 이걸 좋아했습니다. 역시 나는 사람들의 취향을 모르는구나 싶어 약간 슬프기도 했습니다만.




그간 심심할 때마다 만들었던 것들을 모아 놓으니 감회가 새롭네요.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건 참 즐거운 일입니다. 서둘러 누군가의 팬이 되세요. 팬픽도 써보고 그림도 그리고 동인지도... 네. 좀더 즐거운 인생일 거예요. 저도 계속할 생각입니다. 다들 좀더 행복하게 살아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작업기간: 2010-2011년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매지 2012-12-12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트롤을 내리면서 빠심이 느껴져 저 또한 행복해졌습니다.
다들 행복해야 할 텐데 말이죠. :)

외국소설/예술MD 2012-12-12 15:46   좋아요 0 | URL
추천과 댓글이라니 제 기쁨의 모든 것이군요. 아하하.

koshka 2012-12-12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데요....

외국소설/예술MD 2012-12-12 18:15   좋아요 0 | URL
뭐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이 헛헛해서요.. 불면의 밤이 남긴 기념품이랄까 그렇습니다.

starla 2012-12-12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캉, 드뷔시, 스크리아빈은 정말 어울려요.
저는 메시앙 소품집이 저 재킷으로 나왔다면 분명 샀을 겁니다.
그리고, 로고도 멋진데요. 레이블 이름도 지으세요!

외국소설/예술MD 2012-12-13 10:48   좋아요 0 | URL
저도 알캉 표지 좀.. 어두워서 좋아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건.. 아니다 흰소 검은소..

로고는요. 이건 비밀인데요. 저거 소니클래식이에요 속닥속닥 (굴드가 소니에서 나오니깐)
생각해보면 소니클래식만큼 레이블이나 로고 아이덴티티가 부족한 데도 없는 듯해요.
아 있구나 워너뮤직 클래식 -_-; 아 얘네도 먹혔죠? 이제 없구나 안녕 워너클래식..

낙소스 만세입니다.

starla 2012-12-13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게 소니클래식 로고였다니! ㅋㅋㅋㅋㅋ
진짜 대충격입니다.
저는 모종의 인연으로 소니클래식 음반이 비율상 많은 편인데도 전혀 몰랐 ㅠㅠㅠㅠㅠㅠ
아 미안네요...

외국소설/예술MD 2012-12-14 11:31   좋아요 0 | URL
낙소스로 전향하세요. 낙소스는 사랑입니다.

참깨 2012-12-28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리슈슈네여

외국소설/예술MD 2012-12-28 23:17   좋아요 0 | URL
저 이와이 슌지 영화 중에 릴리슈슈 젤 좋아합니다 (아 뻘쭘해서 웃음 ㅎㅎ)

yooncine 2013-01-09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CM 깝데기를 보는듯 하군요. 멋집니다.

외국소설/예술MD 2013-01-10 16:0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대학 시절 제 꿈은 클래식 음반회사에서 커버 디자인을 하는 거였어요. (웃음) 기분이 묘하네요 하하.

lecteur 2013-03-08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주꾼이셔요.... ^_^

외국소설/예술MD 2013-03-08 13:22   좋아요 0 | URL
저의 모토는 아마도 '뭐라도 해내자'일 거예요. 그래서 뭐라도 건드려 보고 있습니다. ^^;;